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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Jul 15. 2019

네이버의 블로그 정책은 잘못됐다

무리한 Video 추진화, 준비되지 않은 플랫폼

최근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추진하는 비디오(영상) 중심 업데이트, 그리고 얼마 전부터 열어왔던 네이버의 블로썸 데이 행사를 보면서 네이버가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자사 네이버 블로그를 변화하고자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2018년 6월에 열린 네이버의 블로썸 데이는 각종 유명 블로거들을 모아놓고 앞으로의 네이버 블로그 플랫폼 방향성을 논하는 자리다. 작년에 네이버가 가장 중심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비디오'였고, 에디터 개편 및 본문 광고 추가 같은 일부 메이저 변경사항 또한 언급된 바 있었다.


이러한 네이버의 포부중 일부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2019년에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의 변화는 "잘못된 방향"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본 글에선 네이버의 Vlog 정책 및 여태까지 네이버가 보여준 업데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네이버 블로그의 시작.

페이퍼라는 이름으로써 2003년에 처음 시작된 '네이버 블로그'는 전문적인 웹 지식이 없어도 본인만의 블로그를 제작 및 손쉽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한국 인터넷 초반기인 만큼, 싸이월드와 유사한 '이웃' & '서로 이웃'같은 시스템과 스크랩 등의 기능을 앞세워 출시되었으며, 현재는 집계된 블로그 중 과반수가 네이버 블로그인 것으로 파악될 만큼,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위와 같은 높은 점유율은 네이버만의 높은 접근성과 네이버 검색에 유리한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는데, 네이버가 한국에서 압도적인 1위 포털사이트로써 존재하는 이상, 네이버 블로그의 지위는 여타 서비스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는 네이버 계정과 연동을 통하여, 가입과 동시에 자신만의 블로그가 자동으로 생성되는데, 블로그 플랫폼을 고려하는 많은 일반인들에게 이미 생성되었으며, 간단하게 몇 번의 설정으로 맘에 드는 자신만의 블로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 가지의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형’ 블로그 플랫폼이 국내에도 생기기 시작했고, 더 많은 서비스들과 네이버 블로그가 경쟁하기 시작했는데, 설치형 블로그와 비슷한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티스토리’ 그리고 다음의 ‘다음 블로그’가 가장 대표적인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티스토리의 경우 설치형 서비스와 유사한 시스템을 채택했기에 초보가 접근하기엔 매우 어려운 플랫폼이었고, 다음의 경우 포털사이트로써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경쟁력을 잃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반박하기 어려운 국내 블로그 플랫폼 1위라고 하더라도, 단점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허점 투성인 서비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네이버 검색에 보다 유리한 측면을 노려, 그리고 높은 접근성을 악용하여 바이럴 마케팅의 대상지가 되었고, 롱텀(Long-term)으로 지켜봤을 때 전반적인 네이버 검색 수준까지 낮추는 악영향을 끼친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네이버의 “Blog에서 Vlog”

작년 블로썸 데이에서 네이버가 힘을 꽉 주고 이야기한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필자는 망설임 없이 ‘Vlog’ 섹션을 선택할 것이다. 여기서 Vlog란 Video-log의 줄임말로, 이전에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 글을 썼다면, 21세기에 평균 사용자의 글 소비량이 줄고, 비디오를 더 많이 접하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비디오를 비롯한 멀티미디어를 잘 보관 및 게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네이버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 네이버 블로그에 네이버 티비간의 연동성을 강화하겠다는 것

말로만 들어본다면, 문제는 커녕 올바른 방향성을 네이버가 제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2003년, 처음 네이버 블로그가 런칭을 했을 때, 주 사용자인 20대 그리고 30대들이 벌써 40대 그리고 50대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10대 그리고 20대는 글을 접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그들 중 대다수는 유튜브를 통하여 글보단 비디오를 접하며 자라왔으며, 검색을 할 때는 네이버보다 구글을, 소통을 할 때는 블로그, 싸이월드가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이대로 네이버를 견인한 네이버의 킬러 서비스인 블로그가 대대적인 혁신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외면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에 가깝다. 이는 당연하게도 네이버 사용률 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네이버는 알게 모르게 꽤 많은 변화를 감수해왔다. PC에서 모바일로 주도권이 넘어갈 때 ‘스마트 에디터 3.0’을 통하여 모바일에서도 쉽게 글 편집 및 작성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모바일 블로그 디자인 및 앱 같은 부수적인 요소도 다음과 비교한다면 매우 빠르게 대응했다.


그중 유일하게 네이버가 못한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비디오일 것이다. 유튜브가 실패했다고 우기는 사람이 없듯이, 네이버 티비가 성공했다고 우기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네이버는 자사의 성공한 서비스인 ‘블로그’와 실패한 서비스인 ‘네이버 티비’간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즉슨, 네이버 블로그의 사용자가 많으니 “우리가 블로그랑 티비를 합치면, 블로그 사용자가 자동으로 티비에 유입되겠지?”라는 1차원적인 발상이다.


천하의 아마존도 ‘트위치’라는 비디오 플랫폼을 내세울 때, 유튜브와 전면전으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보고, 유튜브에서 부족한 라이브에 특화된 플랫폼을 내놓았는데, 네이버는 어떠한 승산을 보고 ‘네이버 티비’라는 유튜브와 성격도 방식도 100% 일치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는가 의문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블로그와 섞는다는 것은, 성격적으로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다.


블로그 운영에 필요한 것은 네이버에 들어갈 수 있을법한 컴퓨터 혹은 모바일 한 개와 키보드가 전부에 그치지만, 비디오 편집은 최소 100만 원이 넘어가는 PC에, 상황에 따른 카메라, 그리고 원활한 보이스오버를 위한 마이크와 기본적인 편집 프로그램 + 편집 실력이 요구된다. 비교대상이 된다고 보는가? 블로그에서 글을 쓰던 사람이, 비디오를 통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충족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더 월등한 플랫폼인 유튜브를 버리고, 굳이 네이버 티비를 선택하는 일은 0에 한없이 수렴한다.


또한 네이버는 이러한 블로그가 티비 연동 또한 아직까지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는데, 2020년에 ‘NEXT BLOG’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내걸었으면서, 2019년이 반쯤 지나간 시점인 지금에도 네이버 블로그는 부분적으로만 개선이 있을 뿐, 새롭게 개선된 ‘스마트 에디터 One’은 개판 오 분 전이고, 플래시 투성인 블로그 인터페이스와, 같은 회사 서비스인 블로그와 카페는 말로만 연동이 될 거라고 2년째 이야기만 하고 있지, 2018년까지 되겠다는 카페 ‘스마트 에디터 업데이트’는 2019년인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이럴 거면 왜 바쁜 대표카페 운영진들은 불러다가 간담회한 건지 의문이다)



말은 쉽고, 보이는 것은 없다.

말로는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고, 불가능한 것도 없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적’이라는 것인데, 네이버가 발표한 포부는 ‘이상’일 뿐이지, 실제로 사용자 측면에서 보이는 것은 형편없다. 짚어봐야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일단 섹션별로 나눠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스마트 에디터 원

에디터는 글을 쓰는 플랫폼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유적인 표현으로 키보드가 펜이라면, 에디터는 종이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즉슨 블로거들에게 편하게 글을 작성하게 도와주되, 예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 에디터 원'의 경우, 네이버 내놓은 4번째 에디터로, 동영상 편집 및 일부 기능이 대폭 개선되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문장을 "주장한다"라는 애매한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표현을 한 것은, 네이버가 개선은커녕 개판으로 개악을 저질러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블로거에게 자신이 작성하는 글을 예쁘게, 그리고 깔끔하게 가공해주는 에디터의 역할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즉슨, 소위 말하는 '글 쓸 맛'이 나야 된다는 것인데, 네이버의 새로운 '스마트 에디터 원'은 UX(사용성)적으로도 개판이고, 디자인도 별로이며, 버그도 난무한다. 여기서 사용성이 좋지 못하다는 건, 글을 작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스마트 에디터 원'이 출시되자마자, 한 2~3번 써보고, 브런치로 주 블로깅 플랫폼을 이전했다. 여태가지 작성된 모든 글이 브런치에 먼저 올라오고, 일부 글은 브런치에서만 소개되는 이유 또한 네이버의 이러한 에디터 변경이 주요인이다.

(좌측) '스마트에디터 원', (우측) '스마트에디터 2.0'

마치 Microsoft Office Word를 베낀듯한 레이아웃은 기존 스마트 에디터 2.0에서 착안한 것인데, 저 스마트 에디터 2.0 (혹은 1.0)이 나온 지 무려 10년에 가까운 것을 고려한다면, 얼마나 구식스러운 레이아웃인지는 말 안 해도 설명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마트 에디터 3.0

더 웃긴 것은 이전 버전의 '스마트 에디터 3.0'의 경우, 지금 브런치 에디터와 유사하게 드래그하면 위에 포맷이 뜨는 형식이라서, 문단의 포맷을 변경하기 위해서 마우스를 모니터의 최상단까지 올릴 필요가 없었는데, 스마트 에디터 원의 경우, 해당 기능을 대폭 축소하였다.

스마트 에디터 원 - 툴바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니, 문단을 제목으로 하기 위해서

1. 문단을 입력한다

2. 해당 영역을 드래그한다

3. 마우스를 위에 툴바까지 올려서

4. 본문 버튼을 클릭하고

5. 타이틀로 설정한다

스마트 에디터 원 - 제목 설정

거기에 추가적으로, 이전에 제공하던 '제목 1', '제목 2', '제목 3'과 같은 터치 한 번으로 변경이 가능했던 사이즈를, 아예 제거하고 폰트 사이즈로 대체해서, 제목을 설정 후 다시 폰트 사이즈를 드래그를 해서 폰트를 설정해줘야 된다.


골 때리는 업데이트가 아닐 수 없는데, 본인들도 유저들이 거지 같은 에디터 안 쓰고, 이전 에디터를 사용할까 봐 스마트 에디터 3.0을 아예 없애버리는 미친 짓을 저지른다. 2.0에서 3.0으로 넘어갈 땐, 그나마 선택권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원으로 넘어가면서 3.0을 아예 선택권에서 배제하는 것은 블로그를 기획하는 자가 에디터에 대한 중요성은커녕, 생각조차 한번 못한 것을 증빙하는 꼴이다. (2.0에서 3.0으로 갈 땐 "유저가 자연스러운 이동을 돕기 위해서 제거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답변하더니, 3.0에서 원으로 업데이트하자마자 "흐음~ 베타니까 오류신고하시면 언젠간 고쳐드릴게요"라는 뉘앙스를 보이는 것도 사실 어불성설 아닌가?)


네이버 티비 연동

네이버 티비 연동 또한 네이버 블로썸 데이에서 언급된 몇 안 되는 사항중 하나였는데, 블로그는 블로그대로, 네이버 티비는 네이버 티비대로 유지되고 있어,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만약 통합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빠르게 준비를 하여, 이미 네이버 티비와 블로그를 동시에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플랫폼을 제공해줘야 되는데, 이와 관련된 준비가 단 한 가지도 되어있지 않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으로 연결되는데...


미흡한 영상 콘텐츠 지원

네이버의 경우, 현재 검색에서 네이버 티비라는 플랫폼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 한국 검색 포털 1위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힘을 못쓰고 있다. 구글의 경우 유튜브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하여 비디오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네이버의 경우 검색을 해도 영상이 상단에 뜨는 경우도 많이 없으며, 제대로 된 앱 조차 없다. (있긴 한데 엉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네이버 검색 페이지

검색을 할 때, 한 페이지를 광고로 채우는 네이버에게 검색을 통하여 적절한 양질의 콘텐츠를 상단으로 올리고, 잘 관리하리란 기대는 물론 하지 않았다. 네이버 위에 계시는 누구는 "아니, 우리만큼 사용자가 많은 국내 회사도 없는데, 어째서 구글에 밀리는 거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당장 구조만 봐도 성공할리 없다는 건 웬만한 사람이 다 알법한 내용이다.


네이버의 대폭적인 지원이 있어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서, 애매하게 네이버가 간만 보고 있으니 성공할리가 있을까? 대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네이버 티비에 그리고 블로거들이 영상 콘텐츠를 만들 이유가 없어지고, 그렇게 유입이 없어지면 검색되는 콘텐츠의 양이 줄어든다.


잘못된 광고정책

네이버 블로거들이 Tistory로 넘어오는 대표적인 이유를 뽑을 때 '광고'와 '다양한 디자인'을 꼽는데, 이유인즉슨 Tistory의 경우 HTML 수정을 지원하기에 디자인을 맘대로 바꿀 수 있으며, 구글에서 제공하는 '애드센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애드포스트'를 물론 네이버 블로그에 적용할 수 있으나, 블로거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애드센스에 비교하여 적고, 글 하단에 표시되는 등의 단점이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올해부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본문 광고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 원래 발표에서는 글 중간에 작성자가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다는 식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나, 실제로 출시된 본문 광고는 수익성도 형편없었으며, 말이 본문 광고지, 글 하단에만 고정적으로 표시되어, 기존 광고를 약간 위로 올린 수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본문 광고를 좋아하는 블로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도 광고로 떡칠이 되어있는 네이버 서비스 특정상, 광고가 더 늘어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차라리 후원하기 같은 기능을 넣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이번 업데이트는 광고를 원하는 블로그 측에서도, 광고가 싫은 사용자 측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업데이트다.



네이버 블로그는 네이버 서비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네이버를 견인해준 중요한 메이저 서비스다. 그리고 네이버의 이러한 메이저 서비스는 젊은 층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잘못된 방향 정책성으로 기존 유저들에게 불만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론 네이버가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방향성을 재검토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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