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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Jul 02. 2019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30일, 일본 정부가 예고도 없이 깜짝 발표를 내놨다. 바로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를 규제한다는 발표인데, 사실상 한국 IT 산업 분야에 직격탄을 날리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어 업계가 숨죽여 긴장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일본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말이 나오는 상황이긴 했으나, 이렇게 강하게 나온 것은 이례적이기에, 만약 현실화된다면 피해규모가 어찌 되었던 피해 가긴 힘들 전망이다.



무엇이 규제 대상인가?

산케이 신문이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TV 및 스마트폰 액정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리지스트' 및 '에칭가스'가 바로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소재다. 전 세계의 반도체 업체는 현재 상당수의 소재를 일본에서 의존하고 있으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및 '리지스트'는 현재 전 세계의 90%를 일본이 담당하고 있을 만큼 대체안이 없는 소재다. 그나마 비교적 퍼센트가 낮은 '에칭 가스'도 무려 70%라는 높은 생산량을 일본이 전부 제공하고 있기에 반도체 업계에선 일본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일단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부터 설명하자면, 불소처리를 위해 필름 자체의 물성(열 안정/기계적 강도)을 강화하는 소재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아직까지 많이 사용하는 소재는 아니고, 갤럭시 폴드에 필수적인 플랙서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라고 소개할 수 있다.

'에칭가스'는 독성이 강하고 부식성 있는 기체 고순도 불화수소로 알려져 있으며, 반도체 제조과정 중에서도 회로를 깎는 과정인 식각 및 세정작업에서 사용된다.

식각공정이란?

에칭공정이라고도 불리며, 회로의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리는 공정을 의미합니다.

https://www.skcareersjournal.com/194


위에서 언급된 '지리스트'는 '포토지리스트'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름에 '포토'가 들어간 것부터 알 수 있듯이, 빛으로 인하여 화학적인 성질이 변하는 물질이다. 반도체 제조과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공정에 쓰이는 감광재다.

노광공정이란?

반도체 공정에서의 노광은 빛을 선택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반도체 노광 공정은 회로 패턴이 담긴 마스크에 빛을 통과시켜, 감광액 막이 형성된 웨이퍼 표면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https://www.samsungsemiconstory.com/656



무엇이 문제인가?

첫 번째로 일본은 한국을 첨단 소재 등을 수출할 때 요구되는 허가 신청 과정을 스킵할 수 있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허가 신청 과정은 최대 90일까지도 걸릴 수 있는 과정으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동일하게 상당수의 소재가 일본에서 오는 것만큼, 한국에서 국산화를 시도하고자 오랫동안 노력을 했어도, 당장 대체를 100%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위에서 언급한 높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발언이 정말 현실화가 된다면 반도체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미 갤럭시 폴드를 비롯한 제품에도 액정 부분에 일본 소재가 들어간다고 기사가 나왔으니, 이 부분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되는데, 당연히 이번 여파가 현실화되면 안 그래도 늦어지는 갤럭시 폴드의 출시가 더더욱 늦어질 가능성 또한 점쳐봐야 된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100%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포토지스트리는 동진 세미캠, 동우화인캠에서 국내 생산을 진행 중으로 알려져 있고, 고순도불화수소는 솔브레인 및 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서 국내 생산을 하고 있다. 최소한 갑자기 어느 순간 반도체 공정이 올스톱을 하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과연 현실화될까?

이번 글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애초에 위에서 언급한 임팩트는 어디까지나 '현실화가 되었다'라는 전제를 두고 작성한 내용이고, 현실화가 안되고, 일본의 말뿐인 내용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각에선 일본이 거대한 '자충수'를 두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유인즉슨, 현시점에서 반도체 생산량의 상당수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언급한 한국의 '일본 반도체 소재의 의존'을 거꾸로 해석해보면 '일본 소재 기업들의 한국 반도체 생산 의존'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판매처 상당수가 한국이며, 한국에 수출을 금지한다면 당장 다른 판매처를 찾아야 되는 상황인데, 그 많은 양을 포옹할만한 곳이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연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를 금지하여, 자국의 반도체 소재 기업에 막심한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아예 멈추게 할 수 있는 초강수를 둘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빼먹을 수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만약 현실화가 된다면 정말 심각한 사안이지만, 일본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



일본은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가.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일본 정부의 이러한 기습 발표는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고 밝혔다. 최근에 G20부터 시작해서, 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악화되자 내놓은 조치라는 것인데, 여러모로 일본 내수 측 정치상황이 섞여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지 및 경제계 인사들 또한 이번 결정에 대한 쓴소리를 내놓고 있으며, 선거가 다가오는 日 아베 총리가 추락하는 지지율을 상승시키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추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조치는 한국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닌, 일본 또한 막심한 피해를 받게 되는 조치인데, 대표적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 (삼성, SK 하이닉스, 그리고 LG디플 등등)은 이전부터 한일관계의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해놨기에,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겠지만, 일본 쪽은 소재를 팔 수 있는 다른 곳을 탐색해야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7월 선거 이후 일본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와 같은 결정을 전면 무마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만약 진짜로 해당 규제를 밀고 간다면, 일본 경제에 막심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현 일본 소재 판매처 과반수 이상이 한국 기업인 상황이라, 대체안이 없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 준비를 해놨을까?

삼성 및 SK 하이닉스는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조짐이 보였을 때부터 재고품을 쌓아놓고 있었으며, 최소 2~3개월치 이상을 확보한 상황이라 90일 지연 또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미 반도체 관련 뉴스를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한국 기업들의 소재 국산화는 이전부터 추진되어왔던 내용이다. LG 디스플레이의 경우 100% 국산을 이미 실현하고 있으며, 일본산 소재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아울러,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CPI 필름 또한 대체가 가능하다는 소스를 들은 바 있기에, 국내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해놨다는 점은 확실시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정부의 저항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겨레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를 WTO에 제소할 것이며, 국제법 와 국내법에 의거하여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즉슨, 이 또한 일본 정부가 추가 대응해야 되는 요소라는 것이고, 더더욱 정치성 목적을 가지고 행한 것이라는 의견에 신빙성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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