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최근에 IT와 관련된 뉴스를 읽어봤다면,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을 이미 알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설명하자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 네트워킹 장비에 해킹칩 등이 심어져 있어 해외 사용자들의 정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미국 기업들과 화웨이 간의 거래를 전면 금지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추가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다수의 동맹국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를 금지하라는 입장인데, 삼성 그리고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서있는 두 회사가 모두 한국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 간의 눈치 속에 한국 회사들은 아찔한 외줄 타기를 연속해야 되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 이야기는 차처 하고, 홍멍OS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홍멍OS는 앞서 언급한 미국 기업과 화웨이 간의 거래 전면 금지로 인하여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코어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급작스럽게 추진력을 얻게 된 OS라고 할 수 있겠다. 화웨이의 자체 OS 개발은 오래전부터 'Ark OS'라는 이름 아래에 비밀스럽게 진행되었으며,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되지는 않았다. 정확하게는 일종의 보험용, 삼성의 타이젠 스마트폰이랑 비슷한 포지션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본 OS는 중국 내에선 '홍멍OS'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선 'Oak OS' 혹은 'Ark OS'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계획이라고 한다. OS의 네이밍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고, Ark OS에 주목해야 되는 점은 '속도' 그리고 '이코시스템'에 있다. 일부 소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Ark OS'는 안드로이드 대비 최대 60%가량 빨라진 구동 속도를 보여준다고 전해졌으며, 사실상 묻힐법한 OS치곤 상당히 큰 공을 들인 것을 봐서,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대비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화웨이가 Ark OS에 수년을 투자했음에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인하여 원하던, 원치 않던 준비하게 된 대체 OS를 바로 투입시키기엔 무리가 없지 않아 존재한다.
Ark OS를 화웨이가 구글을 압박할 협상카드로 사용할지, 아니면 실제로 갈아탈 카드로 사용할지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Ark OS가 현재 화웨이의 입장에서 그 어떠한 작업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확실하고, 반강제로 떠밀려 시작해도 끝이 좋을지도 모르는 법이긴 하다. 화웨이는 자체 OS가 올해 가을까지 준비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시기적으로 자사의 플래그쉽 라인인 Mate 30 시리즈를 출시할 때와 겹칠 가능성 또한 높다.
사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정치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두고, 이러한 상황 자체가 업계 속 사람들에겐 혼란 그 자체일지도 모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OS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추가됨을 의미할 수 있다. 75%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의 iOS만 존재하던 시장에서, 화웨이의 새로운 OS가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면, 침체된 OS 시장 간에 새로운 자극 (혹은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화웨이가 여태까지 안드로이드를 고수해왔으므로, 화웨이의 OS 전환은 구글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재앙과 가까운 선고나 다름이 없다. 안 그래도 안드로이드의 파편화는 심각하고, 그나마 압도적인 점유율이라도 가지고 있었는데, 화웨이가 자체 OS를 선택하여 성공이라도 한다면 구글의 삼성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특히 구글의 수익방식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플레이 스토어 같은 인프라에서 돈을 얻는 형태인데, 화웨이가 OS를 전환하는 건 구글이 무료로 안드로이드 앱들만 대주고 돈은 못 버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구글이 정부에 항의를 한 것 또한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구글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라고 경고했으며, 구글이 하고자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화웨이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유저가 그나마 안전한 안드로이드에서 화웨이가 지맘대로 할 수 있는 자체 OS로 변경하면, 오히려 화웨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더 많은 정보가 빠져나갈 거라는 것. 예시를 들자면, 메신저를 통하여 화웨이 스마트폰과 다른 사용자가 주고받은 내용이 고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미 구글 서비스가 금지된 중국 내의 경우 크게 구글이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유럽, 그리고 전반적인 동남아 지역에도 상당히 높은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이 존재한다. 그리고 해외에 존재한 화웨이 스마트폰들이 자체 OS를 사용함으로써 자체 앱스토어를 생성하고, 자체 서비스를 이용하며, 자체적으로 검색엔진을 선택한다면, 구글은 천문학적인 돈을 잃게 된다. 현시점을 구글이 무엇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 또한, 샤오미, 오포를 비롯한 각종 중국 회사들이 자사 폰에 화웨이의 Ark OS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중국폰들이 화웨이의 Ark OS로 바뀐다면,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의 최대 3분의 1까지도 빼앗길 수 있다.
여태까지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면서 기본적으로 구글 검색을 설정해뒀다면, 앞으로 Ark OS가 생긴다면 iOS에 구글 검색을 기본값을 하기 위해서 애플에 매년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는 것처럼, Ark OS에도 모든 구글 서비스를 기본으로 만들고자 지급해야 되는 천문학적인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현재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에게 자사 화웨이 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것을 고려한다면, 플레이 스토어 같은 1차 수익의 감소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연한 수순이다.
크게 3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구글이 미 정부를 설득해서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사용금지를 해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화웨이는 이전처럼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업데이트도 받으며, 지금과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둘째, 화웨이가 백기를 드는 경우의 수다. 화웨이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ZTE처럼 미국에 충성 충성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면, 제재를 보류하거나 해지해줄지 모른다.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게, 이번엔 OS만 두고 이야기를 했지만, 화웨이는 ARM 아키텍처를 비롯한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서 2달 뒤에는 정말 공장이 멈출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셋째, 화웨이가 자사 OS에 올인을 하고, 성공하는 경우의 수다. 미국이랑 구글이 원치 않는 결말이며, 오히려 화웨이가 구글이 먹던 앱 수수료 30%까지 홀랑 먹어버리는 엔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체 OS가 성공을 한다면, 다른 중국 회사들도 화웨이의 Ark OS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결론은 나지 않았고, 끝에서 누가 웃을지는 지켜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