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폭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얼마 전 광명에 갔을 때 택시기사님도 학폭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 걱정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더군요. 최근 우연히 유퀴즈를 봤는데 거기에 나온 곽튜브 채널의 주인공도 어릴 적 학폭에 심하게 시달렸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또 요즘 더글로리라는 넷플릭스드라마도 유행이죠? 이렇게 학교 폭력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어서 그런지 저도 어릴 적 선생님께 엄청나게 맞았던 기억이 나 글로 한 번 소화해보려고 합니다.
때는 아마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을 겁니다. 그날은 방과 후에 교실 청소를 담당하는 날이었을 겁니다. 제가 친구들과 공부하던 교실은 아마도 4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성실하게 제 할 일을 하고 3층을 통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어선생님께서 절 부르시더군요. 영문도 모르고 저는 일단 선생님이 부르니 갔습니다. 저는 착하고 말 잘 듣는 그냥 그저 그런 보통의 학생이었으니까요. 선생님께 갔더니 대뜸 물으시더군요. 넌 여기는 왜 청소 안 했니? 저는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아, 선생님. 저는 교실 청소 담당입니다. 여기는 제 청소 담당이 아닙니다.' 건방지게 대답하지 않았고 제 나름에는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국어선생님은 무서운 선생님이었기에 더더욱 그랬고요. 그렇게 대답을 했더니, 선생님은 엄청나게 흥분하시며 어디서 말대꾸를 하냐며 바로 엎드리라고 하셨고 엎드린 자세에서 20대가량 제 엉덩이를 후두려 패셨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오더군요. 그래도 참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후드려 맞은 날 어머니께 이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날 억울하게 맞았던 기억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선생님의 이름도 생생히 기억나고 그 선생님의 눈빛, 머리 스타일 그리고 항상 입고 다니던 마이까지도. 기억이 납니다. 사실 선생님이라고 '님'자를 붙이기도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은 참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 선생님을 만나면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왜 저를 그렇게 후두려 패셨나요? 교사생활이 많이 힘드셔서 만만한 학생에게 화풀이를 하신 건가요? 제가 졸업하고 지난 20년간 저와 같이 억울한 체벌을 당한 학생들이 또 있지는 않았나요?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격이 있는 건가요? 그러고서도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선생님이라고 부인에게 그리고 자녀에게 그리고 당신 부모님께 떳떳하게 얘기하실 수 있나요?
지금 제 나이도 40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되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은 아마 본인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좋은 선생님이 아니었던 거지요. 그때 제가 더 대들었다면 그 순간이 해결됐을까요? 그때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내가 불합리한 대우를 당했다고 하면 달라졌을까요? 저는 그런 용기가 있었던 학생이었을까요? 아니면 졸업하고 나서라도 올바른 절차를 통해 그 선생님이 잘 못 했다는 것을 알게 했어야 했지 않았을까요?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20년 정도 지난 지금에 와서 이 선생님이 아직 아이들을 가리키는 자리에 있는지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듭니다. 이제서라도 이 선생님께 연락을 해서 사과를 받아야 하지 않나고요. 물론 공소시효도 10년이 유효기간인데 이 선생님의 폭력도 이미 공소시효 기간을 두 배나 넘게 지났습니다. 하지만, 제 가슴속에는 마치 어제일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선생님께서는 수 없이 후드려 팬 학생들 중 한 명일 거라 기억에 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시대가 점점 발전하면서 아마 예전처럼 때리지는 못 했을 겁니다. 때리면서 풀던 스트레스를 아마 다른 방식으로 푸셨겠지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방법을 찾는다면 그날의 선생님께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학생을 그렇게 때리셔야만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