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보고 느낀 점 25가지
이 글은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만을 보고 대선 후보들에게 느낀 점을 썼습니다. 후보들의 과거 행적이나 발언에 상관없이 오로지 ‘이 프로그램에서 나온 모습’만을 보고 각 후보를 평가했습니다. 후보들의 목소리, 억양, 이력, 토론 능력, 가치관, 국가목표 제시, 위기 대처능력, 변론술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한 후 평가한 결과, 다섯 명의 대선 후보를 향한 제 개인적 선호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프로그램에서 보인 모습’만을 토대로 평가한 제 ‘개인적’ 선호도입니다.
문재인 > 이재명 > 유승민 > 안철수 > 안희정
왜 제가 다섯 명의 후보들을 이 순서대로 선호했는지 방송을 보며 느낀 점 25가지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난의 고통을 절실히 이해하는 건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로 보였습니다.
2
적폐 청산의 의지를 가장 강하게 보인 후보는 문재인과 이재명이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제가 사람을 먼저 내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 당을 떠나는 분들조차도 제가 비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저는 우리 당의 혁신이라는 원칙을 지켰고 그 혁신의 원칙 앞에서 타협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자나 세력은 정말 싫어할 후보였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형과 가족의 연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공직자의 청렴을 지키려 한 것은 정말 굉장한 결단력과 의지력이었습니다. 비록 형이나 이재명이나 서로 감정적으로 몹쓸 말을 한 것은 맞지만, 이재명 후보의 형이 확실한 원인을 제공하고 어머니를 ‘인질’로 삼은 패륜을 저지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3
제가 이재명 후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프로그램을 봤다면 왜 사람들이 그를 '사이다'라고 하는지 알았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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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는 극우, 수구, 보수의 차이를 설명하며 국가 전체의 관점보다는 보수 세력을 개혁하는데 의지를 보였습니다. 다만 그 개혁 의지 자체가 순수한 것인지 해당 프로그램만 보고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개혁의지를 가지고 '수구 세력'의 새누리당을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대통령을 하고 싶어서 '보수 세력'의 바른정당을 만든 것인지.
5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 취지는 머리로 이해는 됩니다. '여권과 야권이 통합해 국가를 개혁하자'. 그러나 자칭 '보수' 인사라는 유승민 후보조차 새누리당은 변화의 의지가 전혀 없다며 탈당을 했는데, 새누리당을 국가 대개혁 과제에 어떻게 동참시킬 것인지 안희정 후보에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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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후보는 뜻을 관철하기 위해 당에 남았고,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뜻을 관철하기 위해 당을 나갔습니다.
7
안희정 후보는 중장기 외교 전략의 제시보다는 일단 대통령부터 되고 보자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습니다.
안희정: 사드 배치는 한미 연합 근간이라 배치해야 한다.
진중권: 사드 배치하면 중국 반발을 어떻게?
안희정: 제가 대통령 되면 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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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보수표를 얻으려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았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와 '진보와 보수에서 모두 표를 얻으려는 양비론'은 다릅니다.
9
안희정 후보는 존 F. 케네디 같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안희정 후보 편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정확히 표현해 준 기사가 있습니다.
"핸섬했다. 정치적인 연설, 질문에 따른 답변이 준비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논란이 되거나 갈등 일으킬 수 있는 걸 핸섬한 미소와 동작으로 포장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은 말은 천천히 스마트하게 하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회피하고 긍정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부정하고, 그런 차원에서 위험하다는 느낌."
- 한겨레, "문재인·안희정·이재명을 처음 봤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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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편은 그의 정책과 국가 비전에 대한 내용보다는 그의 정치적 이미지에 관한 내용 위주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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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국민면접에서는 각 후보에게 모의 비상상황을 연출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어보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안희정(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전염병 발생)
이재명(일본의 독도 점령)
안철수(대규모 북한 난민 발생)
유승민(울산 지진 발생)
네 후보가 받은 위기상황은 대통령의 대처능력과 국가 재난 매뉴얼을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테러범 지하철 폭탄 인질극)에게 주어진 상황은 대처능력과 매뉴얼에 '도덕적 딜레마'가 추가된 심화 질문이었습니다. 인질의 몸값을 주면 테러리스트와 협상했다고 비난받고, 강경하게 진압하면 국민의 목숨을 가볍게 봤다며 어떤 대처를 해도 비난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는 답변을 깔끔하게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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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는 '한국 정치인 중에서 롤모델로 삼을 사람이 있는가'란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뽑을만한 정치인이 없다는 건지, 아니면 한국사 전체에서 단 한 명도 없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없다고 생각하면 왜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는데 대선 후보로 나온 사람이 이런 역사 관련 주제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건 실망했습니다. (tvN 대학토론배틀 시즌 6에서는 '우리나라 역대 왕 중에 가장 저평가된 왕은 누구이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온 적이 있었고, '신라 경순왕'이란 대답으로 예선을 통과한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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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대로 돌아가서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은가?'의 대답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재인: 초대 대통령이다. 이유는 '친일청산, 남북 분단 방지, 민주주의 시작'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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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는 "사드 문제에 관해 한미가 단호하면 중국이 어쩌겠는가?"라고 하지만 경제력 싸움이 계속되면 아픈 건 중국이 아닌 한국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교역국 1위는 중국이지만, 중국의 교역국 1위는 미국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한국을 위해 중국 제품을 보이콧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2014년 차이나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중국 교역국 순위는 미국: $5210억-(홍콩: $4010억)-일본: $3125.5억 -한국: $2742.4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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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인사 후보를 구체적으로 밝힌 사람은 이재명 후보가 유일했습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시켜서 노동부 장관을 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대한민국에 사회주의 정책을 강력히 도입시킬 투지가 느껴졌습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다릅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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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외치(外治) 관련 질문에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독도 침공을 방어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대응이기에 제외합니다) 하지만 내치(內治) 정책은 굉장히 강하게 밀고 나갈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린든 B. 존슨 대통령처럼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류의 정책을 실시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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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이 안철수 후보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지면 안철수 후보의 답변은 이 두 가지였습니다.
'그건 정치적 공작입니다' 아니면 '제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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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서로 토론을 한다고 가정하면 유승민 후보의 발언 태도가 훨씬 좋았습니다.
소통을 잘 한다고 PR한 안철수 후보는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에 '그건 상대의 정치적 공작'이라는 태도를 보이며 압박 질문에 시원한 답변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몇몇 질문에 귀가 빨개지며 발끈하는 게 보이나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방식으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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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후보 중 목소리의 힘이 제일 안 느껴지는 후보는 안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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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하게 들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농단 사태, 각 후보의 정치색과 과거 행적 그리고 발언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국민면접이라는 프로그램만을 보여준 뒤, 안희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 중 누가 더 변론을 잘했는지 물어본다면, 그 사람은 유승민 후보를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배제하고, 오로지 국민면접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안희정 후보보다 훨씬 더 말을 조리 있게 잘 했습니다. 국민면접 다섯 편을 모두 본 후, 가족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안희정 후보에 대한 의견 하나는 모두가 일치했습니다.
"안희정 후보가 민주주의를 많이 언급했지만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뭔가 두리뭉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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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가계의 구매력을 올리기 위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했고,
유승민 후보는 한국의 법인세가 OECD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똑같이 법인세를 올리자는 주장을 했지만, 두 후보의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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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면접관이 복지를 위한 예산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을 때 굉장히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세율과 예산을 계산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복지를 하는 게 아니다는 모습을 보여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이재명 후보는 언더도그마 정책과 포퓰리즘 복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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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가 1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세 번 정도만 언급한 것에 비해, 안희정 후보는 프로그램 내내 노무현을 언급했습니다. 본인과 노무현의 인연이 깊다고 강조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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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치 경험이 없는 이재명 시장과 안희정 도지사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전략을 연구하면 좋을 듯합니다. 이 다섯 명의 미 대통령은 미 의회의 하원이나 상원 경험이 없음에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의 미디어 전략을 연구했으면 합니다. 이 둘은 굉장히 다른 성향의 인물이지만, 주류 언론이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트럼프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는 미디어 공세를 가했지만,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25
진보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안희정 후보를 원할까요? 아니면 유승민 후보를 원할까요?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한 취지와 아이디어는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다만 방송시간을 1시간이 아닌 2시간 정도로 잡아 좀 더 심도 있게 면접관들과 후보들이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문답하는 것을 더 보여주었으면 좋을 뻔했습니다. (아니면 100분 토론처럼 1시간 30분~40분 정도라도) 그리고 면접관들을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무게감 있는 사람들로 구성했으면 더 나았을 것입니다. 면접관들이 너무 방송인 위주였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인과 같이 기업가, 군인, 경찰, 법조인, 교사 등이 섞여서 출연했으면 어땠을까요? 대선은 5년에 한 번씩입니다. 그런 만큼 5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음에는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 방영해주었으면 합니다. 다음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