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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지 말자. 지방을 빼자.

굶거나 쪼오금 먹어서 체중 줄일 생각말고, 식단과 운동으로 지방을 태워라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고, 사고는 행동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언어가 행동을 지배한다는 뜻인데, 잘못된 언어는 잘못된 행동을 유도합니다. 이 말은 다이어트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저는 가장 우선적으로 ‘체중 감량’과 ‘살빼기’라는 표현을 고쳐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표현은 체지방 감량보다는 체중계 수치와 신체 부피에 더 신경 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먼저 체중 감량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이어트의 정의는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정의에서 체중을 (체)지방으로 바꾸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신체 건강의 척도는 체중이 아닌 근육과 지방의 비율입니다.


본인이 체급을 맞춰야 하는 스포츠 선수이거나 정확한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있지 않은 이상, 체중은 그렇게 많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음식물/수분 섭취, 용변 유무 등으로 체중은 매일 바뀌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하루 세끼 식사를 한 상태에서 용변을 보지 않았을 시 전날보다 최대 1.5~2kg이 더 나가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용변 전후의 체중을 재서 비교해보십시오)


그리고 이를 반대로 적용하는 많은 사람이 체중을 빠르게 줄이기 위해 ‘굶기’ 또는 극단적인 소식(레몬디톡스, 저녁은 고구마 1개 등)을 선택합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음식물의 무게가 체중에 추가되지 않고, 꾸준히 먹지 않으면 살(정확히는 지방)이 빠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굶으면 굶을수록 신체의 근육이 감소해 체중을 빠르게 줄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몸무게) 1kg을 빼려면 하루에 한 끼 굶었을 때 대략 9일, 운동으로는 28일이 걸리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떤 다이어터는 빠르고 상대적으로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굶기를 선택합니다.”

다이어터 1권, 27.p


그러나 체지방량을 무시하고 단순 무식한 굶기로 몸무게만 줄이는 건 요요현상을 일으킵니다. 또한, 굶는 다이어트를 계속할 경우, 높은 확률로 마른 비만에 걸릴 수 있습니다. 마른 비만이란 체중은 표준 또는 표준 이하이나 체지방률이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는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기아 상태입니다. 신체의 최후 생존 보루로 지방만을 남겨둔 채, 근육을 열량으로 소진하는 겁니다.

마른 비만의 사례. 체중은 정상이나, 체지방량이 많다.

살빼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수정돼야 하는 표현입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살은 '사람이나 동물의 뼈를 싸서 몸을 이루는 부드러운 부분'입니다. 고로, 살은 근육과 지방 모두를 말합니다. 영어사전도 마찬가지로 살(flesh)을 근육과 지방(muscle and fat)이라 정의합니다. 이 정의에 따라 '살'빼기는 '근육과 지방'을 동시에 뺀다는 뜻이 됩니다.

“아냐! 넌 지방을 빼야 하는거다!”, 다음웹툰 <다이어터>

“살이란 단어 하나를 너무 과도하게 해석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습적으로도 ‘살빼기’는 근육과 지방의 구별이 없는 단순 ‘체중 감량’으로 연상되는 표현입니다. 많은 이가 신체 부피(뚱뚱한 외형)와 체중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체중이 줄면 몸의 부피가 줄고, 부피가 줄면 체중이 줄 것으로 오해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다음의 사진을 보시죠.

오른쪽 사진의 여성은 12kg이나 더 무겁고, 하루에 두배의 열량을 먹는다. 그러나 전혀 뚱뚱해보이지 않는다.

동일인이지만 오른쪽 여성의 신체가 훨씬 더 날씬하고, 단단해 보입니다. 심지어 체중이 더 무거운데 말이죠. 그 이유는 같은 무게일 시, 근육의 부피가 지방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성공한 다이어트는 체중과 신체 부피보다 신체의 근육과 지방 비율을 우선 신경 쓰는 것입니다. 지방이 줄었기 때문에 체중과 부피가 줄어든 것이지, 체중이 줄었기 때문에 신체 부피가 줄어든 게 아닙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듯이, 다이어트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지방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체중을 줄이려고 합니다. 체중이 줄어야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 빼기란 표현은 지방 감소와 상관없이 살의 전체 중량 감소로 귀결됩니다. 체내의 지방 연소 방법을 조사, 공부, 실천하지 않고, 단지 빠른 외형적 변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체중이 줄어도 체지방량이 높으면 실패한 다이어트입니다.


고로, 위의 두 가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자면 저는 일상생활의 다이어트를 이야기할 때는 체중 감량을 지방 감량으로, 살빼기를 지방빼기로 표현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중 감량과 살 빼기는 목표를 잘못 잡은 주객전도식의 표현입니다. 지방이 줄어들면, 당연히 체중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체중이 줄어들었다고, 지방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지방이 빠지면, 당연히 살(근육+'지방↓')이 빠집니다. 그러나 살이 빠졌다고, 지방이 빠진 건 아닙니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체중/살이 5kg 빠졌으나, 근육과 지방 중 무엇이 빠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언어적 표현은 무의식적인 행동의 관성을 이끌어냅니다. 잘못된 언어는 잘못된 행동을 이끌어 냅니다. 잘못된 표현은 잘못된 목표를 가지게 합니다.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체중과 살이 아닌 지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체중과 신체 부피의 변화는 지방 감량의 결과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다이어트를 장기적으로 보고 지방 감량에 집중하면, 체중과 외형의 변화는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제대로 된 식단과 운동으로 지방을 빼십시오. 살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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