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커즈와일 <마음의 탄생>
최근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고 또, 관련 학과로의 대학원 진학을 앞두게 되며 인공지능에 관한 책들을 꽤 찾아 읽게 되었다. 그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딥러닝’, ‘인공신경망’이라는 용어들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원리로 기계가 인간처럼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ICT 교원 학습공동체에서 <마음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내주었고 드디어 내가 궁금해하던 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겠구나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지능의 원리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마음의 탄생>은 책이 굉장히 두껍고 무엇보다 어려웠다. 오기를 가지고 끝까지 열심히 읽고 나름대로 인공지능의 원리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나 인공지능의 원리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요약한 바를 정리하고자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꼭 알려주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의식까지 갖춘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그는 인간의 지능, 의식이 구현되는 방식을 기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을 통해 이를 구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는 우선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세세히 탐구했다. 그 결과 인간의 사고, 감각 운동, 의식 등 거의 모든 것이 인간의 뇌 중 신피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그는 신피질의 구조 및 신피질의 작동원리를 연구하고 이를 인공지능에 설계하고자 한다.
신피질은 모든 자극 및 입력을 패턴으로 인식하고 이를 계층적으로 처리하는데 이러한 처리과정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서 우리의 뇌가 무수히 많은 패턴을 처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리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신피질에는 3억 개의 패턴 인식기가 있고 각각의 패턴 인식기가 자신이 맡은 분야의 일을 처리한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 인식기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패턴을 계층적으로 처리하고 맨 마지막 상위에 있는 패턴 인식기가 비로소 출력을 한다.
패턴 인식기는 타고나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경우 패턴 인식기 중 음악을 처리하는 부분이 남들보다 타고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패턴 인식기들이 상호 작용하여 서로 연결되는 것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개인의 경험에 따라 패턴 인식기가 서로 연결되어 만드는 연결망은 개인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패턴 인식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즉, 개인의 경험에 의한 차이로 연결망의 모양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연결망을 형성하는 규칙은 모두가 동일하다는 것) 레이 커즈와일은 그 규칙을 백터 양자화라는 수학으로 설명하며 매우 쉽다고 풀이하고 있으나 문과생인 나는 이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요지는 패턴 인식기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상위 계층으로 패턴을 처리할 때 백터 양자화라는 수학으로 인해 확률을 계산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확률이 큰 쪽으로 (즉, 상위 패턴 인식기로) 이동하게 되고 결국 출력 값을 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망 안에서 기계는 스스로 패턴을 인식하고 판단하여 출력 값을 낸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인공신경망 안에서의 딥러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기계가 의식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레이 커즈와일은 인간이 의식을 가지는 것도 신피질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하며 인공신경망 안에서 패턴 인식기들이 상호작용 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기계도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아직 이에 대한 신피질의 작동원리가 명확하게 발견된 것은 아니나 레이 커즈와일은 그럴 것이라 추측하며 따라서 기계가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 거의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떠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냐.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예측하고 있다.
첫째, 인간보다 우월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출현한다. 인간은 더 큰 신피질을 갖기 위해 이마의 확장이라는 진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현재보다 인간이 더 큰 신피질을 확보하기 위해 물리적 공간을 (즉, 더 넓은 이마라든지) 구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아 인간보다 훨씬 큰 신피질을 가질 수 있다. 즉 인간이 가진 3억 개의 패턴 인식기보다 훨씬 많은 패턴 인식기를 가지게 될 것이며 이는 인간의 지능을 훨씬 더 능가하는 지능의 출현을 의미한다.
둘째, 인공 신피질은 클라우드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기술 발전에 의해 이 인공 신피질과 나의 뇌를 연결할 수 있는 칩 같은 것이 개발될 것이고 우리 몸속에 침투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 칩을 통해 나의 물리적 뇌 이외에도 클라우드에 있는 나의 인공 신피질, 즉 인공 뇌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지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할 것이다.
셋째, 마음과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나타난다.
여기까지가 내가 힘들게 힘들게 읽으며 이해한 부분이다. (혹시라도 다시 다시 한번 나의 이해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에필로그를 읽고 어쩐지 맥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왜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어야 하며, 인공지능을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의 나의 공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도 되었다.
레이 커즈와일은 왜 이토록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싶은 걸까. 그는 이러한 기술 개발이 인간에게 이로울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기술 개발로 인해 인류의 삶이 편리해졌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GDP의 증가, 평균 수명 증가 등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의문이 든다. 저러한 지표가 과연 인류의 삶이 편리해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지. 또한 인류가 편리한 삶을 살게 된 것은 사실이라 해도 과연 기술 개발이 인류에게 행복한 삶을 가져다줬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나는 레이 커즈와일이 장밋빛 미래라고 이야기하는 인공지능의 출현, 지능의 폭발, 게다가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의 출현이 두렵다. 과연 미래에는 어떠한 위험과 불행이 도사리고 있을까. 에필로그의 마지막엔 레이 커즈와일이 진정으로 원하는 원대한 목표가 제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주를 깨우는 일이다. 우주의 비 생물에게 인공지능을 주입하여 우주를 깨우는 일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그는 적고 있다.
나는 기술 개발이 여기서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도태되는 것 같아 두렵고 이러한 상황은 나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한 기술이 개발되어 살기가 편해졌다는데 왜 여전히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지, 오히려 옛날보다 더 불행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미래에 대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디지털 격차로 인한 새로운 식민지와, 노예 계급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폭발적인 지능을 선점하게 되는 것은 우선적으로 소수에 한할 것이다. 그들이 폭발적인 지능을 무기로 우리를 조종하려 들면 과연 우리들의 보통 지능으로 그들을 당해낼 수 있을까.
나는 이 점이 바로 우리들이 인공지능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는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디지털 상위 계층에게 지배당하지 않도록, 그들이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악용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당하지 않도록, 인공지능을 부디 선한 곳에 사용하여 인류를 위한 무기가 아닌 어마어마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인공지능 공부는 꼭 해야 한다고 믿는다.
레이 커즈와일이 인공지능을 무기로 쓰겠다고 공표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쓴 에필로그에서만 보면 그가 인공지능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미래가 모두가 행복한 그런 미래는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미래가 오든 우리들은 당당히 맞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 바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공지능을 알아야 하는 진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