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말센스>를 읽고
다들 미운 네 살 이라고들 하니 네 살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부터 지르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금방 분노 상태로 돌변해 표독스러운 말을 던지는 아들을 보며 심각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미운 네 살이라고 치부하기엔 상태가 심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아들의 모습이 특히 불편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나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백지로 태어난 아이들이 뭘 알겠는가. 애정하는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만 봐도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들에게서 기인한 것이 꽤 많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가장 많이 반성하게 되는 부분 또한 다름 아닌 ‘말’이다.
워낙 성격도 급하고 고집도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탓에 나의 말은 굉장히 ‘센’ 편이다.
스스로 인지하고 고쳐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이 ‘말’이라 주의를 기울인다고 기울이는데도 잘 되지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과의 대화가 무척 피곤하고 그런 자리들을 점점 피하다 보니 주고받는 대화를 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혼자 고립되어 대부분 혼자서 일들을 처리하고, 평소 대화의 80% 이상도 아이들에게 훈계하거나 무언가를 금지시키거나 혼내는 말들로 채우다 보니 스스로 느끼기에도 처방이 필요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말센스>라는 책을 펼쳐 들었는데 깊은 공감이 갔다.
총 16가지의 전략을 이야기해주는데 이 모든 전략을 관통하는 근본은 바로 ‘나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이다.
‘대화를 하는 그 순간은 나에게 집중하기보단 온전히 상대에 집중하기’ 이것이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이다. 나를 떠나 상대에게 집중하면서 상대가 하는 말,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상대의 의견이 나와 전혀 다르거나 가치관에 많은 차이가 있더라도 말이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즉, 상대에게 집중하고 진심 어린 공감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라면 억지로 이야기를 듣고 거짓 공감을 하기보단 차라리 나의 현재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대화에서 빠져나올 것을 당부한다.
어찌 보면 뻔한 내용들이지만 16가지의 전략을 소개한 글들을 읽으면 그간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고 진심으로 고개가 끄덕여져 전략들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솟는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일방향 소통으로 힘들었을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좀 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소통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아울러 나의 사랑하는 아들의 감정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하고 명령조로 일관했던 지난날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러한 책을 백날 읽어봐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에 의식적으로 꾸준히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그날 지켜야 할 내용을 메모지에 적어 잘 붙여두고 연습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 실천은 우리 반 아이들과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 아침 활동으로 함께 해볼 생각이다. 이 책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의 질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낮아졌는지도 함께 다룬다. 나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단순히 어린 탓으로 치부하기에는 요즘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이 낮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터였다.
낯간지럽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칭찬 한 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자신의 기분을 부끄럽다는 이유로 잘 이야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차근차근 설명하기보단 버럭 소리를 질러 표현한다든가,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상대가 말하는 중에도 계속 끼어드는 등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말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의식적으로 실천해나간다면 행복한 학급 분위기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 또한 매일매일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천할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실천 효과도 클 것이다.
이 외에도 스스로 한 약속이 있다.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에서 이웃의 글을 하루에 각각 1개씩 정독하고 온전히 화자의 입장에서 글을 이해해보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심 어린 공감의 댓글을 남겨볼 생각이다.
나를 내려놓고 상대를 존중하기. 이 말을 항상 새겨야겠다. 책을 읽자 대화가 하고 싶어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연락해 약속도 잡았다.
<말센스>의 책 표지 문구처럼 ‘말이 통하기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 그런 엄마, 그런 선생님,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