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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현우 Feb 17. 2016

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h)

하나의 느낌표가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

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

감독 : 리처드 쉔크만

출연 : 데이빗 리 스미스(존 올드만 역), 존 빌링슬리(해리 역), 엘렌 크로포드(에디스 역), 등등

별점 : ★★★★

한 줄 평 : 하나의 느낌표가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


※제 리뷰는 언제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읽으신다면 더 뜻깊은 리뷰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리처드 쉔크만의 「맨 프럼 어스」를 보게 된 것은 지금 군 생활을 같이 하고 있는 동기의 추천 때문이었다.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나의 부탁에 가장 먼저 그가 언급했던 것이 바로 이 영화였다. 동기의 극찬대로 영화는 수작이었다. 주인공인 존 올드맨의 집이라는 단 하나의 공간에서, 영화는 87분의 러닝 타임동안 충분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심지어 그 집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에 나오는 집과 같이 그 공간 자체만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도 아닐 뿐더러, 김애란의 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의 집처럼 시대적인 의미가 투영된 공간도 아니다. 존 올드맨의 집은 그저 어느 미국 지방 대학 교수의 평범한 집이다. 이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의 평범성은 나를 흥분시켰다. '도대체 플롯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토록 평범한 배경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숨막히도록 조밀한 플롯은 아니었지만, 그 플롯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소재가 꽤 참신했기 때문에 영화는 충분한 흡입력을 가졌다. 그 소재는 바로 14,000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온 주인공 존 올드맨의 인생이다. 젊음을 유지하며 영생을 사는 인간. 그 하나의 느낌표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에게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들. 존 올드맨이 하는 얘기는 진실인가, 거짓인가? 나라면 그의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존 올드맨이 정말 예수라면, 그리고 이런 설정이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얘기라면? 존 올드맨이 예수가 아니라면,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그의 신빙성 있는 거짓말에 대학 교수들이라는 엘리트들마저 기독교라는 인류 최대 종교의 근간을 의심한 것인가?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의의는 느낌표에 따라오는 물음표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의심해보도록 유도한 뒤, 자신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등장인물에 각자의 감정을 이입하도록 하여 관객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 결과, 존 올드맨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토론은 그들의 논쟁이 아닌 나의 논쟁이 되고, 내가 동질감을 느끼는 인물의 발언이 반박을 당하면 내가 불쾌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토록 이 영화가 흡입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리처드 쉔크만의 「맨 프럼 어스」는 반기독교적 종교 영화가 아니다. 네이버 영화 댓글이나 왓챠의 평들을 보면 이 영화가 반기독교 영화라는 댓글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예수가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한 번 뒤틀었다는 이유만으로 흔히들 말하는 '별점 테러'를 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내 생각에는 리처드 쉔크만이 '예수가 사실은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범인에 불과하며 그 깨달음의 원천은 불교다'라는 이슈를 던진 것은 그것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느낌표를 던질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관객들 중 불교 신자가 대다수였다면, 그는 관객들에게 '사실 싯다르타는 예수의 제자이며 기독교를 기원으로 한다'라는 이슈를 던졌을 것이다.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소재는 '거리낌없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진실들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하나의 대표적 장치에 불과하며, 영화의 포커스는 예수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주장이 아닌, 진실 뒤틀기이다. 


 물론 여러 사람들의 생각대로 감독의 무신론적 종교관이 영화에 투영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분명한 점은, 영화를 볼 때도, 그리고 영화를 본 뒤에도 생각할 거리와 이야기할 거리들을 적잖이 남겨준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화가 남긴 물음표들은 한참 동안이나 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나는 나만의 대답을 고민하면서 행복했다. 그 점만으로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이 영화를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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