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Erika Sep 08. 2023

요즘의 나를 지탱하는 세 가지 확언

반박시 당신이 맞습니다


근래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 것들을 정리해두고자 한다. 바빠서 놓치기 쉽고 지치고 힘들면 금세 잊거나 지워버리기도 하지만, 늘 마음에 새겨두려고 하는 문장들이다. 물론 언젠가 또 가치관이 바뀌어서 미래의 나는 지금의 이런 생각들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나름의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 아닐까?


1. 밥벌이를 게을리하지 말자.


언젠가 쓴 적 있듯, 밥벌이는 단순히 밥만 먹여주고 돈만 버는 행위가 아니다. 직업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것을 깨닫지는 않지만, 직업 생활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가치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하며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버짓팅(Budgeting)하는 것은 내 삶을 스스로 매니지먼트하는 아주 기본적인 출발선이다. 특정 직업과 벌이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지만, 정당하게 돈을 버는 행위 자체는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직장 생활이든 사업이든 투자든, 경제활동을 통해 다방면으로 사회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일과 개인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옳다 하기도 어렵다. 일을 하는 나도 나고, 일 밖의 삶을 사는 나도 나다.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닌,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으면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내가 속한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적인 내 역할에 대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  


2.  중요한 것은 "사람을 버는 것"이다.


유튜버 '무빙워터'님이 하신 말씀인데, 크게 공감했다. 사업이든 직장생활이든 표면적으로는 돈을 벌지만 사실 사람을 버는 일에 가깝다.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했고 일을 하지만 남는 것은 사람이다. 학생 때 했던 파트타임 일이든 졸업 후 가진 풀타임 직장이든 돌이켜보면 뭐든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었고, 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불합리했던 회사에서도 동료들과는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이직 때 레퍼런스 체크에서 훌륭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도 그 인연은 이어져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그 외 영어 수업이나 강연, 컨설팅, 하물며 펫시팅까지도 모두 생각지 못하게 이어진 소개와 추천 덕분에 할 수 있게 된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지만 사람을 벌지 못하면 돈도 명예도 따르지 않는다. 유독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미사회에서 더욱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을 버는 데엔 지름길이 없다. 그저 내 역할을 성실히 잘 해내서 내 가치를 인정받고, 그것이 알려져서 신뢰감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곁에 사람이 남게 된다. 당연히 오랜 시간과 지루한 노력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인맥을 만들겠다고 소위 '줄'을 선다거나,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만남을 반복하면 단단한 신뢰가 만들어지기 어려워서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인간관계에 금세 회의감을 느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어느 자리에서든 책임감 있고 성실한 태도를 지키면서 자기 PR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면,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반드시 곁에 남는다.


좋은 모티베이션을 주고 건강한 자아성찰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관계가 있는 반면, 지속적으로 내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 누구 와든 일정시간 동안은 맞춰 가려고 노력하지만 지속적으로 불편함이 남으면 어느 순간 미련 없이 단칼에 관계를 정리해 버리는 편이다. 내게 독이 되는 사람을 끊어내는 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떠나가는 것이 일상적이라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는 있다.


3. 오랜 시간이 걸려도 괜찮으니 꼭 나를 돌보고 찾아야 한다.


작년 이직 전 겪던 심각한 번아웃 현상은 이직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근무 환경과 조건, 업무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되었음에도 한동안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오히려 늘 일에 묻혀 살다가 갑자기 다소 여유로운 생활이 주어지니, 허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통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평균 3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고 우울증은 치료를 시작하고 증상이 완화되기까지 평균 9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번아웃이나 우울감을 주었던 환경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내 몸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다. 병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 부정적인 에너지가 축적되었듯, 회복 또한 매우 서서히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 점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만 갇혀 있던 생활을 벗어나, 일상에 새로운 루틴을 더해 나갔다. 퇴근 후 다시 영어 강의를 시작했고, 수년 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다. 놀랍게도 아주 천천히 일상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거주하고 있는 빌딩 1층에 있는 입주민 전용 피트니스 센터에서 매일 운동을 하고 있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마냥 힘들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재미도 있고 너무 개운해서 왜 진작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언제까지 이 일상을 지속하게 될지 알 수 없고, 언제든지 그만두거나 다른 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삶이라는 여정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여정의 목적을 잊어버리는 순간,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 일상이 매몰되어 버리고 만다. 인생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보람과 재미를 느끼는지를 알아야 '나만의 기준'이 생긴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하지 않나. 오랜 시간이 걸려도 되니 내 육체와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려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