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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r 04. 2020

“우리는 티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입니다”-TWG

싱가포르에서 파리까지: 글로벌 티 브랜드가 된 TWG 이야기 

TWG의 시그니처 패키징 ©twgtea

여행자들 사이에서 싱가포르 여행에서 꼭 사 오는 아이템 중 하나로 꼽히는 TWG는 그 특유의 노란색 패키지와 소장하고 싶은 예쁜 틴케이스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매장 또한 멀리 서부 터도 눈에 띄는 화려한 조명과 장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대형 틴케이스로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하고 있다. 


틴케이스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twgtea
TWG 매장 ©twgtea

처음 TWG를 접하는 고객들은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인테리어 때문에 유럽에서 시작해 수입된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본사를 두고 있는 로컬 브랜드이다. 

창업자 Taha Bouqdib ©ThePeak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특유의 색깔이 이해가 간다. TWG를 시작하고 현재 글로벌한 브랜드가 되기까지 모든 콘셉트와 세세한 디테일을 책임지고 있는 창업자이자 CEO인 타하 보쿠딥 Taha Bouqdib은 모로코계 프랑스인이다. 


12살 때 선물 받은 중국산 녹차를 처음으로 마셔본 타하는 그 놀라운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민트를 우려내 설탕을 가득 추가해 마시는 모로코식 민트 티와는 전혀 다른 풍미가 놀라웠기 때문. 그때의 감정을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TWG가 있게 한 시작점이라고 한다. 

시그니처가 된 틴케이스 ©twgtea

처음 마셔본 깊은 맛의 중국산 녹차 덕분에 차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싹튼 그는 대학에서 공부하던 법학을 그만두고 그 대신 차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5년 동안 프랑스의 한 차 회사에서 일을 하며 차에 관한 모든 것을 공부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업무 외에도 일본, 인도의 차 밭을 방문했고 현지에서 찻잎 재배부터 말리는 방법, 다양한 차를 섞어서 어울리는 새로운 풍미를 개발해내는 블렌딩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시즌별로 다양한 패키징을 선보인다©twgtea


프랑스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던 TWG가 싱가포르로 오게 된 이유는 어쩌면 우연일지도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비즈니스 파트너가 거주하고 있어 방문차 들른 싱가포르의 매력에 푹 빠진 타하는 아시아의 허브인 이 곳이 가지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기로 한다. 


그는 싱가포르에는 아직 국내 티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뻗어나가기 위한 거점이 되기 적합하다고 판단해 싱가포르에서 TWG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는 세 개의 공장, 음식과 패스트리를 만드는 대형 센트럴 키친이 운영되고 있다. 




TWG라는 이름은 사명인 The Wellbeing Group의 약자로 로고에 적혀있는 1837이라는 년도는 싱가포르가 차, 향신료 등 귀한 식료품을 거래하는 무역항 역할을 하게 되며 상공 회의소가 설립된 년도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사실 이 1837이라는 숫자는 보는 사람을 하여금 유서 깊은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게 하는 트릭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 TWG가 설립된 것은 2008년으로 아직 채 12년밖에 되지 않은 브랜드이지만 영리한 브랜딩이 소비자 인식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TWG 티 전문가 ©twgtea

TWG에서는 단순한 ‘판매원’이 아닌 ‘티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독자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고객들에게 수준 높은 조언과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은 와인이나 미술품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지칭하는 카너수어 Connoisseurs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데, 매장을 찾아오는 티 애호가들에게는 대화를 통해 취향을 반영한 추천을 해주고,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새롭게 오픈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서 원하는 타입의 제품을 추천해준다. 

800종이 넘는 블렌딩을 선보인다©twgtea

TWG가 다른 티 브랜드들과 다른 점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선보이는 엄청난 속도이다. CEO 타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전통적인 티 브랜드들이 스테디셀러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SPA 브랜드가 2주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여 소비자를 계속해서 매장을 방문하게 하는 것처럼 매년 최소 50종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 


15년간 티 산업에 종사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발달한 미각과 후각을 활용해 직접 모든 신 메뉴 개발을 담당하는데, 전 세계의 차 농장을 방문하고 최고 품질의 싱글 에스테이트 잎만을 사용해 독창적인 블렌딩을 만들어낸다. 


 2020년 현재 기준, TWG는 800종이 넘는 엄청난 수의 제품군을 자랑한다. 

TWG의 티 컬렉션 ©twgtea
인기 상품 실버 문 ©twgtea
선물로 인기가 많은 싱가포르 브렉퍼스트 티 ©twgtea

그중에서도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실버 문과 싱가포르 브렉퍼스트 티는 TWG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선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티의 향으로 만든 캔들 제품 ©twgtea

또한 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TWG의 블렌딩은 한번 향을 맡아보면 흥미가 생길 정도로 독특하고 매력적인데, 덕분에 독자적인 향으로 만든 캔들 제품도 출시되어 선물용으로 함께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TWG는 퀄리티 높고 맛있는 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자신들을 차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부분이다. 


CEO 타하는 2008년 사업을 시작하고 바로 다음 해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오히려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은 타격을 입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TWG에서 소소하지만 럭셔리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는 누리고 싶어 한다는 것. 

크리스마스 선물 세트 ©twgtea

실제로 TWG의 제품은 100g짜리 틴케이스 기준 싱가포르 달러로 $42 (한화 약 3만 6천 원) 정도로 일반 마트에서 파는 일반 차에 비교한다면 비싼 편이지만, 예쁜 패키지는 물론 좋은 퀄리티라는 인지도 덕분에 선물용으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싱가포르의 4성급 이상 호텔에서는 대부분 미니바 서비스로 TWG 티를 제공하는데 맛을 본 여행자들이 귀국 시 공항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캐나다에 오픈한 매장 ©twgtea

또한 매장 인테리어, 패키징, 마케팅에 사용되는 모든 디자인에 관여해서는 CEO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예쁜 디자인으로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틴케이스는 ‘오뜨 꾸뛰르’라는 이름에 걸맞게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영감을 얻기 위해 매 시즌 세계적인 패션쇼에 참석하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와 다음 디자인에 반영한다고. 

티 컬렉션 ©twgtea
티 액세서리즈©twgtea
티 액세서리즈©twgtea

또한 티 컬렉션과 어울리는 자체 제작한 포트, 찻잔 세트 등을 TWG 티 액세서리즈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데 특히 싱가포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집에서도 티 살롱에서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사로잡은 것. 

창이공항 터미널 4의 매장 ©twgtea
시그니처인 화려한 티 살롱 인테리어 ©twgtea

2020년 현재 TWG는 싱가포르, 일본, 한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캐나다에도 진출해 무려 19개국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첫 매장을 오픈할 때부터 전 세계에 자신들의 티 살롱을 오픈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CEO의 말처럼 사람도, 비즈니스도 멀리 내다보며 비전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이들이 성공한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TWG의 이야기이다. 

다음 컬렉션은 또 어떤 개성 있는 블렌딩과 디자인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사진&참고 TWG 

https://twgtea.com/

https://thepeakmagazine.co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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