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Jan 08. 2021

포기하는 것은 루저가 아닙니다.

그만하기로 '선택'하는 용기입니다.


예전의 저는 어떤 모임에 가입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 두려움은 아마도 '시작을 했으면 끝을 맺어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루저'라는 인식을 보고 듣고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큰 부담감을 느꼈고, 결정을 하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지요.

' 내가 지금 선택하는 이 길이 정답이 아니라면 어떡하지?', '나랑 진짜 안 맞아서 그만두고 싶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처음부터 제 머릿속을 어지럽혔거든요. 회사도 한번 입사하면 무조건 3년, 5년은 죽었다 깨어나도 꼭 채워야 한다는 - 지금 생각하면 참 '비장하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비장한 각오로 입사했던 회사가 있어요.

그런데 일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제 성향과 정말 안 맞았어요. 매일 아침 출근하는 걸 생각하는 걸로도 배가 아팠고, 출근길부터 숨이 막혔고, 화장실에 가서 울다 나온 날도 많았지요. 그러다 하루는 한국에 있는 엄마께 전화해서 엉엉 울면서 저도 모르게 "대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 통화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아무리 오피스가 멋지다 한들, 연봉이 높다 한들,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이라 한들, 내가 불행하면 다 부질없다는 것을요.  (그 회사는 '성공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루저다.'라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어요)



표면적으로는 그럴싸해보이도록 - 제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혹은 생각하고 싶었겠지만, 사실 그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신경 쓰고 두려워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가는 목적지로 가는 길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억지로 계속 간다는 건 노력이 아니라 어리석은 짓이겠죠.  



남들이 나를 루저로 생각하는 게 두려워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루저.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워 내 행복을 선택하기 못하는 것이야말로 겁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은 넓고 길은 많아요 © Pinterest


그 경험 후에는 선택이 쉬워졌어요.

 "일단 해보자. 아니면 말고.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마음공부를 하면서 우리가 이 지구에 온 건,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하기 위해서라는 깨달음을 얻고 난 후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안거죠.


'이거 아니면 안 돼.', '이걸 못해내면 내 인생은 끝이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자주 봐요.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요? 우리 앞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놓여있고, 살면서 우리는 그중의 정말 일부분만 경험하면서 살지요. 어떤 사람들은 조금 더 많이, 어떤 사람들은 훨씬 더 적게. 하지만 그 경우의 수는 누군가가 정해준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어요. 단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를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만요. 저는 예전처럼 머리가 아니라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기 시작하면서, 자유롭고 진정한 나다운 모습으로 살게 되었어요.




혹시라도 지금 그 상황이 회사이든, 개인 프로젝트든, 사업이든, 공부든, 관계든 - 무엇이 되었든 더 이상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는데도 억지로 이어나가고 계시다면. 무엇보다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타인의 평가 때문이라면 좀 더 위로되는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1.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관심이 없어요. 다들 자기 걱정으로 바쁘죠. 물론 열정 넘치는 '프로 걱정러'들이 있긴 하지만 그 사람들도 결국에는 자기 걱정으로 돌아갑니다.

2. 왜 우리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 때문에 포기하나요? 내가 행복하면 행복은 나누어줄 수 있지만, 내가 불행하다고 해서 그들이 책임져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러니 외부적인 이유는 다 훌훌 털어버리고, 내가 정말로 지금 이 상황에 만족하는지에만 집중해보세요.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답답하고, 몸 어딘가 여기저기 아프다면 우리의 영혼이 제발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고 간절히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그 신호를 부디 무시하시지 말길 바라요. 꼭이요.


당신의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는 용기를 응원할게요.


+) 저는 그 이후로 제 영혼이 편안하게 느끼는 선택을 하면서 현재는 밴쿠버에서 MBA를 밟으며 현지 푸드 테크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요.


밴쿠버 일상 & 제가 읽는 책 관련 콘텐츠는 인스타에서 보실 수 있어요. 디엠 주시면 저도 팔로우하러 갈게요! :)

https://www.instagram.com/erika.jeong/







매거진의 이전글 "나폴리, 위험하다고요?제가 한번 직접 살아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