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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un 08. 2021

밴쿠버 로컬들이 사랑하는 인테리어 숍

#1 Inform Interiors

언제나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리스트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캐나다의 밴쿠버. 사파이어 블루색의 청량한 바다와 한여름에도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 도시를 든든하게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양한 인종이 모여 밴쿠버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런 환경 덕분일까. 로컬들의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는 디자인에서도 묻어난다.


정형화된 스타일이나 유행을 좇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즐긴다. 주거공간 역시 최신식 시설이 갖춰진 모던한 콘도에서부터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형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런 다양한 밴쿠버 로컬들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 숍들을 스타일별로 소개하려 한다. 



Inform Interiors
리테일을 넘어 컬처 허브가 되다 

 

밴쿠버의 디자인 씬, 특히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면 가장 먼저 이야기 해야 할 곳이 바로 인폼 인테리어Inform Interiors. 덴마크에서 태어나 1951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온 닐 벤센Niels Bendtsen은 어릴 적부터 가구를 만드는 아버지 밑에서 견습생으로 함께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과 기술을 익혔다. 다양한 메이커들과 함께 가구를 제작하던 닐은 좋은 디자인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자신의 브랜드 벤센 BENSEN을 시작했다. 올해로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폼 인테리어는 그 아이디어의 연장선이다. 


웨스트 밴쿠버에 문을 연 첫 쇼룸 © Inform Interiors.
파크 로열 몰 안에 위치했던 매장 © Inform Interiors.

초창기 미드센츄리 스타일의 덴마크 티크 가구를 판매하던 매장에서 현재는 전 세계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큐레이션하고, 워크숍을 진행하고, 디자인을 사랑하는 이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컬처 허브가 되기까지 많은 변화를 거쳤다. 현재는 건축학도이자 역시나 디자인 애호가인 부인 낸시 Nancy가 오너 겸 총괄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Nancy Bendtsen © Inform Interiors.


간혹 럭셔리, 디자이너 가구를 취급하는 쇼룸 중에는 편하게 둘러보기 부담스러운 곳도 있다. 낸시는 그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오너 중 한 명. 그녀는 디자인을 좋아하고 이미 잘 아는 팬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가진 누구나 편하게 방문해 질문을 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아래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에 둘러싸여 지내며, 그 행복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있는 낸시와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디자인 매거진 코너 © Inform Interiors.

Design Pres (이하 D): Hi, Nancy. 바쁜 와중에 인터뷰 요청에 응해줘서 감사합니다. 밴쿠버의 디자인 신을 소개한다면 가장 먼저 인폼 인테리어의 이야기를 해야지 생각했었어요. 리서치를 하다 보니 건축학을 전공하셨던데요. 파리와 토론토에서 공부를 하셨고요. 예전부터 인폼 인테리어와 같은 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나요? 


Nancy (이하 N): 맞아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어요. 직업적으로서는 여전히 아주 좋아하지만 사실 전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숍을 운영할거란 생각을 한 적도 없고요. 하지만 파리와 토론토에서 공부하던 시절, 언제나 멋진 디자인 숍들을 찾아다녔어요. 최신 디자인 아이템들을 갖고는 싶었지만 학생으로는 사실 어려운 일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매일 아름다운 제품들에 둘러싸여 지내고 있네요.  


디자이너, 메이커들과의 인터뷰 시리즈 © Inform Interiors.

D: 인폼 인테리어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취급하지만, 무척 친근한 느낌이 드는게 특징인것 같아요. 웹사이트에서도, SNS에서도 고객들과 항상 편하게 소통하려고 하는 태도가 느껴져서 좋았어요. 사실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루는 쇼룸은 좀 다가가기 부담스러운 곳도 있잖아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도 단순히 멋진 제품 사진을 포스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인터뷰 콘텐츠를 통해서 디자이너와 메이커, 브랜드의 진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느껴져서 인상 깊었어요. 인폼 인테리어의 브랜딩이 확고하다고 해야할까요. 저 역시 인터뷰 시리즈를 보면서 좋은 브랜드를 많이 알게 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고요.  


N: 그렇게 느껴졌다니 다행이에요. 맞아요, 저희 역시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그렇게 느껴지기 쉽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소개하려고 하고, 또 디자인 관련 책과 매거진 코너를 마련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해요. 인스타그램 역시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요.  


또 하나, 매장의 스태프들 역시 순수하게 디자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고객들이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요청하면 신이 나서 디자이너와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곤 하죠. 그런 부분이 고객들에게도 인폼 인테리어는 다른 브랜드 매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 같아요. 


매장 내부 © Inform Interiors.

코로나로 인해 예전보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리테일 숍에서 쇼핑하는 빈도는 줄었지만, 그만큼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은 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증가한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 DIY, 홈 데코 관련 사업은 코로나로 인해 수혜를 입은 분야 중 하나이다.  

또한 그에 더해 점점 더 의식적인 소비에 대한 각성이 중요해지고,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이나 브랜드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낸시는 줌 미팅으로 이뤄지는 편안한 대화를 통해 디자이너, 메이커가 어떻게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했는지, 어떻게 영감을 받는지,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이 인터뷰 시리즈는 높은 조회수와 멋진 인터뷰였다고, 감사를 전하는 댓글을 통해 많은 팬들의 사랑을 증명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준다. 


좌: Boffi/ 우: Herman Miller © Inform Interiors.

인폼 인테리어의 쇼룸은 밴쿠버의 개성있는 지역 중 하나인 개스타운 Gastown에 위치해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오래된 빌딩들이 보존되어있고, 개성있는 부티크 숍들과 밴쿠버에서 봐야하는 명물로 손꼽히는 ‘증기 시계’가 있어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지역. 쇼윈도우와 멋진 가로수들을 감상하며 걷다 유난히 눈에 띄는 매장이 있다면 아마도 인폼 인테리어일 것이다. 


개스타운 매장 전경 © Inform Interiors

D: 이렇게 멋진 아이템들에 항상 둘러싸여 지낸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데 선택지가 많아서 본인의 집을 인테리어 할 때 결정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스타일의 집에 사시는지 궁금해요.  


N: 우리는 집 역시 직접 디자인했어요. 아름다운 해변 경관으로 유명한 웨스트 밴쿠버 지역에 살고 있죠. 우리가 집을 지을 때만 해도 컨템퍼러리 스타일의 집은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밴쿠버 전역에서 비슷한 집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남편이 가구 디자이너이다 보니 집에 있는 가구는 대부분 닐이 디자인했어요. 가구 선택에 있어서는 의견이 서로 다를 때가 있는데, 특히 다이닝 룸의 조명을 선택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어요. 한참을 조명 없이 지내다 결국엔 제가 포기했죠. (웃음) 

BENSEN의 미니멀한 디자인 © Bensen

D: 밴쿠버의 디자인 신을 소개하자면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그리고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로컬 디자이너가 있다면요? (물론 엄청 많겠지만요!)  


N: 맞아요. 밴쿠버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요. 재능 있는 디자이너, 메이커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요. 대표적인 브랜드를 소개하자면 조명으로는 보치 BOCCI, 앤드라이트 ANDlight가 있고, 가구에는 벤센 Bensen, 크리스찬 우Christian Woo, 패션으로는 아크테릭스 Arc'teryx, 아릿지아 Aritzia, 루루레몬 Lululemon 등이 있죠. 제가 생각하기에 밴쿠버 사람들은 현지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을 아끼고 지지하는 것 같아요. 좋은 문화죠. 


BOCCI의 38V 조명 시리즈 © BOCCI
미니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Christian Woo의 테이블, 의자 © Christian Woo

D: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밴쿠버를 방문하는 디자인 애호가들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요?  


N: 캐나다를 대표하는 건축가인 아서 에릭슨 Arthur Erikson이 디자인한 인류학 박물관Museum of anthropology에 가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UBC 대학 캠퍼스 안에 위치해 있어서 멋진 캠퍼스를 구경하기에도 좋고요. 아서 에릭슨의 대표적인 마스터 피스 중 하나인 빌딩이에요. 


UBC 캠퍼스 안의 인류학 박물관 ©Museum of Anthropology

D: 세계 곳곳을 여행하신 거로 아는데, 혹시 한국은 방문해본 적이 있나요?  

N: 아쉽게도 아직은 없어요. 하지만 인폼 인테리어 매장에서 매거진 B를 소개하고 있어요. 정말 멋진 매거진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하고 싶은 나라에요.  


인폼 인테리어 © Inform Interiors

낸시에게서는 밴쿠버를 닮은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많은 인테리어 숍들이 있지만, 멋진 디자인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그녀의 순수한 의도가 아마도 인폼 인테리어스가 특별히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글 디자인 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협조 인폼 인테리어

https://informinteriors.com/

https://www.instagram.com/informinteri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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