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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un 08. 2021

밴쿠버 로컬들이 사랑하는 인테리어 숍

#2 Three Centuries Shop

1편: https://blog.naver.com/designpress2016/222301598924


언제나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리스트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캐나다의 밴쿠버. 사파이어 블루 색의 청량한 바다와 한여름에도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 도시를 든든하게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양한 인종이 모여 밴쿠버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밴쿠버 로컬들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 숍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Three Centuries Shop. 


프렌치 앤티크 애호가의 시크릿 스폿 

회계사와 앤티크 가구 – 언뜻 들어서는 매치가 잘 안되는 조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는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쓰리 센추리 숍 Three Centuries Shop의 오너 윌리엄 매키넌 William Mackinnon은 숍을 오픈하기 전 토론토에서 실력 있는 회계사로 경력을 쌓고 있었다. 밴쿠버로 근무지를 옮긴 지 6년 차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가 아닌 전업으로 추구하기로 한다.

오너 윌리엄 매키넌 William Mackinnon © Wendell Phillips


윌리엄은 대학에서 회계와 함께 음악을 공부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다른 친구들이 최신 디자인에 관심을 가질 때 그는 좋아하는 앤티크 숍에 들러 장인의 손길이 만들어낸 마스터피스를 감상하곤 했다고. 학생으로는 부담되는 가격이었지만 마음에 쏙 든 벽난로를 오너에게 부탁해 할부로 구매한 것이 그의 첫 앤티크 컬렉션이었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첫 앤티크 © Wendell Phillips

쓰리 센추리 숍은 18세기, 19세기의 프렌치 컬렉션에 집중한다. 윌리엄은 다양한 스타일 중에서 특별히 그 시대의 앤티크에 빠진 이유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섬세하고 높은 퀄리티의 수공예 디테일의 매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니멀, 심플한 북유럽 디자인이 여전히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에 지루함을 느끼고 반대로 화려하고 컬러풀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프렌치 클래식은 현대 디자인의 원천”이라고 말했듯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건축과 인테리어는 현대 유럽 디자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드레스의 주름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된 조각 © Wendell Phillips

프렌치 클래식은 대중에게는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인테리어로 익숙하다. 공간을 웅장하게 압도하는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플라워 패턴의 벽지, 레이스, 로맨틱한 패턴이 특징적이다. 이 스타일은 앙리 4세부터 루이 15세까지 이어지는 부르봉 왕가가 주도했다. 왕가에서 시작된 만큼 당시의 디자이너들은 왕실에서 소속되어 있었고, 그만큼 최고의 퀄리티가 요구되었다. 

공간별로 나누어진 숍 © Wendell Phillips

쓰리 센추리 숍은 인테리어 숍이라고 부르기에는 사실 미안할 정도로 엄청난 컬렉션을 자랑한다.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개인 컬렉터들이 운영하는 중소 규모의 박물관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데, 그런 박물관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이다. 숍은 밴쿠버의 스타일리시한 가구, 편집숍들이 모여있는 키칠라노 지역의 동쪽에 위치해있는데 클래식한 건물 외관으로 모던한 빌딩 사이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범한 오피스 빌딩이었던 빌딩을 구입해 하나하나 커스텀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했다고. 


외관 역시 유럽풍으로 개조했다 © Wendell Phillips

윌리엄에게 좋은 앤티크를 발견하는 방법을 묻자 일단은 무조건 많이 보고 접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견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작품이라도 장인의 시간과 공이 들어간 진짜 작품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진짜 고퀄리티의 앤티크를 많이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로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전문가가 되는 데에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살롱을 모티브로 한 공간 © Wendell Phillips
메인 공간인 응접실 겸 전시 공간 © Wendell Phillips
오너의 애정이 담긴 컬렉션 © Wendell Phillips

윌리엄의 안내를 받아 나선형 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올라가면 쓰리 센추리 숍의 비밀스러운 2층 공간이 나타난다. 엄청난 컬렉션의 종류와 수에 연신 감탄하는 필자를 보며 그는 익숙한 반응이라는 듯 미소 지으며 실제로 가족과 함께 2층에서 생활 중이라는 닫힌 문 뒤의 공간을 가리킨다. 그러고 보니 달그락달그락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그는 행복한 사나이임이 분명했다. 

2층 계단을 올라오면 보이는 공간 © Wendell Phillips
특별히 아끼는 시계 컬렉션 © Wendell Phillips


윌리엄은 다양한 앤티크 아이템 중에서도 특히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시계를 애호한다고 한다. 덕분에 숍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시계가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정교한 디테일을 구경하다 보면 왜 많은 이들이 앤티크의 매력에 빠지는지 알게 되는듯 하다.  

1981년에 오픈한 이래 수많은 컬렉터와 관계를 쌓고 신뢰를 받아온 윌리엄은 앤티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일부러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찾아가는 숍으로도 유명하다. 밴쿠버는 영화 촬영 로케이션으로도 많이 이용되기에 영화배우, 셀레브리티들이 자주 방문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스케줄을 조정해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모으고 진정으로 그 가치를 아는 고객들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는 윌리엄. 숍 입구에 적혀진 “By chance or appointment (우연 혹은 예약으로)” 처럼 쓰리 센추리 숍을 우연히 발견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일 것이다.  

© Wendell Phillips

글 디자인 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협조 쓰리 센추리 숍 Three Centuries Shop

https://threecenturiesshop.com/

사진 Wendell Phillips

보정 Matt Fenton


디자인 프레스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 

https://blog.naver.com/designpress2016/22236619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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