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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Apr 06. 2020

싱가포르의 싱그러운 그린 인테리어 카페들 #3

인스타그램 속 그 '잇 카페'들 

바쁜 도심 속 오아시스

 

시티 정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싱가포르 안에는 앞서 두 편에 걸쳐 소개한 피에스 카페를 시작으로 도심 곳곳에 오아시스와도 같은 그린 카페들이 많다. 이번 편에서는 그린 인테리어 팬들이라면 좋아할 싱가포르 카페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즐거운 생소함퓨전 쓰촨 스타일 버즈 오브 어 페더(Birds of a Feather)

버즈 오브 어 페더 외관 ©에리카

언제나 즐거운 발견은 우연하게 찾아온다. 일부러 어딘가를 찾아갈 때가 아닌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한 날이면 작은 수확을 한 것 같은 기분에 하루 종일 흐뭇하다. 버즈 오브 어 페더는 바로 그런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버즈 오브 어 페더 간판 ©에리카
비가 많이 오고 1년 내내 더운 날씨의 싱가포르에서 유용한 차양막 ©에리카

싱가포르의 숍 하우스(1층은 상점으로 2층은 주거형태로 쓰이던 전통건축양식)는 가로로는 폭이 좁고 내부로 길게 공간이 펼쳐지는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외부로 노출되는 문과 쇼윈도 또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버즈 오브 어 페더의 입구에는 동그란 작은 간판과 나뭇가지가 장식되어 있을 뿐 내부도 잘 들여다 보이지 않아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만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발견하게 된다. 

아늑한 내부 ©에리카

안쪽으로 들어오면 밖에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외부와 차단된 넓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져 있는데 천장의 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 덕분에 실내이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다. 또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많이 사용한 부분이다. 


독특하게도 버즈 오브 어 페더의 오너는 중국 쓰촨 성의 수도인 청두 출신으로, 이미 청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커피 체인인 굿 우드 커피(Good Wood Coffee)의 오너이기도 하다. 관광으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비해 조금은 덜 주목받는 곳이지만 사실 쓰촨 요리의 탄생지인만큼 식문화가 풍부하게 발달했다. 차를 많이 마시는 중국이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는 역시나 커피 문화가 많이 퍼진 만큼 카페 문화도 점점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요리만큼은 본인들의 아이덴티티인 쓰촨식 요리를 퓨전으로 바꾸어 선보임으로써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았다. 


청두에서 유명한 커피 체인 굿 우드 커피 ©Weekender

따뜻한 계열의 색감을 주로 사용한 인테리어에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식물을 많이 사용한 것이 이들만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싱가포르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버즈 오브 어 페더의 하이라이트 공간  ©에리카
호수가 떠오르는 청아한 색의 이곳만의 오리지널 칵테일 ©에리카

이 카페가 있는 아모이 스트리트(Amoy Street)는 싱가포르의 비즈니스 중심가인 래플스 플레이스에서 한 블록 들어온 골목에 분위기 좋은 바들과 개성 있는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거리이다. 그중에서도 끝자락에 숨어있는 버즈 오브 어 페더(Birds of a Feather 끼리끼리 모인다는 의미의 영어 속담)는 이름대로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둥지를 찾아 모인 새들의 공간임에 분명하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싱가포르 카페 마니아들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곳으로 커피 맛으로 기분 좋은 펀치를 날리겠다는 귀여운 포부의 펀치(PUNCH)라는 곳이다. 


즐거운 발견, 아트리움이 포인트 - 펀치 (PUNCH)

펀치 외부 ©에리카

펀치가 위치한 곳은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이라 사실 유심히 살핀 적이 없던 지역이었다. 

필자는 누군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보고 마음을 사로잡힌 아담한 정원 같은 곳의 사진 한 장 때문에 이 곳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미리 알고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이 곳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푸릇푸릇 건강하게 잘 큰 화분 두 개가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곳을 찾았다.

이 공간 뒤로 안뜰이 있다 ©에리카

카페 내부로 들어서면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 잘 정돈된 느낌이 좋지만 생각했던 식물은 보이지 않아서 궁금할 수도 있을터.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금세 귀여운 작은 정원이 펼쳐친다. 

아트리움 ©에리카

싱가포르의 끝없이 내리쬐는 태양과 엄청난 기세로 갑자기 내렸다 그치는 비는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덕분에 이렇게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 작은 정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해가 너무 강한 낮에 그 에너지를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초록초록한 싱가포르다운 식물 인테리어 ©에리카


국내에서는 겨울이 오면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렇게 식물을 실외에까지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천장을 개방해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정원을 꾸미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도심에서 그것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현대인들이 점점 더 그린 인테리어에 끌리는 트렌드는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닐까. 높은 빌딩이 하루가 멀게 새로 생기는 싱가포르에서도 그린 인테리어의 인기는 식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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