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찾는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잠시나마 일상의 걱정거리를 잊고 감동과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업은 불황일수록 빛을 발한다.
오늘 소개할 웻 디자인 WET Design (Water Entertainment Technologies)은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인 물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워터 디자인’ 전문 그룹이다. 과학과 디즈니의 상상력이 만나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워터 디자인’이라니. 물을 어떻게 디자인한다는 걸까?
워터 디자인 기술이 선사하는 감동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꼭 봐야 한다는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쇼, 싱가포르의 새로 생긴 아이콘인 쥬얼 창이의 세계 최대 실내 폭포의 공통점은 바로 웻 디자인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여행객들이 꼭 봐야하는 코스로 손꼽는 분수쇼로 연이어 화제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이름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을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WET은 워터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Water Entertainment Technologies의 약자로 물을 이용한 기술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사업.
월트 디즈니는 자신들의 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 엔지니어 등 코어 멤버들을 일컬어 이매지니어imagineers 라고 부른다. 바로 ‘상상하다 imagine’ 와 ‘엔지니어 engineer’를 합한 단어이다. 웻 디자인은 세 명의 이 이매지니어들이 함께 1983년에 설립한 회사로,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웻 디자인은 물, 불, 안개, 빛을 이용해 200개가 넘는 ‘워터 작품’들을 탄생시켰는데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트레이드 마크 분수 쇼는 거의 이들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기술로는 빛, 워터 컨트롤, 특별히 제작된 공기 압축 기술을 적용한 분수 기계들을 포함해 60개가 넘는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 기존에는 없던 ‘워터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라는 산업을 창조해낸 이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웻 디자인의 CEO인 마이크 풀러는 미국의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태어났다.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물에 무척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이 살던 집 뒤에 있는 언덕에는 겨울이면 눈이 가득 쌓이곤 했는데 그 눈이 녹을 때면 엄청난 기세로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그 힘과 움직임에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고. 그렇게 어릴 적 자신의 관심사였던 물은 마이크 풀러 평생을 바쳐 연구하는 대상이 되었다.
웻 디자인에는 물리학자, 엔지니어, 음악가, 안무가, 무대 극본가 등 장르를 넘나드는 전문가들 250여명이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웻 디자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분수는 많은 면에서 역사적인 프로젝트이다. 이 벨라지오 분수의 제작에는 약 440억 원이 투여되었는데 32,000제곱미터 규모의 인공호수에 무려 1,200개가 넘는 워터 노즐과 파이프, 4,500개가 넘는 전구가 사용되었다. 음악에 맞추어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는 물은 특수 제작된 워터 노즐과의 연동으로 가능해졌다. 쇼가 시작되기 2분 전, 호텔은 음악에 따라 보라, 레드, 화이트, 블루의 라이트로 덮이는데, 휘트니 휴스턴,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셀린 디옹 등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이 주로 플레이된다. 쇼는 매일 저녁 30분마다 15분 정도로 진행된다.
그렇게 전 세계에 자신들의 독자적인 기술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분수쇼를 만들어낸 웻 디자인이 이번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폭포.
레인 볼텍스 Rain Vortex 라는 이름의 이 폭포는 마리나 베이 샌즈를 설계한 모셰 사프디가 또 한 번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은 싱가포르의 쥬얼 창이의 메인 어트랙션이다. 오픈하기 전부터 많은 매체에서 다뤄지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이 폭포는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날, 그 기대는 과장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진귀한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레인 볼텍스는 웻 디자인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기술의 집합체이다. 유리로 된 거대한 베이글 모양의 환상면체 정 중앙에 난 구멍을 통해 9층 높이에서부터 물이 쏟아져 내리는 구조는 그 누구도 이전에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물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공기를 가르고, 그 과정에서 안개를 만들어낸다. 자연이었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 레인 볼텍스는 세계 1위의 새로운 창이 공항의 쇼핑 컴플렉스의 실내에 위치한다는 점이 달랐다.
웻 디자인 팀은 이 난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기 흐름에 관한 연구를 수차례 진행했고, 마침내 고안해 낸 방법은 얇은 시트 형식의 작은 폭포들을 번갈아 교체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거대한 폭포에 비해 공기의 흐름을 덜 방해하는 방법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물줄기가 하나로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폭포의 흐름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디자인 팀은 실제 규모의 5분의 1 규모의 모형을 제작해 실험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 경우 실제 사이즈의 폭포와 같은 속도로 물이 낙하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모형과 실제 폭포의 갭을 채우기 위해 추가적인 수학적 분석이 필요했고, 폭포의 가장자리의 3분의 1 규모의 모형이 제작되었다. 3분의 1 규모라고 해도 워낙 거대한 모형이었던 터라 크레인을 이용해 공중에 끌어올려 물을 붓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실험을 위해서는 휴스턴 대학의 수공학 엔지니어가 자문을 맡았다. 웻 디자인이 이 폭포를 만들기 위해 적용한 기술은 둑을 세울 때 사용되는 기술과 비슷하지만 9층 높이의 인공 폭포를 만들겠다는 이들의 상상력이야말로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이다.
웻 디자인은 라스베가스, 두바이, 싱가포르 등 수자원이 부족한 곳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싱가포르 창이 쥬얼의 레인 볼텍스는 싱가포르에 잦은 동남아성 집중호우 때 모인 물을 사용하는데 그 양이 무려 3만 7천 리터 정도라고.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수입해 사용하는 싱가포르인만큼 수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 레인 볼텍스는 큰 의미가 있다.
레인 볼텍스 또한 웻 디자인의 시그니처인 라이트 & 음악 쇼와 함께 밤이 되면 더욱더 화려한 장관을 자랑한다. 매일 오후 8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한 시간마다 5분 정도 길이의 쇼가 펼쳐지는데 음악에 맞추어 스크린으로 변한 폭포에 레이저가 그림을 그려낸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무선 인터넷, 전기 자동차, 이제는 실내 인공 폭포까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모두 인간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상상을 공상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끝없는 연구와 노력을 하는 웻 디자인과 같은 이들이 있어 우리의 삶은 더욱더 다채로워지고 있다.
워터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라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낸 웻 디자인의 다음 프로젝트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