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싱가포르 쇼핑몰에서는 실내 클라이밍이 대세
1년 내내 평균 기온 32도 정도에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열대 기후인 싱가포르에서는 해가 뜨기 전후 이외의 시간에는 야외활동을 하기가 조금 힘든 것이 사실이다. 워낙 더운 데다 동남아식 스콜이 자주 몰아치니 웬만한 건물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된 지하도가 잘 발달됐다.
밀레니얼이 쇼핑몰을 즐기는 방법
자연스레 운동 또한 냉방이 잘 되는 쾌적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해 회원제 헬스장의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특히 전신운동에 좋다고 소문난 클라이밍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별로 다양한 클라이밍 센터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쇼핑몰 안에, 그것도 쇼핑객들이 지나다니는 한복판에 설치되어 있는 센터들이다.
대표 브랜드 클라임 센트럴 ©Climb Central싱가포르에는 우리나라의 지하철에 해당하는 교통수단인 MRT의 역마다 쇼핑몰이 하나씩은 있을 만큼 그 수가 많은데 역과 바로 연결되어 접근성이 좋아 약속 장소로 정한다거나 식사를 하러 가는 등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클라이밍을 하러 가는 장소로도 자연스레 자리 잡는 듯하다.
Funan Mall ©Raphael Olivier & Grant Associates
Funan Mall ©CapitaLand최근의 이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 곳은 후난 몰. 우리나라에 용산전자상가가 있다면 싱가포르에는 후난 디지털 몰 Funan Digital mall이 있었다. 카메라, 노트북 등 전자제품이라면 없는 것이 없는 쇼핑몰로 오랜 세월 사랑을 받다 3년 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2019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오픈했다.
후난 몰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현대적인 디자인과 친환경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어 주목을 받았다.
어반 가든 ©Raphael Olivier & Grant Associates
크리에이티브 허브를 이미지 한 디자인 ©Raphael Olivier & Grant Associates싱가포르의 대표 부동산 개발업자인 캐피타랜드 CapitaLand에서 개발하고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된 ‘가든스 바이더 베이 Gardens by the Bay’, 센토사의 조경을 담당한 영국의 조경설계사무소 그랜트 어소시에이츠 Grant Associates가 큰 그림을 디자인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 건축과 조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하는 그랜트 어소시에이츠의 철학은 후난 몰의 설계에도 잘 드러난다.
에더블 가든 시티와의 협업으로 만든 도시 농장 ©Raphael Olivier & Grant Associates7층짜리 건물은 기존의 ‘쇼핑몰’이라는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레저, 웰빙, 쇼핑, 코워킹 스페이스, 루프톱 가든 등 다양한 기능의 공간이 한 지붕 안에 모여있는 거대한 크리에이티브 허브를 표방한다.
루프톱 가든에 설치된 도시 농장은 거의 대부분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에서 지속 가능한 현지 공급을 목표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에더블 가든 시티와의 협업으로 조성되었다.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옥상 공간 ©Raphael Olivier & Grant Associates정문에서 후문으로 통과하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둔 도로 또한 흥미로운 요소이다. 아직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많지 않은 싱가포르에서 조금씩 자전거 사용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꽤나 파격적인 디자인을 시도한 것.
24시간 개방되는 자전거 도로와 함께 바이크 숍, 샤워 시설 등이 있어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몰을 가로질러 통과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 © Hardwarezone.com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후난 몰의 하이라이트는 싱가포르의 대표 실내 식물원인 가든스 바이더 베이의 한 코너를 옮겨 온 듯한 클라이밍 벽이다.
싱가포르의 쇼핑몰들은 건물 중앙을 개방한 형식의 공간 구성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후난 몰 또한 시원하게 탁 트인 중앙 공간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클라이밍 벽을 설치했는데 네온 컬러의 홀더들이 몰에 사용된 컬러풀한 네온사인들과도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또한 벽은 거대한 하나의 공중정원처럼 식물들로 가득 채워졌다.
중앙에 배치된 클라이밍 벽 ©Raphael Olivier & Grant Associates
클라이밍 벽 ©Raphael Olivier & Grant Associates쇼핑몰을 찾은 이들은 중앙에 설치되어 시선을 끄는 클라이밍 센터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새로운 스포츠를 접하게 된다. 이렇게 싱가포르에서는 조금씩 실내 클라이밍이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는 중인 듯하다.
컬러풀한 홀더들이 디자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Sgvue.com
사람들의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바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과도 큰 연관이 있다. 싱가포르의 트렌드에서 볼 수 있듯 일상에서 이용하는 공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글 디자인 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참고 Grant Associates
https://grant-associates.u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