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a Coffee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진귀한 물건과 외국인들로 언제나 붐비는 무역의 도시.
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중동의 교차점에 위치한 모로코 중부의 상업 도시 마라케시 Marrakech는 다양한 문화가 만나 탄생한 건축물과 이 도시가 가진 아름다움은 많은 여행자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되어왔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그런 마라케시의 매력을 잘 함축하고 있는 바샤 커피 Bacha Coffee. 싱가포르를 첫 해외 진출지로 선택해 쇼핑의 메카 오차드에 매장을 연 후 수많은 커피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이곳에서 까다로운 커피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샤 커피의 이야기는 1910년, 지금도 여전히 마라케시에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주지사의 집이라는 뜻의 ‘다 엘 바샤 팔레스 Dar el Bacha palace’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문화권에서 차와 커피가 사교의 장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왔던 것처럼 다 엘 바샤 팔레스에서도 아라비아의 커피, 아라비카 한잔을 놓고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로는 찰리 채플린, 프랭클린 루스벨트, 윈스턴 처칠 등 문화, 정치계의 굵직굵직한 이름들이 거론된다.
다 엘 바샤 팔레스의 중앙에 마련된 안뜰에는 분수가 있고 그 주변에는 오렌지 나무가 심겨 있는 전형적인 모로코식 건축양식이다. 마라케시의 세련된 생활수준을 반영하는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정교하게 조각하고 하나하나 페인트칠을 한 삼나무 천장과 블랙 & 화이트 체크로 장식된 대리석 바닥, 짙은 오렌지색 사프란으로 색을 낸 포르티코(건물 입구에 기둥을 받혀 만든 현관 지붕)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싱가포르 매장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110년이 지난 지금, 커피를 사이에 두고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그 마라케시의 커피하우스의 명맥이 이곳에서 다시 이어진다.
다 엘 바샤 팔레스의 안뜰은 마라케시의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복잡한 바깥세상을 잠시나마 잊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오아시스와 같았다. 야자수와 오렌지 나무를 감상하며 손님들이 담소와 함께 커피를 즐겼던 것처럼 싱가포르의 매장 또한 쇼핑객들이 바쁘게 오고 가는 쇼핑몰 안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공간이 되었다.
디자인은 마라케시의 요소를 가져오되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마라케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굴 식물인 부겐빌레아는 중국식 청자 화분에 반영되었고 철제 프레임은 다 엘 바샤 팔레의 내부를 떠올리게 한다. 매장 전체를 관통하는 오렌지와 인디고 색상은 마라케시를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야자수는 없지만, 그 자리를 화려한 남국의 꽃과 샹들리에가 대신하고 있다.
매장의 강렬한 색감과 인테리어 외에도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바로 200종이 넘는 커피 빈이 담긴 오리지널 케이스가 진열된 광경이다. 100% 아라비카 커피라는 점을 강조하는 바샤 커피는 싱글 오리진 커피, 파인 블렌드 커피, 디카페인 커피 등 커피의 종류와 각 커피의 맛을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그라인드 종류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이 무궁무진하다.
바샤 커피는 손님들이 앉아서 커피와 페이스트리를 직접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커피 룸 Coffee Room으로, 제품을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공간은 커피 부티크 Coffee Boutique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33개국에서 생산되는 커피 빈을 공수해 온 다음 싱가포르에서 하나하나 핸드 로스팅을 한다고. 덥고 습한 날씨인 싱가포르 기후에서 최상의 맛을 선보일 수 있는 비결이다.
2019년 9월 싱가포르에 첫 매장의 문을 연 이후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끈 바샤 커피는 바로 그다음 달 일본계 백화점인 다카시마야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30석 규모의 첫 번째 매장에 비해 규모는 조금 작은 8석의 카운터 자리를 설치해 좀 더 프라이빗한 느낌을 강조했다. 바샤 커피에서는 고객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도록 커피 마스터들이 도와준다. 부티크라는 명칭에 걸맞게 고객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커피 마스터들은 오늘날 우리가 모카커피라고 알고 있는 종류는 15세기에 모로코의 학자였던 샤드힐리 al-Shadhili가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의 도시인 모카 Moka로 들여온 커피로, 진한 초콜릿 향이 특징이라는 등의 재미난 이야기 또한 들려준다.
또한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은 식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식기에도 마찬가지로 전체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마라케시를 떠올리는 사프란 컬러가 메인 포인트로 사용되었는데 요즘 트렌드인 뉴트로 스타일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북유럽 스타일의 미니멀하고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주류인 국내에서는 비교적 접할 기회가 적은 개성 강한 공간 디자인이 인상 깊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남국인 싱가포르와 참 잘 어울리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마라케시의 이야기와 매력을 그대로 담은 공간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커피로 싱가포르의 커피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바샤 커피. 요즘 가장 핫한 커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랜드이다.
글 디자인 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참고 바샤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