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 위주의 클럽 1880
럭셔리는 물건이 아니라 경험이다
스트레이츠 클랜은 창립자부터 좀 더 젊은 층의 중국계 싱가포르인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또 하나의 멤버십 클럽인 1880은 캐나다인 사업가인 마크 니콜슨 Marc Nicholson이 설립해 좀 더 주재 서양인 위주의 클럽이다.
마크의 부모님은 본인과 누나가 어렸을 적 수요일 저녁마다 예술가, 정치가, 사업가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세계평화, 성평등 문제, 기아, 지구온난화, 자본주의 등 그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수요일 저녁 (Wednesday Night)’이라는 모임을 운영하셨다.
비록 그때 당시 남매는 어렸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 또한 그렇게 다양한 이들이 모여 서로를 지적으로 고무시키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멤버십 클럽 1880이다.
2014년에 오픈한 클럽 1880의 디자인은 많은 부분에서 스트레이츠 클랜과는 차별되는데 스트레이츠 클랜이 싱가포르의 특징을 잘 살린 밝은 색 위주의 컬러 패턴을 사용하고 위치 또한 누구나 지나다니면서 쉽게 볼 수 있는 1층에 위치하고 있다면 1880은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갈 수 있는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인터컨티넨털 호텔 건물 뒤편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마치 다른 차원의 우주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일상 세계에서 1880의 세계로 이동한다는 콘셉트로 디자이너의 의도한 것이다.
화려한 은하계를 지나가듯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 도착한 그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화려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벽을 장식하고 있는 이란 출신 세계적 사진작가 호다 애프 셰어(Hoda Afshar)의 사진작품 세 점.
본인 스스로 이란 출신인 작가 호다는 서구권의 시선으로 중동 여성들을 바라볼 때 가지는 편견과 오해를 재치 있게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80의 로비에 이렇게 호다의 작품을 메인으로 걸어둔 것은 아마도 이 멤버십 클럽이 기존의 전통적 멤버십 클럽이 남성 위주의 폐쇄적이었던 것에 반해 여성 멤버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참여를 활발히 장려하는 문화를 대표하는 의미인 듯하다.
클럽의 디자인은 영국 출신 디자이너 티모시 울톤(Timothy Oulton) 스튜디오에서 맡았다. 가구 디자인으로 시작해 지금은 인테리어 디자인도 함께 하고 있는데 1880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맡은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티모시 울톤(Timothy Oulton) 스튜디오는 핸드메이드 가구 브랜드로 시작한 만큼 디테일과 퀄리티에 중심을 두는 스튜디오로 유명하다. 특징으로는 주로 화려하고 큰 패턴을 사용하고 영국의 클래식한 스타일을 잘 표현하는데 1880의 디자인에서도 그들의 장점을 잘 살렸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지만 1880에서는 아예 그 경계가 없어진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을 하는 멤버들의 경우에는 바에서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가지기도 하고 6시 이후가 되면 다들 함께 바로 옆에 마련된 바에서 해피아워를 즐긴다.
참고로 1880의 멤버십 클럽은 2000명만 가입할 수 있고 첫 가입비는 싱달러로 7천 불(한화 약 650만 원), 연회비는 2천 불(한화 약 180만 원) 정도라고.
스타일도, 멤버 구성도 다르지만 두 곳 모두 현재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멤버십 클럽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