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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Apr 23. 2020

장미를 사막에서 키우려 하지 마세요

어떤 식물이라도 키워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각각의 꽃, 식물은 가장 잘 크는 적합한 환경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그늘에 두거나 혹은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 두어야 하잖아요. 장미가 가장 잘 클 수 있는 환경, 몬스테라가 가장 잘 클 수 있는 환경이 각각 다르니까요. 장미를 사막처럼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키우면서 장미에게 너 왜 이렇게 약해 빠졌냐고. 저 옆에 선인장처럼 강하지 못하냐고 하지 않겠죠.


동물도 마찬가지예요. 물고기는 물이 필요하고, 호랑이는 고기가 필요해요. 땅에 떨어진 물고기가 땅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간다고 해서 물고기가 나약한 게 아니잖아요. 그저 물고기는 물이 필요한 동물일 뿐. 강인한 힘으로 사냥을 할 수 있는 호랑이가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지 못한다고 해서 무능한 게 아니고요.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 내가 타고난 능력은 각각 다르죠. 무엇이 더 우월하고 열등한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에요.


예전에 블로그에서도 '영혼의 동물 spirit animal'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https://jieunerika.blog.me/221685092643)

저는 독수리가 되려고 억지를 부리는 사슴이었어요. 풀밭에서 유유자적하며 평화로운 상태를 가장 좋아하는 사슴이 독수리 무리에 (그것도 제 발로) 들어가서는 자신을 그들과 비교하면서 '왜 나는 저들처럼 발톱이 날카롭지 않지. 왜 나는 저들처럼 빠르고 강하지 못하지. 왜 나는 이렇게 나약해 빠진 거지. '라며 계속 자신을 괴롭혔어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잘 정도로 괴로웠던 이유는 정말 간단했어요. 저는 사슴이고 그들은 독수리였으니까요. (실적 압박이 심한 세일즈 업무를 한동안 한 적이 있어요)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 괴로워했던 모든 상황들이 허무할 만큼 아무렇지 않아 지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 행동, 사람들을 가까이 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다시 행복해졌어요. 그저 다른 존재가 되려 억지로 노력하지 않고 제 본모습대로 돌아온 것뿐인데 말이에요.


장미와 소나무를 두고 비교하지 않고, 물고기와 호랑이를 두고는 비교하지 않으면서 우리 인간은 겉모습이 비슷하다 보니 타인과 비교하기 쉬운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도 모두 각자 편안한 환경, 가장 건강하고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환경이 달라요.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도 나와는 다르고, 심지어 쌍둥이라도 나와는 다른 존재예요. 그리고 내가 가장 편안한 상태는 나만이 알 수 있어요.


직장이든, 인간관계이든 지금 있는 환경에서 나만 이상한 것 같다거나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시나요. 억지로 노력해야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어쩌면 나에게 맞지 않는 환경일지 몰라요. 내가 성장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과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 투쟁하는  달라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혹시 장미를 사막에서 키우려고 하면서 시들어가는 장미를 나약하다고 나무라고 있진 않은지.

장미는 아무 죄가 없어요.
그저 맞지 않는 환경에 놓였을 뿐.
장미에게 맞는 정원으로 하루빨리 옮겨주는 게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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