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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un 26. 2020

싱가포르의 50년 뒤 모습은 이미 계획되어 있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고 없음의 차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한 발씩 차근차근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그 목표에 이르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국가 단위의 목표는 다수가 관여하는 일이다 보니 변수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혼자서 계획을 짜고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그래서 변수를 최소화하고 긴 안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민과 공유하는 마스터 플랜

 


마리나 베이 © pixabay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이 모여있는 마리나 베이 지역은 원래는 갈대로 덮인 염습지였다. 1970년대에는 싱가포르 강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오염이 심해지고 홍수가 빈번해 범람이 반복되었고뱃사공들이 배를 타고 물건을 나르거나 판매를 하던 아날로그식 물류산업이 점차 쇠퇴하면서 마리나 베이는 노후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후 경제적 자립을 강구하던 싱가포르는 예전의 항구도시의 영광을 다시 되찾는 방안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면적 약 360헥타르에 이르는 이 지역을 대대적으로 간척해 국제적인 금융과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와 함께

 

마리나 베이 개발 계획도 © URA
현재는 풀러턴 베이 호텔이 들어선 클리포드 피어의 옛 모습 ©Low Kam Hoong)


 

유럽과 미국의 수변도시를 벤치마킹해 세련되고 품격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1단계(2008~2015)에서는 비즈니스 중심지구와 도로망을 확장하고, 2단계(2015~2025)에서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컨벤션쇼핑몰 등이 완공되고 국제금융센터 등을 비롯해 고급 주거시설이 함께 건립될 예정으로 계획이 진행되었다. 2025년 이후의 3단계에서는 이 모든 핵심시설들의 개발이 완료되고 난 후에는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관리와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오피스가 모여있는 비즈니스 지구 © pixabay


 

그리고 마리나 베이 지역은 실제로 그 계획에 따라 매년 부지런히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데 그만큼 1년 내내 곳곳에서 공사가 이루어지는 풍경이 싱가포르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기도 하다어느 날 공사가 시작되었나 싶으면 얼마 뒤면 새로운 건물이 뚝딱하고 생겨나 있다이렇듯 계획한 대로 목표를 향해 착착 진행해가는 싱가포르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한데 그건 바로 정권이 바뀌는 것에 상관없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진정한 의미의 마스터 플랜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에는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현지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호커센터(야외 푸드코트 개념)인 맥스웰푸드센터라는 곳이 있다그리고 그 바로 앞에 위치한 빌딩이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들러봐야 할 싱가포르 도시 재개발청’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이다



URA 센터 입구 © Visit Singapore


 

URA 센터는 도시 재개발청의 오피스 건물과 함께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시티 갤러리를 함께 운영 중이다싱가포르의 과거현재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갤러리는 싱가포르가 추구하는 정책의 투명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어른 아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금 자신들의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는지 설명하고자국민에게는 신뢰를이 곳을 찾는 외국인에게는 다시 한번 싱가포르의 저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URA 슬로건 © URA


 

URA는 싱가포르의 토지 계획보존을 관할하고 장기적인 플랜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국민들의 퀄리티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중심 목표로 국토라는 공공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기관이다

국토 면적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일념에서 나온 것이 바로 40~50년 후의 경제상황과 인구수송 문제 등을 고려해 큰 그림을 그리는 콘셉트 플랜과 중기적으로 10~15년 정도를 내다보고 계획하는 마스터 플랜이다

 

콘셉트 플랜 일러스트 © URA


 

1971년에 처음 발표된 콘셉트 플랜 구조 © URA



2011년에 재검토된 콘셉트 플랜 © URA


 

40~50년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내다보고 계획을 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만큼 이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투자해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접근방식은 싱가포르가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정부가 자신들이 가진 조건을 영리하게 잘 살려 활용하고 그것이 국민들에게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이 외국인으로서는 가끔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콘셉트 플랜으로 큰 그림을 그린 다음, 10년 단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마스터 플랜은 5년 단위로 변화되는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재검토된다마스터 플랜은 일반 시민들에게 전시의 형태로 공개되고 직접 시민들의 피드백을 듣고관계자들의 의견과 함께 실제로 리뷰 과정에 반영되어 그 결과를 공식적으로 웹사이트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마스터플랜 전시회 © URA


 

그룹별로 진행되는 프라이빗 전시회 가이드© URA

 

또한 건축도시계획환경단체 등 다양한 섹터별 관계자들과 따로 진행하는 투어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실제로 듣고 반영해 정부가 독자적으로 주도하는 계획이 아닌 싱가포르 시민 모두가 직접 참여해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이렇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과정을 실제로 경험하며 시민들은 더욱더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갖고 믿어주는 선순환이 생겨난다

 

 

여행객들은 싱가포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입체 지도모형을 보며 여행 계획을 짜기도 하고 도시계획개발에 종사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URA를 방문해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할수록 싱가포르의 국가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마케팅되는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도모형을 관람하고 있는 여행객들 ©에리카


 

현재와 미래 계획을 함께 보여주는 모형 ©에리카


 

URA 내부의 북카페 ©에리카


싱가포르 관련 책들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에리카


1층에는 북카페를 함께 운영 중인데 싱가포르 로컬 작가들의 작품과 싱가포르의 역사문화에 관련된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한다여행객들은 URA 내부를 관람한 후 이 카페에 들러 쉬어가며 자연스럽게 책으로 한번 더 싱가포르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경제포럼(WEF)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인프라와 보건, 노동시장, 금융 시스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항구도시였던 싱가포르가 국가경쟁력 1위에 오를 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목표를 정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명하게 정책을 운영해나가는 이런 정부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글 사진 디자인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협조 URA

https://www.ura.gov.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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