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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팕 Sep 21. 2022

손절한 친구를 추억하는 일

* 손절 : '손을 끊는다'는 의미로 생각하여 사람 간의 인연을 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절교'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경제용어인 '손절매'에서 유래하였다.


얼마 전 록 페스티벌에서 사람들이 우효의 노래 민들레를 떼창 하는 영상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 2016년만 해도 나만 알던 가수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떼창 하는 노래의 가수가 되었다니. 사실  그 시절에도 나만 알던 것은 아니었겠으나 내 주변에 우효를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우효 좋지~" 하며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나는 때때로 마이너 한 취향이 곧잘 맞기도 했고, 어디서 이런 것을 알아왔나 싶은 희한한 것들을 서로 잘 알려주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과 나누기에는 어쩐지 낯 간지러운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랄지 영화나 책, 음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하기를 좋아하며 잘 떠들고는 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다 같이 친한 친구더라도 이 친구와는 이런 부분이 통하고, 이 친구와는 이런 이야기가 잘 통하는. 때때로 얄미운 구석이 있어 언제나 편안한 친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꼭 자석같이 그 친구만을 찾게 되는 어떤 면이 분명 있었다. 


어떤 것을 콕 집어 이것 때문에 멀어졌다고 할 것이 마땅치 않지만 시기상으로 그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며 멀어졌다. 상황이 달라지면 한 때 친구였더라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고는 하나 그 친구만큼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멀어졌다. 사실 언제부턴가 그녀는 나를 비롯해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을 본인의 일상에서 청소하려 한다는 심증을 예전부터 느껴오고는 했다. 정확한 사건은 없었지만 없이 이리저리 불쾌한 경우들이 쌓이다가 부자연스럽게 우리는 멀어졌고 어느 날 다른 친구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보게 됐다. 임신한 상태였다. 자석처럼 들러붙던 친구가 임신을 했다면 축하와 축복을 해주어야 마땅하나 축복은커녕, 아니 인사는커녕 알은 척도 안 하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여러모로 서늘한 일이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서늘함에 몸을 두어 번 떨게 된다. 


이제는 연락도 하지 않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영 자취를 감춰버린 바람에 그 친구는 나의 우주에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다정한 물리학자 이상욱 교수님은 그런 이야기를 하셨지.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쪼개진 원자의 형태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나의 우주에서는 이런저런 취향을 꺼내어 들 때 부서진 친구의 원자가 존재한다. 우효의 노래나, 라파엘라 카라의 노래를 들을 때. 올림픽 공원을 지날 때. 일상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을 느끼며 부서지기 전 친구의 형태를 추억하게 된다. 나의 우주에서는 비록 부서졌지만 그 친구의 우주에서는 온전히 건강히 지내리라 빌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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