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싱글로 고고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카페에서 내 자리 바로 앞에서는 한 쌍의 커플이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다. 야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그들의 애정 행각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 쳐다볼 수도 없고, 쳐다보지 않을 수도 없는 이 무안함.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코를 만진다. 바로 정면에서 펼쳐지는 애정행각을 못본 척 하고 노트북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려니 눈이 시려온다. ‘노안인가’라는 생각에 미치는 순간 더욱더 서러움이 물밀 듯 밀려온다.
‘물고문’...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일단 시야가 빼앗기니 힘들다. 애써 먼 풍경을 바라다보지만 ‘눈 둘 곳 없다는 것’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엔 여자가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토요일 늦은 오후에 동네 카페에 온 내가 잘못이지. 다시한번 세상의 싱글남녀에게 고한다. 주말 늦은 오후나 저녁 때는 집에서 TV를 끼고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카페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언젠가부터 카페에 들어가면 커플 옆은 자연스럽게 피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유독 유난을 떠는 커플들이 있기 때문이다. 꼭 봐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싱글 징크스’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외롭고 센치한 날에는 지하철에서건 버스에서건 ‘나를 따라다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한 애정 행각을 심심찮게 발견할 때가 있다.
물론 커플 못지 않게 싱글도 늘어난 요즘 ‘혼자 하기’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공’(혼자 공연보기). 주변에도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된 ‘고고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혼자 글쓰는 일이 직업인 탓에 십여년 전에 ‘혼밥’, ‘혼영’ 정도를 실행해봤는데 생각보다 나를 신경쓰는 사람도 많지 않고 꽤 할 만했다. 이제는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혼자족’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마케팅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혼자 놀기’ 전공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날이 딱 3일 있다.
바로 생일, 발렌타인 데이,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다. 이런 날에 유독 ‘싱글 징크스’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는 이런 날조차 무심하게 보내는 ‘고고녀’들도 있지만 이런 날을 잘못 보냈다간 자칫 두배로 우울해질 수도 있다.
나 역시 주말에 가족과 생일 기념 식사를 한 뒤 정작 생일 당일에는 지친 몸을 버스에 싣고 집으로 오는 길에 차창 밖의 쓸쓸한 석양은 쓸쓸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콕 박혀있다. 며칠째 일에 시달리느라 정작 생일 당일에 어떤 계획도 못 세웠던 터였다.
때문에 그 날 이후 적어도 생일 저녁은 친한 친구나 지인들과 저녁이라도 한끼 하면서 훈훈하게 보내니 한결 나아졌다.
주변에는 나이가 든 뒤로 생일을 기념하기 싫어졌다거나 애인도 없는데 생일을 뭐하러 챙기냐는 등 시니컬한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1년에 하루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이브도 마찬가지다. 괜히 모르고 나갔다가 굳이 외로움을 체험하느니 약간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찜질방이나 헬스장, 서점 등을 찾거나 혹은 집에서 못본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보면서 주도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다.
특히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외로움을 피하려 소개팅과 미팅 등 각종 만남이 폭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급조된 만남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할 만한 누군가를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당일 날도 만남을 가져봤지만 상실감만 더 커질 뿐이다. 그런 날에 낯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느니 차라리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보내는 편이 훨씬 낫다.
때문에 ‘싱글 징크스’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의 근육일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에서도 당당하게. 쫄지말고. 누군가의 시선 보다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당당함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덧 눈앞에서 내 앞에 앉아있던 그 커플이 사라졌다. 그래. 역시 버티는 사람을 이기는 자는 없다. 누군가 그랬던가.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Q.자신만의 ‘싱글 징크스’가 있나요? 있다면 피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