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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Dec 10. 2020

키라네 책 부엌 : 따스한 숲 속 책방

#제주책방투어 시리즈 2



안타깝게도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혼자 살 땐 요리를 안 해봐서 몰랐지, 막상 해보니까 소질이 있더라는 후기는 나와 상관없는 말이었다. 가만 보니 요리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더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듯 사랑을 나눌 줄 알고, 갓 나온 따끈따끈한 음식처럼 마음도 따뜻하다는 것. 그들은 책 읽는 걸 좋아하고 훌쩍 떠나는 여행도 좋아한다. 둥글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내가 요리를 잘 못한다고 해서 이에 반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나도 다정한 사람이긴 하지만, 소금 한 스푼만큼의 조미료가 빠진 느낌이랄까. 플레이팅 마무리 단계에서 꼭 필요한 초록빛 허브를 찾다가 찾지 못했을 때 오는 그런 느낌이 늘 아쉽다.



제주도에 요리나 음식 관련 소설과 에세이를 모아 둔 책방이 있단다. 사진을 찾아보니 리틀 포레스트 영화에 나올법한 작은  속에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하늘색 지붕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작은 집은 이름마저 사랑스러운 <키라네  부엌>이다. 한 시간에 한 팀만 예약을 받는대다 휴무일도 따져봐야 하는 등의 이유 때문에 찾아가기가 쉽지만은 않다. 지난 제주여행에서는 놓쳤지만 다시 찾은 제주에서는 기회를 꼭 붙잡았다.



키라네 책 부엌


“안녕하세요? 내일 1시쯤 예약 가능할까요?”

-“네. 책방 이용 방법은 아시나요? 한 시간 동안 예약자 일행만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네. 그런데 한 시간 동안 보통 무얼 하나요?”

-“음… 손님들이 천천히 책방 구경도 하시고, 책도 읽다가 가시곤 해요.”



사진상으로는 (책 읽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한 시간이나 책방을 둘러볼 정도로 큰 규모의 서가인 것 같지는 않아서 여쭤 본 말이었다. 그런데 웬걸. 작은 책방이라 여겼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 잠시라도 앉아 있을 시간도 없이 이방, 저 방을 잰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기 바빴는데, 그러다가 시계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45분이 지나고 있어 마음이 분주해졌다. 아직 책도 다 둘러보지 못했고, 방명록도 쓰지 못했고, 잠깐 앉아 귤을 까먹거나 책을 읽기는커녕, 사고 싶은 소품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는데 곧 나가야 할 시간이라니. 책방지기님의 친절함에 응대할 새도 없이 내 눈은 책장을 향해 레이저만 쏘아대고 있었는데 말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키라네 책부엌 방명록


<키라네 책 부엌>의 주인장님 키라 님은 음식 관련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며 힘든 시기를 이겨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받은 위안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로즈마리향이 가득한 이 작은 책방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었으니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흐린 날 우리는 그렇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괜찮아질 힘을 얻곤 하니까. 내가 힘들 때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늘 책이었다.


단지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책을 좋아한다고 한들 음식 관련 소설이나 에세이가 이렇게 흥미롭게 다가올 줄 몰랐으니... 글쎄, 하루키를 좋아한다면서 하루키 소설 속에 등장한 요리만을 모아서 쓴 책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프랑스 작은 마을 알자스를 배경으로 한 와인 이야기, 할머니의 식탁 이야기, 샐러드의 맛 혹은 제주의 요리만을 모아놓은 이야기 등 책의 첫 장을 들춰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 한참을 서성였다.



키라네 책 부엌 실내에서는 짚신 슬리퍼를 실내화로 내어 주신다.




책만큼 내 눈을 즐겁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요리 관련 소품이었다. 요리는 못해도 어여쁜 그릇이나 핸드메이드 컵받침을 보면 일단 내 품으로 데려올지 말지 고민하는 데 적잖은 에너지를 꼭 쓰고야 만다. 기성품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정직한 생산자의 식품(식초, 과일청, 차, 와인 등)도 소량 팔고 있었는데,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 한아름 사고 싶었지만 온라인 구입도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참았다. 내 것 챙기기에 정신없었던 건 비밀도 아니겠지? (웃음)


이제 정말 다음 타임 손님들에게 책방을 내어 주어야 할 시간이다. 구입한 것들에 대한 계산을 하려는데 미리 준비해두었다며 굿즈를 챙겨주셨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제주 차도 한 잔씩 내어주었을 텐데 아쉽다며 티백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으신다. 종이나 연필 같은 문구를 사랑하는 나는 함박웃음을 짓고는 헤어질 시간이 되어서야 대화를 더 나누고 싶어 안달이다.


앗. 키라네 책 부엌 전체에 퍼져있는 로즈마리향을 만들고 있던 캔들워머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그건 책방 주인, 키라 님이 직접 도자기 공방에서 주문 제작하여 만든 거라고 한다. 전시되어 있던 건 아니었는데,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그것까지 나는 기어코 꽁꽁 싸매 데리고 왔다. 다정한 키라 님은 뒷마당에 있는 로즈메리 가지를 한 움큼 떼어다 함께 싸주셨고. 후아. 나는 상쾌한 허브향을 제주에서부터 집으로 가지고 온 셈.


과연 로즈메리는 살아남았을까요?





  '◡'  키라네 책 부엌 인스타그램 



   '◡' 자세한 정보성 후기는, Erin쌤 블로그에 한 후에 링크 걸게요!

  '◡' 책방 투어 유투브 영상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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