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호영 Feb 24. 2021

클럽하우스의 기쁨과 슬픔

클하 2주 생존기

'일론 머스크와 한 방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SNS, 클럽하우스는···'으로 시작하는 기사를 읽고 눈이 번쩍 떠졌다.


'클럽하우스?'


한 마디로 신상 SNS인 클럽하우스는  iOS 환경인 아이폰(혹은 아이패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이미 사용 중인 유저로부터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한 폐쇄적 공간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부터 인스타그램 친구들 몇몇이 새로운 SNS라며 미묘한(?) 인증을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았던 게 바로 클럽하우스였던 것이다.


뒤적뒤적 구글링으로 정보를 더 찾아보았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클럽하우스는 현재까지 베타 서비스로 운영 중이다. 문제는 10명도 안 되는 직원이 만든 어플이다 보니 아직 안드로이드 환경의 스마트폰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 초대장도 초대장이지만,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 아닌 유저들과 편이 갈리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클럽하우스에 가입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으니 아, 나는 얼마나 간사한 인간인지!





¶클럽하우스 1일 차

초대장을 받은 날, 그게 뭐라고 기분이 좋아 펄쩍펄쩍 뛰었다. 가장 먼저 일론 머스크와 마크 주커버그를 찾아봤다. (그들은 더 이상 클럽하우스에 나타나지 않는다.) 연예인이나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방에 들어가 "팬이에요."라고 말하거나 자신 있는 주제의 방에 들어가 말 한마디 하는 용기를 장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이상하기도 하지, 심장은 왜 이리 쿵쾅대는 걸까...'


¶클럽하우스 2일 차

이런저런 유용하고, 무용한 여러 주제를 가진 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나는 마치 메뚜기처럼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마이크를 잡고 있는 모더레이터(moderator, 진행자)나 스피커(speaker, 참여자)의 프로필을 습관적으로 클릭해보았다. 하나같이 다 무슨 무슨 CEO, 대표, 아나운서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살고 있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회사의 임직원인 경우가 많아 문득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왜? 나는 나인걸?' 하며 자위(自慰) 해 보았지만, 뭐랄까 알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달까.


¶클럽하우스 3일 차

그럼에도 나는 클럽하우스를 켰다. <하... 이거 또 켰네... 진짜 큰일 났다...>라는 방제가 보였다.

'사람들도 다 비슷하구나.'


¶클럽하우스 4일 차

죄책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 3일간 클럽하우스에서 듣고, 말하고, 기웃대느라 수많은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직업을 전환한 지 3년 차, SNS는 나에게 소통하고 홍보하는 일터이기도 하다. 요즘 핫하다는 클럽하우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했다.

'이 시간에 글을 쓰지, 으이그...'


¶클럽하우스 5일 차

그동안 스피커로 여러 번 참여하고, 모더레이터도 해보면서 감을 익혔다. 하루라도 빨리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방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모더레이터가 되는 방법>, <좋았던 주제의 방 소개> 같은 그룹에서 이런저런 사례를 듣고 깨달은 점이 많아졌고, 메모까지 해가며 정보를 수집했다.


¶클럽하우스 6일 차

다정한 반말로 대화를 나누는 방을 열어보았다. 주제는 <여행 이야기>였는데, 반말로 진행하는 방의 문제점을 맛보았다. 모더레이터가 공인이 아닌 이상, 스피커들끼리만 가까운 사이로 보일 수 있기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다가 소외감을 느껴 금세 방을 나가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클럽하우스에는 친목을 목적으로 한 방도 있지만,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경청하고, 공감할  있는 자리를 만들고 유용한 정보를 나누자.'


¶클럽하우스 7일 차

<외국어에 진심인 사람들>에서 스피커로 참여했다가 정기적인 모더레이터 (Co-host)로 함께 활동하기로 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독려하며,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제법 재미가 있는데, 실제 영어 공부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 목말라있는 외국어 분야가 아니던가!


¶클럽하우스 8일 차

장거리 운전할 일이 있어 음악을 듣는 대신 클럽하우스를 들으면 어떨까 했다. 나도 말을 하고 싶은 순간 (끼어들고 싶은 순간)에 마음껏 참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 이방인일 뿐이고, 굳이 내가 말 한마디 덧붙인다고, 내가 아는 정보를 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팟캐스트와 음악을 번갈아가며 들었다.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나는 그토록 사랑했었는데...’


¶클럽하우스 9일 차

쿠바댁 린다 언니와 <쿠바 탐구 생활> 방을 열었다. 조금 더 부드러운 진행을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웠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에 대해 회의하고 간단한 대본도 작성했다. 두 모더레이터가 쿠바에 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도중, 스피커가 추가 질문이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마치 라디오 진행자가 되어 게스트를 받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 듯 하여 나름 만족했는데, 한정된 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다 줄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클럽하우스 10일 차

열기가 약간 시들해진 느낌이 들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가득하던 이런저런 방들의 개수가 조금 줄어들었다. 전문가나 공인이 오픈하는 방 역시 줄어들어고, 사람이 많은 시간대인 주말이나 밤늦은 시간에만 방 과열 현상이 일어난 듯 보였다. 유명인이 아닌 이상, 낮 시간대를 공략하여 방을 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클럽하우스 11일 차

지난 얼마간 클럽하우스 때문에 넷플릭스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나조차도 영화나 책을 보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오늘 밤만큼은 영화를 감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만히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이  가치 있다 여겨졌다.


¶클럽하우스 12일 차

<외국어에 진심인 사람들> 두 번째 모임이 있었다. 나만의 외국어 공부법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다. 이어폰으로 그들의 말/조언을 들으며 손글씨로 메모했다. 다시 블로그로 옮겨 보았고, 블로그 이웃들이 관심을 보였다.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로 단톡 방에서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으며 배워가는 것이 분명 있었다.


¶클럽하우스 13일 차

클럽하우스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잘 선별해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클럽하우스 16일 차

<마케팅/브랜딩>, <카페 추천>, <제주여행정보>, <다양한 여행>, <책 추천>, <문장 수집>, <외국인들이 오픈한 영어방> 등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지인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클럽하우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 모른다. 체감상 초반 열풍은 사라진 느낌이지만 여전히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클럽하우스 역시 그렇다. 새롭게 소통하는 방식이 탄생했다.  관심사를 하나로 표명할 이유도 없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이트를 얻을  있다. 그러나 시간 투자 대비 득과 실을 따지자면? 답을 하기 곤란하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미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오디오 기반의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클럽하우스는 살아남을 것인가? 프리랜서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소셜 네트워크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마케팅보다 중요한   진짜 실력을 키우는 , 나를 단련하는 , 단단한 내공을 쌓는 일이라는  잊지 말자.





P.S.

저의 브런치 이웃님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연말, 새해 인사도 못했는데 이렇게 2월도 막바지를 달리고 있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엔 브런치에서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헤헷


*

아래는 클럽하우스 가입 다음 날 공유했던, 클럽하우스에 관한 기본 정보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로 이동하여 읽어보세요. 같은 카테고리에 쿠바 모임 후기와 외국어 모임 후기도 남겨뒀어요. '◡'  










매거진의 이전글 키라네 책 부엌 : 따스한 숲 속 책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