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의 좋아하는 책방,<몽캐는 책고팡>을 나설 즈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 안으로 뛰어들까 했지만, 쏟아지는 빗속을 조금 더 걸었다. 돌담 틈에서 뻗어 나온 두툼한 나무줄기와 제법 퉁퉁한 수박밭을 지나 제자리로 돌아왔다. 우산 밖으로 삐져나간 옷깃에 빗방울이 스며들고 있었다.
애월에는 인기 많은 대형 카페가 많아서 여행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비 내리는 오후가 되자, 조용하고 아담한 공간을 찾고 싶었다. 제주가 언제부터 이렇게 크게 느껴진 걸까. 이제는 하나의 나라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을마다 ‘가볼 만한 곳’이 넘쳐나고 있다.
마침내 마음이 끌린 곳은 ‘건축사무소가 운영하는 건축가의 집’이라는 타이틀. 골목 안에 지어진, 겉으로 보이에는 평범한 집인 것만 같은, 그러나 ‘건축가가 직접 지었으니’ 창이 예쁘게 나있을 것 같은 곳, <시오>였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설 때쯤 비가 그쳤다. 신발을 벗고, 준비된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니 정말이지 이웃집에 놀러 온 기분이 든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는 사이 창가 자리가 비었다. 끼익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 뒤로, 창밖을 바라보며 앉는 의자 두 개를 스르륵 꺼내 앉았다.
‘아, 좋다.’
마침 창을 통과한 햇살이 팔뚝을 감싼다. 아직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을 통과하며 햇살이 일렁거린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천장에는 세모난 창이 나있다. 그 옆에는 커다란 팬이 무심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조용한 말소리와 어우러진 음악소리에 이내 평안해졌다.
편안함.
나는 고요함 속에서 편안한 사람이다. 가만히 있을 때… 무언가를 끄적이거나 가사에 집중해 노래를 들을 때, 책을 읽다가 표식을 하고 그 문장을 옮겨 적을 때, 터벅터벅 걷다가 멈추어 서서 그림자에 잡힌 바람 사진을 찍을 때 찾아오는 평온함에 안도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불안한 마음을 감춰줄 것은 내겐 정적이었다.
책장 한편에 놓인 그림책을 보다가 말고 커다란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따스한 햇살과 제주의 돌담이 어우러져 꽤 영화의 한 장면 같아졌다. 으르렁거리듯 물고 뜯는 아기 고양이들의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낮잠을 자는 어른 고양이가 부러워졌다. 이 공간에서 이룬 릴렉스한 시간을 도시에서도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작가님 저도 10월 제주 여행가는데
소개하신 책방 함 꼭 가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
제주는 아직 여름 같네요.
ㅎ 고양이 마저도 달라보여요 ^^
작가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순문학 여부를 떠나서 낭만적 문학의 향이 흘러서 좋습니다.
"아, 좋다."
명문입니다.
'햇살이 팔뚝을 감싼다... 세모난창'
이게 글이죠.
내가 작가님 글을 좋아하는 것이 바로 그거에요.
관찰에서 나온 천재성...하!
감탄이 절로 나와요.
작가님 글엔 문장이 있어요.
속 이야기를 한들
남의 흠을 잡든간에^^
글엔 문장이 있어야 하죠.
도입부부터 끝까지 푹 빠져 읽었어요.^^
애월읍 참 좋지요
정취가 있는 카페는 더 좋지요
문득 태풍 온 깜깜한 밤에
애월읍 펜션에서 지샜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장대비가 바다로 쏟아지고 쉴 새 없이
불 뿜은 벼락이 내리 꽂히던 밤이요
작가님 덕분에
아득한 옛 추억 떠올려봐
오늘 큰 부자가 된거 같습니다
고마워요 작가님 ^^
글을 읽으니 작가님과 제주 카페를 함께 방문한 듯 느껴져요. 곳곳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아름다워서 행복해지네요.^^
@파랑나비 애월에 가시면, 몽캐는 책고팡도 꼭 들러보세요^^
@Le Studio Bleu 7월 여름에 다녀온 제주 여행 사진이라서 여름 냄새가 나나봐요^^
아, 떠나고 싶습니다, 제주로!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가 되고 싶은 요즘입니다.
@쟝아제베도 그날은 작고 조용한 까페 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권호영
그렇군요 ㅎ
저는 추위도 비껴가는 제주인줄 알았어요.
제주는 언젠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제주에 가면 찾아 봐야겠네요. 고요 속에
냥이놀이. ㅎ
아기고양이 동영상은 언제 봐도 넘 재미있어요~~~싸우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겠지만,ㅎㅎ
몽캐는 책고팡, 이름도 넘 귀엽네요. 에린님 제주글 보면서 가고 싶은 곳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요. 제주앓이~~~
햇살과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 창으로 들어온 바람에 무심히 돌아가는 커다란 팬... 불안함을 감춰줄 정적에 편안하게 젖어드는 작가님이 보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이요, 작가님
글이 참 보드랍고 예뻐요♡
오오 2주 후 제주도 여행 예정인데 참고하겠습니다. 혹시 노키즈존은 아닌지요..?
제주도 무척 그리운 곳인데 작가님의
감성 가득한 글을 보니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다음에 가면 몽캐는 책고팡부터 가봐야겠습니다^^
나도 가고싶다 가고 싶다 하면서 읽고 있어요! 작가님 평안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