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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Sep 07. 2021

친절의 신비 & 칭찬의 마법




1. 타인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그런 성품일 수도 있지만, 어쩌다가 그런 말이 튀어나온 걸 수도 있다. 알면서 일부러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누군가가 조언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말을 하는지, 상대방의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비슷한 성격의 사람끼리 만나거나, 그런 성격도 잘 받아주는 무던한 사람과 만날 것이다... 하고 막연히 추측해본다.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이렇다. 이런 사람에게도, 그러니까 나에게 무례한 사람에게도, 친절이나 아량을 베풀 수 있는 그런 기분이 괜찮은 날이면, 손을 내밀 어보는 것도 괜찮다는 말을 해보려는 거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웃어주었을 뿐인데, 그렇게나 단순한 이유로 갑자기 그 사람은 내 편이 된다.


분명 이건 위험한 이론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우리는 무례함을 참지 말자고 배운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자고, 맞서자고, 예의 없는 사람에게는 똑같이 대하자고, 무시하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글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이고,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고, 100%란 없기 때문이다. 무례함의 정도를 측정하기도 어렵고, 당한 이의 상처를 가늠하기는 더 어렵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친절이 되돌아오는 마법을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할 필요 없는 또라이는 세상에 차고 넘치지만, 그러한 신비가 아직은 세상에 남아있다고,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을 뿐이었다.






2.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큰지, 오죽하면 고래도 춤추게 하는지는, 역시나 시답잖은 이야기지만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다 알 텐데 왜 하느냐 하면 이 또한 기록일 뿐이다. 기록은 일기장에 하지, 왜 브런치에 하느냐고 하지 않고, 기록을 나눠주어서 저도 칭찬을 자주 할래요. 같은 그런 칭찬의 힘 말이다. (하핫)


넷플릭스에서 <월간 집>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아픔으로 인해 사람들과는 담을 쌓고, 돈 밖에 모르고, 무례한 대표님이 있다. 어느 날 받은 칭찬 한 마디, 두 마디에 벽이 무너져 버린다. 별것 아닌 한 마디에도 실실 웃음이 나기 시작한다. 사랑에 빠지고, 갑자기 귀여워진다. 인정과 칭찬의 힘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대표님에게 빠져들면서도 '칫, 무슨 저런 칭찬에 저렇게 웃지? 유치해!'라고 생각했다.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한 상태로 말이다.


사실, 칭찬의 힘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많이 발휘했다. 아이들은 작은 한 마디에 감동받는다. 더 잘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더 잘한다. 싫어했던 과목을 좋아하게 되고, 갑자기 가장 잘하는 과목이 되기도 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란 걸 알 것이다. 나이, 성별, 지위 무관하고 칭찬은 누구에게나 먹힌다. '입 바른말 같아서 별로던데, 어차피 인사치레는 싫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칭찬을 받으면 달라진다. 인사치레인지, 진짜 칭찬인지는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상대의 진심을 마음대로 구겨버릴 필요가 있을까?



포르투갈 여행 에세이 원고를 미리 써 둔 상태였지만, 두 번째 책으로 실용서를 출간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여행 에세이의 출간은 도박이기 때문이었다. 슬슬 세 번째 여행 에세이 출간을 준비할 시기가 왔다. 대표님과 출간일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작가님, 원고 마무리한 거 주셔야죠.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 한 10월 정도로 할까요? 원고는 거의 다 됐지만, 제 손그림도 좀 넣고 싶은데... 사실 잘 그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작가님 그림 잘 그리시니까, 넣어보면 좋죠. 그려서 주세요."


- 네? 네. 알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라고. 그림을 잘 그리고 말고를 평가할 정도의 실력도 아닌데. 이 말에 기분이 좋아지다니. 대화를 마치고도 한참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이었나? 이게 뭐라고. 힘들어서 사진만 넣으려던 걸.. 그림까지 그려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생겼네.


유치하고 소소한 행복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을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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