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완벽주의자 같다’ 같은 말을 종종 들었다. 그게 칭찬인지 아닌지 따위는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아리송한 기분으로 넘어가고는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뭘 하든 완벽하게 하고 싶은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건 조금은 사실이다. 단지, 이런 성향에 대해 자신을 분석하거나 파악하려고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먼저 ‘나는 완벽주의자다.’라고 칭한 적은 없을 뿐이었다. (이 글을 쓰며 완벽주의자에 대해 찾아보니, 나는 완벽주의자까지는 못되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인 듯하다)
어느 날 우연히 SNS 채널에서 오은영 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스로를 완벽주의자이면서 동시에 게으르다 칭한 어느 아이돌(AOA 초아)과의 대화였는데, 완벽주의자는 100을 이행하지 못하면 결과를 0으로 치부해버린다고 한다. 인생의 모든 일에는 60점도 있고, 70점도 있는데 말이다. 어떤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 100을 이루면 성취감과 자존감이 동시에 높아지지만, 어떠한 이유로 100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기분이 바닥으로 치닫기도 하는 이유였다.
‘~를 해야 한다’ 같은 생각을 자주 하면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글을 책에서 읽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 내내 내 머릿속에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다 못했다.’라는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 나는 이미 이 (프리랜서) 세계에서 한 발 늦었다는 생각, 그러니까 남들보다 두 배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잠들기 전에는 기어코 마음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괜찮다 여기기도 했지만, 어느 날엔 아예 포기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그게 바로 ‘0’으로 수렴하는 순간, 갑자기 something이 nothing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던 거다.
“완벽주의자로 산다는 건 아주 스트레스가 높고, 스트레스는 번아웃의 원인이 된다.”
-영국의 요크 세인트 존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드류 힐
완벽주의자는 '번아웃'하기 위해 노력한다.
-완벽주의자가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한 방법(연구)
목표를 과도하게 높게 잡고, 그걸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아예 손을 떼 버린다는 것.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탄생한 배경?)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기준에 완벽히 맞지 않으면 스스로를 폄하하는 기질. 정작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며 겪는 정신적 갈등이 끊임없는 채찍질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것 참 아이러니한 게 완벽하게 할 게 아니면 차라리 하지 말자는 생각 따위.. 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기 합리화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흠_ 그리고는 실망하고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글을 쓰며 뜬금없이 완벽주의자와 관련된 기사나 축약된 논문 등을 읽어보았는데, 나는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니고 완벽주의자의 탈을 쓴 애쓰는 자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결론은 이렇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조금 내려놓자.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으니 멀어진 인간관계나 악플 따위에는 질끈 눈을 감자. 혼자 다하려고 하지 말자. 잘하고 있다고, 조금 쉬어가라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그런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 당신에게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