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f my favorites is …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종종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 가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가장~하다.’라는 표현에 인색하다. 가장 좋은 무언가를 딱 한 가지만 선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빨리 대답을 하지 못한다. 지난 글로 썼던 <무뚝뚝한 수줍음>과 연결이 될까?
부연 설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아예 대답하지 않기를 선택해 버린다. 그렇게 선택하려고 작정한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다. 딱 잘라 말해 어느 한 가지가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나는 사랑한다는 말도 쉽게 하지 않는다. 가족 간에, 베스트 프렌드와, 제이와, 그 외에 사랑은 지켜야 할 영역 같은 거다.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는 친구가 있다. 그 진실을 절대 오해하지 않지만, 사랑의 강도를 어떻게 구별할지는 궁금해진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안 한다.’로 구별하기 때문에. 사랑 대신 사탕한다는 표현으로 돌려 말하기도 한다. 이런 내가 ‘좋아한다’고 하는 말은 달콤한 고백 같은 말이다.
어느 여행지를 갈 때마다 그 여행지가 최애라고 표현하는 경우,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그 음식이 최고가 되는 경우, 어떤 걸 보면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표현을 하는 경우 등을 접하다 보니 갑자기 ‘내가 너무 융통성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할 때, 꾝 진실을 말해야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냥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없을 테니까. 가령,
‘제가 먹어 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어요!’ 같은.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꼭 거짓말로 명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서로에게 더 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뿐이겠다. 예컨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중에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밥을 먹었느냐’고 물어오면, 그냥 먹었다고 하는 편이 낫지 않나 하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내 머릿속엔 내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 목록이 촤르르 펼쳐졌고, 그중에 무슨 노래를 하나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과거의 플레이리스트까지 촤르르 펼치면서 여기에도 좋은 노래가 많은데, 대체 무얼 골라야 하는 거지? 난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는 없고, 스타일과 노래 가사로 곡을 선택하는데.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음악 취향을 어떻게 좋아하는 가수 하나로 정의하라는 거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찼다.
그 질문을 받은 날엔 마침 비도 오고 그랬으니,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를 좋아한다고 대답했으면 될걸. 상대방은 그냥 으레 해 본 질문이었을 텐데.
딱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one of the best things 같은 표현이 내겐 더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