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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and you Apr 01. 2019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항으로 : 탄자니아 여행

세렝게티 국립공원 경비행기 공항 #Seronera

세렝게티로 가자.


잔지바르 섬에서 일주일을, 그리고 이제 탄자니아와 케냐의 경계를 아우르는 세렝게티로 향하는 날이 다가왔다. 아침 내내 바다를 눈에 담았다. 이제 한동안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뜨거운 흙을 밟고 지낼 테니까. 이렇게 또 한 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숨이 가빠진다. 어린아이가 동물원에 가기 전 설레고 흥분하는 느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방방 뛰지는 못했지만 뛸 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는 정신 차리고 출국 절차에 적응할 차례다. 절차라는 게 없는 곳이기 때문에. 눈 똑바로 뜨고 내 가방 챙기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알아서 찾아가야만 했다.


"Gate 7!"


국내선(잔지바르-세렝게티)은 7번 문으로 가란다. 국내선이라고 칭하지만 10명 남짓 타는 경비행기 운항 코스다. 수시로 운항 계획을 취소하거나 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철로 만든 게이트를 지나려는데 히잡을 두른 여성분이 손짓을 한다. 동네 마트 앞에서 요구르트 회원을 모집하려고 만들어 놓은 간이 천막 같은 곳에 서서 말이다.


"티켓 있어?"

"응? 여기서 E-ticket 보여주는 거야?"

(주섬주섬 프린트해서 챙겨놓은 파일을 꺼냈다.)

"됐어. 저기로 가서 기다려."

"고마워."


잔지바르 국제공항 국내선 탑승기


수하물 검사와 티켓팅


예상했지만 수하물 검사라고 할 것은 없었다. 잔지바르 공항 도착한 날 입국심사 때도 그랬다. 자국민들의 가방만 랜덤으로 검사하는 듯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배낭을 그냥 열어보이면 그게 다였다.

훗.


공항 대기실은 크기가 약 20평 남짓하는 듯했다.

대기실 한 구석에 커다란 저울이 놓여있었다. 옛날 옛적에 본 적 있는 커다란 저울이었다. 사람들은 짐의 무게를 재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정확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잔지바르에서 머물던 숙소에 과감히 캐리어를 통째로 맡기고 왔기에 수하물 무게로 걱정할 일은 없었다.


나를 비롯한 외국인 네댓 명만 갈 곳을 잃은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금발의 외국인 커플은 1일 가이드를 고용한 듯 보였지만 여전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명시된 '라스트 체크인'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내가 타야 할 비행기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쭈뼛쭈뼛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아무리 봐도 내가 탈 비행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갑자기 비행기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는 후기를 읽었으므로, 내 차례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때였다. 느긋하게 나타난 직원이 내세운 "Flight Link" 체크인 표식을 본 것은. 하... 그는 늦게 나타났지만 여전히 데스크 뒤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미적거리는 중이었다. 나와 다른 외국인 몇 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수기로 작성한 티켓 : 알고보니 그는 잘못된 도착지를 적어 넣었더랬다.



탄자니아 국내선 발권 팁


탄자니아 국내선 주요 항공사는 3개이다 : Coastal Aviation, Precision Air, Zan Air.

아프리카는 배낭여행이 아닌 이상 구축된 인프라의 물가가 매우 비싼 편이기에, 항공권 역시 그랬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티켓 가격을 들이기엔 망설임이 저절로 뒤따랐다. 운행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떨쳐내려면 위 항공사 중 한 곳으로 예약하는 게 맞지만, 철저하게 구글링 한 후에 결국 제3의 항공사, Flight Link를 선택했다.


Flight Link는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살람에 기반을 두고 운행하는 전세기 개념을 띄고 있다. 그렇기에 비수기에 운이 안 좋은 날, 이용 승객이 한 두 명 밖에 없으면 운행이 취소되곤 하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구글의 수많은 후기를 읽다 보니 2015년에 넘쳐나는 불만 후기에 비해 2018년에는 만족 후기가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불만 접수 없는 비행 후기는 없다는 사실이다. 여행자의 운이려니 하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구입했다. 스카이스캐너 같은 항공권 비교 사이트는 가격 비교로만 이용하고, 직접 항공사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저가 항공사인 경우, 추후 수하물 추가 등 원하는 변경사항을 적용하기 쉽지 않아 고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렝게티 티켓팅을 완료하기 전, 비행기 지연이나 취소 시 보상 관련 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것으로 한숨은 접어두기로 했다. (1인 $5)


내가 탄 비행기는 세렝게티 도착 전에 아루샤를 경유했다. 아루샤는 탄자니아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시작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내 앞에 앉았던 금발의 외국인도 아루샤에서 내렸다.


마치 고속버스가 휴게소에 들러 쉬는 시간처럼 우리에게는 화장실 갈 시간 10분 정도가 주어졌다.

아루샤 역시 작은 공항이었고, 화장실은 깨끗하지 않았다. 물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변기 물을 내리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단다. 직원(?) 여성분이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들고 입구에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 조금씩 떼어주었다.


10명의 탑승객을 태운 작은 경비행기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느낌


하와이와 스페인 여행 중에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를 타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작은 사이즈는 처음이었다. 딱 10명이 탈 수 있는 크기였다. 1-2 좌석 배치로 세줄 그리고 조종사 옆 좌석. 뭇 남성들은 조종사 옆에 앉을 수 없는지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자리에 앉으면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터였다.


추락 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는 경비행기를 타기 전에 겁을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 나는 멀미 걱정이 앞섰다.

처음에는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복잡한 계기판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기장님을 쳐다보느라 나도 모르게 수분을 흘려보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기류에 쉽게 영향을 받는 거겠지.


 


경비행기 / 바퀴가 내려다보이는 기내
저 멀리 킬리만자로 산이 보인다.



세렝게티 공항, Seronera Airstrip


아루샤 경유시간을 합쳐 세 시간쯤 흘렀을까. 드디어 세렝게티 초원에 자리 잡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항에 도착했다. 흙바람이 생각보다 강했다. 아프리카 대초원의 저녁은 춥다기에 미리 준비한 사파리풍의 재킷을 얼른 꺼내 걸쳤다. 바스락 거리는 재킷 재질이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바작바작 땅을 밟는 소리 같기도 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비행기가 내려준 곳에서 바로 보이는 작고 귀여운 공항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비행기가 착륙한 땅이었다. 활주로는커녕 갈다 만 밭 같은 시골 흙바닥에 비행기는 폴짝 앉아 내린 것이다. 애기 손톱만 한 돌멩이들이 여기저기로 튀어올랐다. 바람이 한번 불 때마다 모래가 함께 날아와 머리카락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내 배낭은? 내가 직접 들고 가면 될까? 하고 아직 비행기 앞에 서서 서성이고 있는데, 그들이 가져다주겠단다. 역시나 마트에서 사용하는 카트 개념의 짐차에 여행객들의 짐을 한 번에 싣고 끌어다 주었다.




멀미가 날 무렵 땅을 밟아 다행이야.
작고 아담한 세렝게티 공항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항이 아니라고?


내 눈으로 직접 세로네라 공항을 보고 나서야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이었다. 공항의 크기를 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공항을 정한 기준은 활주로의 길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정해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항은 카리브해(Caribbean)에 있는 Saba airport이다. 약 350m의 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세렝게티의 세로네라 공항은 airport 대신 air strip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가진 간이 이착륙장이라는 뜻이다.




Landing!







상상 속의 나라에 있을 것만 같았던 세렝게티 초원


여행을 하다 보니 부딪히는 난관들이 간혹 있다. 그중 하나는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는 시간이겠다. 보름 정도의 휴가기간을 가지고 1년에 두 번, 간혹 세 번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지 선정은 고심을 거듭할 필요가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 '여행자'라는 이름을 붙여보지만 1년 365일 세계일주는 해본 적은 없었고, 그럼에도 세상 아름다운 곳들을 직접 걸으며 눈에 담는 일들은 현재 진행 중이니.


내 생에 다 가볼 세상이겠느냐면 아니겠기에,  매번 여행지를 고를 때마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기하리만치 작년 가을은 무조건 아프리카였다. 아니, 세렝게티 초원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아래 활보하는 야생 동물들이 돌고 돌아 드디어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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