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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and you Apr 11. 2019

탄자니아 세렝게티 첫날, 감격 1

의도치 않은 반나절 사파리 투어로 흥분지수 급상승


"Jambo!"


그를 먼저 알아본 건 나였다. 그가 쓰고 있는 모자에 그려진 로고를 보고 알아차린 것이다.


"안녕?  혹시... 우리 태우러 온 건지 확인해줄래?"

"음... 너희 잔지바르에서 출발한 한국인들?"

"응! 맞아!"



흙바닥에 후드득 내려앉은 경비행기를 탈출한 제이와 나는 배낭을 메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항으로 들어왔다.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짐 검사도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가운데 텅 빈 공간을 지나 다시 문을 열고 나가는 구조였다. 하얀 벽에는 커다란 액자 몇 개가 걸려있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가 찍었을 법한 사진 속의 사자와 표범이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곧 저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거겠지?' 


세렝게티 초원으로 향하는 관문을 열자 약 20대 정도의 트럭들이 놀이공원의 범퍼카처럼 가지런히 줄을 서있었다. 사파리 투어 여행사마다 미리 예약한 어드벤처를 기대하는 고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두리번거림도 잠시, 그를 발견하고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우린 서로 활짝 웃었다. 긴 속눈썹과 짙은 눈망울을 가진 그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자 하얀 치아가 도드라져 보였다. '엠마누엘'이라고 했다.


우리가 탈 트럭으로 데려간 엠마누엘은 웰컴 드링크와 간식을 내밀었다. 당장 출발하는 대신 트럭 옆에 작은 테이블마저 세팅해놓고 여유 부릴 시간을 주더라. 자연스럽게 안부인사가 오갔다. 바람이 쏴아하고 불어올 때마다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종아리를 스쳐갔다. 커다랗고 새하얀 구름은 파란 하늘을 휘적휘적 유영하고 있었다.


 엠마누엘은 세렝게티 초원이 얼마나 넓은지, 우리가 세렝게티 초원에 온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를 설명했다.

3시간이 넘게 경비행기를 타고 온 탓에 피곤이 몰려오던 참이었지만 세렝게티 맥주 한 모금과 그와 나누는 담소로 금세 나아지더라. 이제 트럭을 타고 한참을 더 가야 한다는 사실에 멀미가 날까 내심 걱정은 되었지만.


"숙소로 바로 갈래? 아니면, 가는 길에 Half day Game Drive 하고 갈래?"

엠마누엘이 물었다.


'음... 지금?' 

첫날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 게임 드라이브를 나가겠다고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기에 당황했다. 적당한 옷을 갖춰 입지도 않았을뿐더러 예약한 내역보다 추가 지불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세렝게티에서 개조된 사파리용 트럭을 타고 야생동물을 찾아 나서는 것을 Game Drive라고 한다. 케냐 혹은 탄자니아에 여행 온 사람들은 게임 드라이브 (사파리 투어)를 하며 직접 야생동물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그들의 거대 자연을 공유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기도 하다. 트럭의 종류나 함께하는 사람들의 인원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업체도 다양해서 선택이 중요하겠다.

숙소를 결정하면 숙소에서 지원하는 사파리 투어를 이용할 수 있고(추가 요금 발생) 혹은, 사파리 업체를 먼저 결정한 뒤 그들의 캠핑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출발 전 잠시 휴식




혹시 몰라서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도 넉넉하게 챙겨 왔다고 신이 나있는 엠마누엘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피곤하긴 하지만 어차피 숙소 가는 길을 둘러 가는 거니까 하고 갈까?'

'그럼 반나절 사파리 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할 것 같은데 그만큼 우리가 즐길 수 있을까?' 


사방이 뚫린 천장으로 바람을 한껏 받아들인 트럭은 방향을 틀어 초원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다.

제이와 나는 반나절 투어를 하고 숙소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날의 게임 드라이브는 추가 요금이 없었고. 운전사 재량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오전 11시쯤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아침나절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재킷을 한껏 끌어안게 만들었지만 이내 태양 빛은 머리 위에서 수직으로 내리 꽂혔다. 20분 넘게 달리는 동안 보인 건 끝없이 펼쳐진 땅, 그 위에 군데군데 솟아난 나무들과 바위들, 간혹 수풀이 우거진 곳이 나타나기도, 물 웅덩이가 보이기도 했지만 관심을 끌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게임 드라이브를 위해 개조된 사파리 트럭의 매력에 사로잡혀 이것저것 만지고 구경하던 것도 잠시, 따분함에 지칠 때쯤이었다.



"Look! (저기 봐!)"


도로 양 옆으로 엄청난 무리의 톰슨가젤이 나타났다.

“와아...!”

옅은 감탄사를 탄식처럼 내뱉음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의자 위로 올라섰다.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손을 내밀었다. 그들에 닿을 수 없는 걸 알지만 최대한 가까이 가고 싶었다.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대며 그들과 눈을 마주치겠다고 아우성을 치며 깔깔거렸다.


사슴과에 속하는 톰슨가젤은 양쪽으로 갈라지는 멋진 뿔을 가지고 있으며 시속 75km의 달리기 실력을 자랑한다.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을 땐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데, 가까이서 보면 꼬리 흔드는 속도가 꽤 빨라서 앙증맞기 그지없다. 나무 아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무리를 멀리서 바라보니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며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요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톰슨 가젤 (Thomson's Gazelle)의 이름은 스코틀랜드의 탐험가 조셉 톰슨(Joseph Thomson)의 이름을 땄다.
톰슨가젤은 수컷의 뿔이 암컷의 것보다 더 크게 자란다.
10종류가 넘는 가젤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톰슨 가젤 무리




이번엔 코끼리였다. 코끼리 처음 보냐고? 물론 동물원에서 봤다. 태국에서도 봤고, 코끼리 코를 만져본 적도 있지만 이렇게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코끼리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몸집이 제법 큰 대장 코끼리를 선두로 열댓 마리의 코끼리들이 뒤를 이어 걸었다. 초연히 길을 건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신기해하는 건 우리뿐이 아니었다. 우리 앞에 정차한 다른 업체의 사파리 트럭에 있는 여행자들도 사진 찍느라, 눈에 담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코끼리들은 트럭 앞을 유유히 지나 길을 건넜다. 보통 수컷은 혼자 따로 떨어져 지내고, 암컷과 아기 코끼리들은 무리 지어 다닌다고 한다. 무리의 선두를 달리는 코끼리 역시 나이가 많은 암컷 코끼리이다. 뒤꽁무니를 쫒느라 발이 빨라진 아기 코끼리 엉덩이를 보고 있자니 펄럭이는 귀로 하늘을 날던 동그란 아기 코끼리 덤보(Dumbo)의 뒷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시아 코끼리와 다른 종(種)인 아프리카 코끼리는 육상 동물 중 가장 크고 무거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등이 오목하게 들어간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는 크고 단단할 뿐 아니라 변색이 거의 없어 밀렵꾼들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일 것만 같은 코끼리는 무려 멸종위기 1급에 처해있다. 당구공, 도장, 장식품 등을 만들기 위해 최상급 상아를 가진 큰 코끼리를 주로 사냥하다 보니 코끼리가 점점 퇴화하거나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예전보다는 코끼리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하는 엠마누엘의 말이 이해가 갔다.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국가적 차원으로 보호를 받고 있을뿐더러 많은 단체들이 힘쓰고 있다고 한다.



첫날 만난 코끼리 무리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난 기린 : 나무 잎사귀를 먹고 있었다.


운좋게도 다시 만난 기린 무리 이야기는 다음으로 :)



엠마누엘은 동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다가 우리가 적당히 사진을 다 찍은 것 같아 보이면 다음 동물을 찾아 나선다. 동물을 보는 내내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내 모습에 맞장구치며 대화를 하고 있던 것은 물론이었다. 그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적당한 선에서 멈추곤 하던 대화였지만 기어코 나는 한국말도 가르쳐주었다.


 “가자!” 그리고, "안녕~"


다른 동물을 찾아 다시 출발할 때면 서로에게 외친 말. 그리고 동물들에게 한 인사였다. 마지막 날쯤 되었을 때 엠마누엘은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나를 보고 "(이제) 가자?"라고 물으며 헤헤 웃었다.


게임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다른 트럭들을 계속 마주친다. 트럭 안에 있는 여행자들끼리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한다. 사파리 투어 드라이버들은 운전하는 동안 무전기를 사용해서 어디에 어떤 동물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서로 공유한다.

'가자!'라고 외친 뒤에는 우리가 직접 눈을 크게 뜨고 동물들이 어디 있을까 찾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무전기로 전해 들은 장소로 재빨리 달려가는 방법도 있었던 것이다.







유쾌한 엠마누엘과 점심 도시락을 먹기 위해 잠시 휴식



세렝게티 초원에서 동물들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 체험의 프롤로그라고 하기엔 첫날부터 너무 멋진 동물들을 많이 찾았다. 점심을 먹은 뒤에도 우린 어슬렁거리던 사자들과 얼룩말, 또 다른 코끼리와 개코원숭이와 버펄로(누)등 여러 동물을 만났다.

꺅꺅거리고 사진 찍고 방방 뛰며 즐거워하는 나를 견뎌준 엠마누엘은 너무 착하지 아니한가. 나에게 첫날이 그에겐 보통날이었을 텐데 말이다.



엠마누엘의 망원경으로 사자를 바라보는 나. 이내 사자가 걸어서 나에게 왔다.


[계속해서 멋진 동물들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합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1인당 하루에 $70를 내야 하며, (숙박업체에 지불 후, 숙박업체가 국가에 지불) 사파리 투어 차량 역시 국가에 한대당 하루 이용 금액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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