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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Jul 01. 2019

아프리카 여행의 꽃, 세렝게티 초원 2

#탄자니아여행 :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어디?

*전편에서 이어지는 동물 이야기 입니다.


In Swahili, Safari simply means 'journey' ; today the word is synonymous with the thrill of seeing Africa's great wildlife.


스와힐리어로, 사파리는 '여정'을 뜻한다 ; 오늘날 사파리는 아프리카 야생의 위대한 삶을 엿보는 스릴을 칭하는 말로 쓰인다.



두 번째로 사파리 탐험을 예약한 날이 되었다. 이른 새벽 출발하면 그 시간에만 활동하는 무리를 만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나의 여행은 언젠가부터 여유 부리는 아침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합의점은 8시. 아침 도시락을 챙겨 엠마누엘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파리 차에 올라탔다.


“Jambo!”


“Good morning! (웃음)”



경비행기를 타고 세렝게티 초원에 도착한 첫날, 반나절 게임 드라이브를 하며 느꼈던 기분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버거웠다.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동물들의 삶을 실제로 경험하며 얻은 감격이었으니까. 어린 시절 아쿠아리움에서 커다란 가오리를 보고 느꼈던 행복감, 동물원에서 본 기린을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추억하던 설렘 같은 것일까? 게다가 이 곳에서는 내가 직접 동물의 집과 놀이터를 찾아 헤매는 보물 찾기의 간절함이 더해지지 않았는가!


모래바람을 헤쳐나가며 말라리아 모기보다 무섭다는 체첸 파리를 쫓아버려야 하는 부담감은 넣어두고 다시 한번 사파리 여정을 떠나보기로 했다.




9월, 아침 7시 30분 / 숙소 앞에 찾아온 사슴 한 마리 찾아보기



지구 상 어디에서나 보이는 해는 왜 여행지에서는 특히 더 빛나는 걸까. 이미 중천에 떠 있는 듯한 해가 비추는 햇살이 닿는 공간 곳곳이 잠에서 깨어났다. 서늘한 가을 바람결에 더해진 따스함은 뭉클하게 몸을 감쌌으며.


 몇 해 전 선생님들과 함께 한 강화도 여행길에서 교장 선생님께서 해주신 볕 쪼임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교장 선생님 어렸을 적엔 담벼락에 쪼르륵 서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던 시간이 하나의 놀이라고 하셨다.

 '네? 볕쪼임이요?' 


생글생글 웃음이 절로 나게 만드는 우리말의 예쁨이 새삼스럽게 다가워서 마음속에 꾹 담아 두었던 표현. 한국의 가을과는 멀리 떨어진 계절을 지내고 있는 중이지만 나는, 볕 쪼임이라는 단어를 혼잣말로 오물거리며 사파리를 떠나기 전 커피 한 잔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더랬지.






숙소에서 눈 뜨자마자 만나는 풍경. 총총 지나가는 품바를 찾아보세요.








아프리카 여행 중 사파리 코스, 그러니까 게임 드라이브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여정을 추천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다. 하지만 동물을 찾아 나서는 사파리 코스는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사실 아프리카를 '아프리카'로 칭하는 자체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아시아 사람'이라고 통칭하여 부르는 것보다 한국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들은 나라가 가진 고유의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러하다 : 아프리카 여행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각 나라가 가진 특성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것, 그러므로 지역별로, 시기별로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의 차이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렝게티 초원 즉,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케냐'와 '탄자니아, ' 두 나라의 국경을 공유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탄자니아 북부 지역을 일컫는다. 케냐 국경을 지난 부분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이라는 공식 명칭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30,000 km2의 드넓은 초원 내에서도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가 허용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보호 구역으로 나뉜다.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은 포유류 약 70종, 조류 약 500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사자, 표범, 코뿔소, 코끼리, 버펄로(아프리카물소)를 마주치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아프리카 Big 5 동물을 다 만난 것이 이다. (에버랜드의 동물원 같은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끝, 지평선이 이글거리는 야생에서 무리 지어 사는 그들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어요, 창살에 갇힌 그들이 얼마나 답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가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작은 세상은 바뀔 수도 있을 텐데...) 그리고 그들은 시기별로 이동하며 계절에 맞는 윤택한 장소를 택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아프리카에 간다면 여기보다 여기가 좋아.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를 한다면 여기가 좋겠어.' 같은 조언을 해준다면 꼭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내가 발 디딘 거친 땅 위, 짙푸른 하늘 아래, 모래알 섞인 바람을 느끼며 찾아낸 야생의 모습이라면 아름답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셋째 날 처음 만난 동물은 버펄로였다. 맑은 눈망울을 가진 버펄로는 마주치기 쉬운 편에 속했고,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렵지 않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상대가 공격을 한다 싶은 느낌이 들면 떼로 함께 공격 태세에 돌입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스페인 투우 경기에 등장할 법도 한 걸? 멋들어지게 양쪽으로 뻗은 뿔과 흑빛에 가까운 짙은 회색의 몸은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의 모습 같기도 하다.





누(Wildbeest)는 버펄로와 비슷한 뿔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혼란을 준다. 하지만 길게 늘어뜨린 회백색의 수염을 직접 본다면 헷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누'는 주로 얼룩말 무리와 함께 다니곤 했다. 톰슨가젤 다음으로 자주 눈에 띄는 얼룩말이라면 누떼를 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정한 누떼의 무리를 보려면 케냐에서 탄자니아의 국경을 넘어 남쪽으로 이동하는 시기를 잘 타야 한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시기에 누떼는 뜯어먹을 풀을 찾아 수만 마리가 함께 땅을 흔들며 달린다(9-10월에 케냐로 이동, 1-2월에 탄자니아로 이동). 땅 먼지 휘날리며 한 곳을 향해 내달리는 누떼의 광경을 보게 된다면 입이 떡 벌어질 테지. (9월 여행을 택한 나 역시 만나지 못한 장면이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고, 무슨 날이냐면 그건 비밀이다. 탄자니아라는 낯선 곳에 여행을 떠나와 야심 차게 계획했던 것 중 하나는  동물 친구들을 만나는 도중 초원 위에 직접 내려서서 사진을 찍겠다는 것이었다. 한가로운 한 낮, 세렝게티 초원 한가운데 그 어디쯤에서 우릴 태운 차는 멈춰 섰고, 나는 금세 지우언니가 선물해준 드레스를 꺼내 (갈아) 입었다.


그리고는 '이대로 길을 잃어버려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뜨거워진 땅을 밟았다. 어디선가 나타날지 모를 야생동물을 견제하다가도 다시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잊을 만큼 세상을 잊었다가도 말이다.







그는 꽃과 나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허비한 긴 세월이 아까웠다.
재난이 닥치거나 마음이 비탄에 잠겼을 때에는, 행여 균형을 잃고 배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된 한 지점을 찾아서 의지하는 것 말고는 살길이 없다. 고무 튜브를 움켜쥐듯, 우리의 시선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송이의 꽃잎들에 멈춘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파트릭 모디아노






* 탄자니아 여행, 세렝게티 초원 여행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아래 링크 클릭해주세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 중 하나라는 하마와 사자와 표범을 만나고 돌아온 이야기는 3편에서 전해드릴게요!

[계속해서 멋진 동물들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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