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집 구하기 #2
쿠바에서 보내는 편지 #2
From Linda, 2019.04.18
대학교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로 토요일에 편지를 쓰고 있어. 글을 쓰고 저장을 하면 ‘저장 실패’가 돼. 인터넷 공원에 가야 '저장'을 제대로 할 수 있어. 집에서 미리 글을 쓰고 사진 올릴 준비를 다 한 후에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으면 인터넷 비용이 엄청 많이 들어.
불편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하기 위해서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잖아. 쿠바에서 그렇게 돼.
생각을 하고 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가 있는 그런 나라!
그런데 이 곳 사람들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희망’ 이라든지 ‘불편함을 극복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되는대로 살아가는 듯 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해가 가기도 해.
월급이 너무 작고(정말 2~3만 원, 의사가 5~6만 원인데 많으면 10만 원?) 물가는 턱 없이 높은 데다 이중화폐를 쓰니 헷갈리기까지 하지. 가족 중 누군가 외국(특히 마이애미)에 살아서 돈을 보내 주거나 외국인이랑 결혼을 하지 않으면 여기에서의 삶은 희망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지도 몰라.
급여가 너무 작아서 늘 돈이 모자라니 ‘저금’이라는 건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야. 게다가 인터넷 한 시간 이용금액이 1,200원이니 월급 2만 원 받아서 인터넷을 한다는 건 이 곳에서 사치겠지.
하지만 2008년부터 쿠바 정부에서 민박, 식당, 택시 같은 개인 비즈니스를 허용해서 자영업자의 숫자가 약 80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해. 인구의 10%가 자영업을 한다고 볼 수 있지. 그들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데, 최근 43년 만에 헌법이 바뀌면서 세금이 높아져서 작은 집을 렌트해주는 주인들은 힘들어하시더라고. 그래도 회사에서 일하고 받는 월급보다는 많이 버니까 다들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지난번에 얘기 한 그 집에 다시 전화를 해 봤는데, 예상대로 집주인이 이사 갈 집을 아직 못 구했대. 엄마와 딸 가족이 이 집을 팔고 각각 두 개의 집을 구하려고 하다 보니 돈도 부족하고 시간도 더 걸릴 수밖에 없는 거야.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선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니 우린 또 열심히 집을 찾기 시작했고, 맘에 드는 집을 지난주에 다시 하나 발견했어. 이 집은 현재 에어비앤비에 렌트를 하고 있는 집이라 상태가 괜찮더라고.
그런데 또! 문제가 생기고 말았어.
옥상에 올라가 보니 어떤 젊은 남자가 살고 있는 거야!!
원래 사무실 용도로 작은 집같이 생긴 건물이 옥상에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곳에 불법으로 누군가가 살기 시작했고 강력하게 쫓아내지 않자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자연스레 받아들여진 거지.
여기 대다수의 건물들이 1959년 혁명 전에 지어졌는데 특히 오래된 콜로니얼 건물들은 위험한 상태가 꽤 있어. 그래서 집을 볼 때 바닥이라든지 벽, 천정 상태를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해. 그래서 바닥 상태도 확인하고 옥상에 뭔가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꼭 올라가 봐야 하고.
안 올라가 봤으면 큰 일 날 뻔했어. 집주인이 누가 옥상에 살고 있단 얘긴 안 했거든. 옥상 상태는 괜찮아 보였고 말레꼰이 보여서 전망도 좋았는데 이 젊은 남자가 옥상에서 무거운 걸 들고 운동을 하는 걸 목격한 거야.
‘이 옥상은 이 남자의 차지’라는 확신이 들었지. 만약 옥상에 문제가 생겨서 물이라도 새더라도 이 남자는 돈이 없다고 할 것이고, 결국 아랫집 사는 내가 돈을 들여서 공사를 해야 하는 거야. 어쨌든 이 남자는 계속 살아갈 테고. 그리고 이 남자가 옥상에 사는 이상 우린 옥상을 활용할 수가 없어.
이렇듯 여기에선 윗 집에 누가 사는 지도 중요해. 건물이 노후해서 물이 새곤 하는데 만약에 윗 집 사람이 돈이 없으면 아쉬운 아랫집 사람이 수리를 해야 하고 둘 다 돈이 없으면 그냥 새는 대로 사는 거야. 근데 윗집에 이탈리아 사람이 산다고 하면(외국인 중 이탈리아 사람이 제일 많아) 그나마 안심할 수가 있어.
팔려고 내놓은 집들은 많은데 가격 대비 상태가 안 좋거나, 내부는 괜찮아도 건물 자체와 지붕 상태가 안 좋은 집들이 많아. 집을 거의 60-70개 넘게 본 것 같은데도 아직 못 구했어.
조단과 이번 주 내로 꼭 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딱 맞는 집이 뿅 하고 나타나면 너무 좋겠다.
대학교에서 알게 된 한국 남자분이 있어. 뉴욕에서 20년간 유태인 회사에서 일을 하셨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 분과 몇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 조단이 아직 젊으니 한국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해서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일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내 사랑 조단은 한 번에 한 가지 일 밖에 못 하잖아. 그것도 속도가 느려서 답답할 때가 종종 있어. 쿠바인들의 특성인 것 같기도 해. 그렇다고 그때마다 지적할 수도 없으니 그냥 지켜보거나 기분 안 나쁘게 방법을 제시하곤 하는데 여전히 난 답답하지. 그렇다고 내가 다 할 수도 없고...
그래서 한국에서 일하는 건 심히 고려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
내가 일을 안 한지 일 년 하고도 사 개월이 되다 보니 가끔 걱정도 되고,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불안해지기도 해. 하지만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잖아. 그런 걱정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원래는 오늘 아기 고양이 얘기를 많이 하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또 집 얘기만 한가득이 되어 버렸네.
아기 야옹이 얘긴 담에 해 줄게. ^^
대신 사진 하나 투척 하마!
서울에서 보내는 편지 #2
From Erin, 2019.04.26
지난 주말 제이와 춘천여행을 다녀왔어. 춘천은 4계절 내내 고즈넉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물과 바람과 풀이 사람을 위로하는 곳.간혹 춘천 여행을 떠나곤 했었는데 도심에서 머문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늑한 북 스테이(Book Stay)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그곳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거든.
내 생일 기념으로 떠난 여행이었어. 생일 파티한다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홍대와 이태원을 밤새 휩쓸고 다녀보기도, 음악이 울려 퍼지는 방 안에 앉아 작은 케이크를 사다 혼자 촛불을 붙여 보기도, 낯선 여행지에서 생일을 맞기도 하는 여러 계절을 겪는 동안 깨달은 것 같아. 이렇게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하루가 그저 좋다는 것을.
사실 생일이란 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내면 금세 울적해질 수도 있는 날이기도 하잖아.
2년 전 언니 집에서 했던 내 생일 파티가 생각나. 그곳에 있던 우리는 모두 밤새도록 즐겁기만 했는데, 다음날 내게 갑작스레 쏟아진 나쁜 소식들은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들이었어.
'이유 없이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다는 언니의 조언도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깨닫게 된 것 같아.
계획 없이 푹 쉬고 오려던 우리는 첫날, 춘천 독립 책방 투어를 했어. 숙소에서 추천해주는 근처 카페와 책방들을 안 갈 수 없겠더라고. 덕분에 '쉼'을 목표로 한 것이 무뎌지고 말았지만 투어는 성공적이었지! 춘천 도심에 젊은이들이 작은 식당이나, 카페, 독립 서점 등을 차리며 삶을 꾸려나가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찾은 다섯 군데 모두 젊은 사장님들이 아기자기한 센스를 가지고 함박웃음 내보이며 그렇게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었어. (독립 서적 두 권과 핀 배지 두 개랑 그림엽서와 떡메모지를 구입했어.)
숙소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지! #썸원스페이지 (Someone's page)라는 이름을 가진 게스트하우스야.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서 1층에는 게스트만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어. 그곳에는 가끔 인디가수들의 공연이 열리기도 해. 자유롭게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거나 주인장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주인장님은 싸이월드 웹디자이너로 근무하셨다고 해. 그래서 그런지 집안 곳곳에 꾸며진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곳에 머물다간 손님들의 방명록 다이어리가 쌓여 있어서 남의 일기 읽는 재미도 쏠쏠해. 여행 잡지들도 많아서 제이는 가고 싶은 여행지 관련 기사들을 읽느라 정신없었어.
춘천 카페 투어도 했어. 나보다 예쁜 카페 가기를 더 좋아하는 제이 덕분에 커피를 잘 모르던 내가 '맛없는 커피 구별'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어. 부지가 넓은 야외에 통창이 크게 만들어진 카페는 정말 매력적이더라. 춘천 의암호를 바라보는 잔디 위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그 순간엔 머릿속을 채우던 쓸데없는 생각 따위를 날려버렸고. 한옥을 개조해서 예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곳에서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제야 춘천을 떠날 채비를 마쳤던 것 같아.
참, 춘천의 명물 닭갈비도 이틀 내내 먹었어!
요즘은 계속 하늘이 흐렸어. 어제는 모처럼 비가 내렸고. 오늘 저녁엔 노을이 너무 예뻤던 거 있지?
쿠바에서 매일 말레콘의 선셋을 보는 기분은 굉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