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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Jul 14. 2019

난생 처음 패키지여행 실시간 기록

핀란드여행 프롤로그


10분째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다. 지금 여긴 핀란드.

양쪽에 늘어선 키 큰 침엽수림 사이를 내달리는 버스 안이다. 유난히 높은 하늘을 가득 메운 뭉게구름을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까...
집채보다 큰 구름이 모여 군락을 이룬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이 새하얀 구름으로 차오르는 듯하다.
하늘 반, 구름 반 그리고 초록이 반, 간간히 보이는 빨간 나무집이 이토록 잘 어우러지는 곳. 어느새 가득 찬 구름이 하늘에 내어준 자리가 작은 물길을 만든 곳.

지금 여긴 핀란드이다.



| 핀란드?

운 좋게(?)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동반 1인까지 3박 5일 핀란드 여행 무료 지원이라니. 오예!
비록 3박 5일이지만 어때. 북유럽 여행이 처음도 아닌 데다 핀란드라는 나라 특성상 짧고 굵은 여행도 괜찮을 거야.

하지만 기쁨도 잠시, 패키지여행코스에 이 자유로운 영혼을 끼워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아무리 공짜 여행이라도 패키지로 핀란드를 갈 수 있겠느냐며 불을 지피는 친구도 있었다.
하긴 그래. 혼자 여행뿐 아니라 친구와 애인과 함께 하는 여행도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많이 걷기 좋아하는 나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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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20까지 출국장 O번 게이트 근처 OO투어 안내 앞으로 오세요. 여행 주의 사항으로는 ••• •••’


비행을 마친 우리는 헬싱키 공항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가이드님 2명과 관계자 1명, 당첨자 5팀이 나누는 첫인사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서먹함 뒤에는 여행으로 들뜬 마음이 감추어져 있겠지만 말이다.


| 여행

헬싱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첫날 일정이 짜여 있단다.
네? 그럼 그럼. 아침 비행기로 9시간 반 걸려 헬싱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백야로 인해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와서는 아무것도 안 할 수야 없지.

핀란드 도착


미끄러지듯 공항을 빠져나가는 아스팔트 길은 어느 나라에서나 눈길을 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주하는 첫 풍경이니까. 눈에 담는 처음 하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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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건축물 우스펜스키 사원 앞에 서 있다. 사원 꼭대기에 양파 모양의 장식이 고명처럼 얹혀 있네. 그래서 양파 사원이라고도 불린단다.
유명한 건축가 알바 알토의 건축물도 보인다. 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려 크게 낸 창은 단조롭지만 동시에 멋스럽다.

수신기의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고 가이드님을 따라가는 우리 모습에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이 또한 나쁘지만은 않다. 자유여행할 때는 스스로 흡수한 지식들을 이렇게 쉽게 얻어내고 있으니. 사진 찍기 좋은 핫스팟 정보도 쏙쏙 빼낼 수 있고.


핀란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휙휙 지나간다. 땅에서 타는 스키보드를 처음 만났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건 흔한 일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옆 광장에는 천막을 친 정통 마켓이 열리고 있다. 무려 20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마켓 상인들은 물건 앞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종아리만 한 비둘기들이 꾹꾹 대며 눈 앞을 휘익 지나가는 통에 깜짝 놀라기도 서너 번. 좀 더 머물며 바닷바람 맞으며 걷고 싶은데 다시 모여야 할 시간은 금방 다가오고야 말았다.

우스펜스키 사원


헬싱키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하며 우린 서로를 향해 조금 더 웃어 주었다. 호텔 체크인 후, 침대에 바로 눕지 말고 자유시간을 즐겨보라는 가이드님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린다. 스타벅스에 들러 시티컵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헬싱키에서 가장 예쁘다는 서점에 들러 예쁜 핀란드 요리책과 -사실 핀란드 음식은 맛없기로 유명하단다.- 예쁜 책 모양 부채를 구입했다. 어쩌다 보니 서점에서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 밤 9시가 되기 전에 마트에 들러 맥주를 샀어야 했는데...!

첼로와 바이올린 버스킹 연주가 하얀 밤거리를 가득 메운다. 여름에 길어진 해의 빛 자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새삼 행복해 보인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씩씩하게 걷고 폐에 가득 공기를 채워야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좋은 풍경을 나누다가 더 크게 웃어야겠다. 이렇게 함께 해보는 여행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렸으니까.


*지금 핀란드 여행 중이에요.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버스로 이동을 하니 이렇게 끄적일 시간이 있다는 장점이 하나 더 추가되었네요 :-)

*생각해보니, 하와이관광청 지원으로 손미나 작가님과 함께하는 하와이 여행도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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