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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Aug 13. 2019

Bonita! Costa Nova!

포르투갈 자동차 여행 #코스타노바 #instagrammable!

그 해 여름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포르투에서 코스타노바를 향해 달리던 길, 나는 불현듯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중에 누가 더 괴로울까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 무던히 애썼던 것 같다. 막연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나서야 나도 모르게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동차 계기판 숫자가 170을 가리키고 있었다. 돌연 깜짝 놀랄 정도로 겁이 나고 말았지만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낯선 풍경은 분명 위로였다. 



코스타노바(Costa Nova)에 도착하니 바다내음이 일렁인다. 하나 둘 짝을 지어 해변을 달리는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요트 그리고 바람 소리, 아무것도 아닌 이러한 것들이 또 한 번의 위로가 된다.

사진에서 보았던 선명한 세로 줄무늬 집들이 보이지 않아 무작정 걸었더니 마을 곳곳에 숨겨진 매력이 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확대해보니 코스타노바는 포르투갈 전체 지도와 닮아있다. 길쭉하게 세로로 펼쳐진 백사장에 맞닿은 바다를 만난 것도 정처 없이 걷다가 만난 행운이었다.




코스타노바의 뒷골목은 조금 더 따뜻하다. 바람에 바랜듯한 파스텔톤 색상의 아줄레주 타일이 벽면을 가득 채운 집들이 골목을 가득 채운다. 아무 집 앞에 한참을 서성이며 똑똑 문을 두드릴 뻔했다. 때 마침 개인 하늘은 더없이 파랗기만 하고...

새삼 떠올려본다. 코스타노바에 머무는 시간에 우리는 특별히 신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하는 등의 기분의 변화를 겪지 않았던 것 같다. 말없이 운전하여 도착한 곳에서 우리는 말없이 걸었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서로를 향해 웃어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잔잔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Bonita!" 

예쁘다는 뜻의 포르투갈어를 외치며 손 끝으로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집에 매달린 빨랫줄. 포르투갈에서 창가의 빨래들은 특히 로맨틱한 소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남의 집을 가리키며 '보니따! 보니따!'라고 외치니 그들은 의아했겠지. 나의 말(이 의도한 것)을 이해했는지 혹은, '얘는 어떻게 생긴 집에 살길래'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나를 향해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그들의 아무 날, 아무 시간은 나에게 상대적으로 너무나 bonita 한 시간이었던 것.




여름철 코스타노바는 며칠 머물다 가도 충분히 멋진 곳이다. 사람들은 해변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낸다. 해를 쬐고, 높은 파도에 몸을 맡긴다.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고, 노인들은 파라솔 아래에서 책을 읽는다. 한 편에 만들어진 비치 클럽에서는 쉴 새 없이 음악이 흘러나오고, 여행자들은 무료로 음악을 듣는다.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는 주차된 캠핑카가 즐비하다. 캠핑카 앞에 둘러앉아 고기나 해산물 등을 구워 먹는 사람들에 시선을 뺏긴다. 다가가서 덜컥 남는 의자가 있냐고 묻기에 그들은 몹시 행복해 보인다.

멀리 고기잡이배가 느리게 흘러가고 갈매기들은 손에 닿을 듯 낮게 날고 있다. 



코스타노바 마을 뒤쪽으로 길게 펼쳐진 해변


도시마다 가진 매력이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고 만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뭇 인기 있는 나라들을 떠올려보니 끄덕끄덕 동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뭐랄까, 포르투갈이 가진 색채와 분위기는 결이 다르다고 할까. 


우리는 조금 더 걷느라 시간을 보내고 만다. 식사 시간이 지나서야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식사는 뒷전이고 마을 앞에 즐비한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한참 머무른다. 영어를 못하는 주인 할머니에게 "três? quatro?" 같은 숫자 단어와 손가락 모양을 합쳐 대화를 나누며 서로 많이 웃었다. 줄무늬 집 모형과 자석을 몇 개 사서 나오는 발걸음은 매우 가벼움!


코스타노바에도 대구탕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국물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오늘만큼은 '포르투갈 식이 아닌' 요리를 먹겠다며 고집을 피워본다. 정박되어 있는 요트와 구름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며 마시는 망고 밀크 셰이크 역시 뜬금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무얼 먹었냐고요? 비밀이에요!




잘 지내?
잘 지내, 당신은?
우리가 여름에 올린 짧은 말은 한여름 소나기처럼, 메마른 현실의 지면에 순식간에 스며들었다.

#화성의아름다운운하이야기를듣는기분이다.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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