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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Aug 25. 2019

포르투갈 옛 성에서 근사한 식사와 하룻밤

포르투갈에도 파라도르가 있다? #Palmela #Pousada


여행을 하며 마주치는 마을은 괜히 신비롭다. 오밀조밀 모여 터전을 잡은 이 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떠할까 궁금해진다. 몇 번이나 굴곡을 지나서야 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성터에 도착했다.팔멜라까지 운전하며 오는 내내 낮게 걸려 있는 구름 덩어리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푸른빛이 맴돌며 시야를 가렸지만 슬프지 않다. 집집마다 켠 불빛들이 울긋불긋한 별빛인 것만 같다.





이곳은 포르투갈의 소도시 Palmela(팔멜라)이다. 포르투갈 국영호텔 Pousada에 하루 머물러보기로 한다. 국영호텔 Pousada가 무엇이냐고?



스페인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파라도르(Parador)에서 숙박을 (계획했거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행 중 곳곳에서 만나는 유럽의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파라도르'의 의미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파라도르는 스페인에서 옛 성이나 요새를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호텔로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외관을 그대로 살려둔 것은 물론, 내부 역시 옛 인테리어 장식은 살려두고 최소한의 리모델링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최고급' 호텔에 속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성이나 요새가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각 도시에 맞게 지어진 파라도르의 특징을 따져볼 때 분명 매력적인 곳임이 틀림없다. 들러리 해주는 친구들과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기회를 종종 잡기도 한다.



포르투갈의 '포우사다(Pousada)'가 바로 스페인의 '파라도르(Parador)'처럼 운영하는 숙소이다. 스페인만큼 '고성'의 형태를 유지한 곳이 별로 없고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렌터카 여행 중이라면 들러볼 만하다.





room

방은 생각보다 넓고 생각한 만큼 청결했으며 적당히 고풍스럽고, 적당히 아늑했다. 가장 먼저 창문을 열고 한껏 숨을 들이마셔본다. 흐린 날이지만 초록색은 변치 않고 있다. 언제부터 풍경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본다. 반대편의 공간에 가만히 서서 바다와 산, 하늘 같은 공간을 그리워하는 일에 대하여. 위로와 벅참이 교차하는 순간에 대하여.






Pestana Pousada Castelo de Palmela

#dinner


유럽에서 저녁식사 시간은 한국과 달리 늦게 시작한다. 특히 스페인에 다녀왔다면 저녁 9시 무렵에서야 시작하는 레스토랑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경험이 있을터. 옆 나라인 포르투갈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여행객을 고려하는 호텔 레스토랑은 오픈 시간이 조금 이르긴 하지만 유독 팔멜라에서는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통째로 레스토랑을 빌린 기분이 들었지만 마냥 로맨틱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안개가 자욱한 으스스한 날 저녁, 산꼭대기 고성에 우리 밖에 없는 기분이라니! 최근에 자주 읽던 스릴러 소설 속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생각까지 이르자 직원을 붙잡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투숙객이 우리 밖에 없는 건 아니지?"

-"그건 아니야.(웃음)"


"우리가 조금 이른 시간에 내려오긴 했지만 사람들이 없길래."

-(으쓱하며) " 다른 사람들은 늦게 먹거나 저녁 먹으러 마을에 내려가기도 해."


"아... 그렇구나."


우리의 대화는 조금 더 이어졌다. 여행자가 부럽다는 그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말했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하다 말했으며, 언젠가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는 내게, '언젠가 가볼게.'라고 쉽게 대답하던 다른 여행자들과 달리 '그곳은 너무 멀어서 힘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우린 웃었고 조금은 쓸쓸했으며 또 편안했다.





포르투갈 빵
주방에서 나온 셰프가 빵 이름을 적어주었다.


제이와 나는 평소 먹는 양이 적은 편이라 애피타이저 빵은 안 먹기로 한다. (보통의 포르투갈 식당에서 식전 빵이나 올리브 가격을 따로 받지만 여긴 그렇지 않았어요.) 으응? 눈 앞에 빵을 두고 가당하단 말인가!

- “이거 맛있는데 왜 안 먹어?”
“음.. 배가 많이 안고파. 메인 메뉴만 먹을까 해.”


- “이건 포르투갈 정통 스타일이야. 먹어봐. 진짜 맛있어.”
“ 그래? 알았어. 그럼 조금 먹어볼게!”

고마워. 먹길 잘했다. 진짜 맛있더라. 적당히 바삭하고, 적당히 쫄깃하며, 고소하고 담백하다! 내가 한 입 베어 물기를 기다렸다가 밝아지는 내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안심한 듯  미소 짓는다. 빵 이름을 물어보니 난감해하며 셰프를 소환한다. 일상에서 늘 먹는 기본 빵 종류의 이름을 줄줄 꿰고 있을 리가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니 포르투갈에서 아침 식사로 먹었던 빵들은 다 맛있었다!







Grouper with asparagus risotto w/parmesan cheese
Cod fish, octopus and cuttle fish baked in the oven
성벽 레스토랑은 조금 추웠다...


송어를 얹은 아스파라거스 리조토는 보기와 달리 담백하여 입맛을 사로잡는다. 기름지거나 느끼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포르투갈 와인만큼이나 좋은 환경에서 만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올리브 오일만 맛보더라도 그 자체가 최고급 소스 같은 느낌이 든다.


포르투갈에서 매일 먹는 문어요리는 오늘도 예외가 없다. 구운 대구와 오징어, 야채와 감자를 곁들여 식감을 달리하며 먹는 식사는 더 재미있다.


포르투를 떠나왔으니 오늘만큼은 포트와인보다는 식사 와인을 마셔야겠지. 그래도 포르투갈 와인을 마셔야겠으니 라벨이 귀엽다는 도우루(Douro) 와인과 함께 한다. 선명한 루비색 와인처럼 밤도 짙어져가고 있었다.











*

포르투갈 식당에서는 애피타이저로 빵과 버터, 올리브와 치즈 등을 꽤 푸짐하게 제공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 가격들을 따로 청구한다는 것. 포르투갈에 처음 여행을 갔다면 추가된 금액에 당황할 수도 있다. 원치 않으면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애피타이저에 손을 대지 않거나 처음부터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



*

우리말 빵은 포르투갈어 빵인 pão에서 유래되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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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우자다 팔멜라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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