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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Oct 09. 2019

겨울, 포르투갈 남부의 하얀 마을

#알부페이라 #포르투갈의 겨울 바다


그 날 오후, 알부페이라(Albufeira)의 바다는 고요했다. 해를 가린 낮은 하늘. 겨울 바다는 으레 그런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자 회색빛 하늘 아래 걷는 걸음도 괜찮다.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틈에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는 사람들이 곁을 지나갔지만 소란하지 않다. 종종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와 바람소리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갈매기와 바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겨울 바다, 알부페이라(Albufeira)



겨울, 남부 지역은 예상대로 스산했다. 여름에는 유럽인들의 인기 휴양지이지만 겨울 바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그날에는 굵은 빗방울이 우리들의 어깨를 적셨으며, 후드득 하는 사이 해는 아주 잠깐 나왔다 들어갔고, 해변의 레스토랑을 드문드문 채운 사람들은 은퇴한 부부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포르투갈 남부 해안가 지역을 통틀어 알가르베(Algarve)라고 부른다. (원래 발음은 알가ㄹ브에 가깝다. )

알부페이라(Albufeira)는 알가르베 해안가에 있는 소도시 중 하나로 ‘포르투갈의 하얀 마을’로 유명하다.


하얀 마을? 그리스의 파란 바다와 하얀 벽?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프리힐리아나? 어느 곳을 떠올리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하얀 마을은 동화처럼 예쁘다는 사실. 담장을 비집고 나온 꽃과 풀은 선명한 파릇함을 뽐낼 수 있으니까. 널어놓은 빨래는 예술작품이 되기에 충분한 배경을 갖게 되니까. 집집마다 개성 있게 페인트칠한 대문 앞에서는 꼭 사진을 찍고야 만다.


무채색 하늘도 잘 어울리는 하얀 마을, 비가 내린 해변가의 색은 깊다.



바다와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 바닷가로 내려가는 야외 에스컬레이터가 인상적이다.
대문이 예쁜 집들



여행을 자주 다니며 느낀 점 하나는 여비가 조금 더 들더라도 '그 나라의 성수기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다가 아름다운 지역은 여름에 더 빛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겨울과 여름을 두 번 겪고 싶은 욕심에 들른 이 곳은 활기차지는 않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내 마음은 편안했다. 고요함 속에서, 드문드문 마주치는 여행객들 틈에서, 비 내린 후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기분은 오히려 흠쾌하다.


1유로의 동전을 넣으면 알부페리라 해변 기념주화를 찍어주는 기계 앞에 섰다. 끼이익- 하고 돌려보는 원형의 핸들은 녹이 조금 슬었나 보다.


끼니를 때우러 들어간 식당에서 맥주를 마셨다. 도로를 가득 메운 음악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곳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시끄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담배를 이어 피우는 저 사람들은 지금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도 가져본다.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하얀 마을에만 파는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낯선 곳을 여행하고, '이런 것들'을 사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포르투갈 하얀 마을에 있는 집 몇 채를 통째로 데려가는 기분이다.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이 순간에 그날 스며든 바다향을 꺼내본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었던가, 깍깍 울었던가 생각한다. 해변 한가운데 있던 화장실 앞에 앉아 동전을 내어놓으라던 포르투갈 할머니는 여태 그곳에 앉아 돈을 벌고 있을까 궁금하다.


나를 미소짓게 하는 것들




*직접 찍은 알부페리라 해변 드론 영상



*Erin쌤의 영어와 여행이야기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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