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집을 샀다... 하지만?!

집 계약과 공사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by 권호영
*<쿠바에서 온 편지> 매거진은, 쿠바에 여행 갔다가 쿠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쿠바로 떠나버린 린다 언니와 제가 주고받는 편지입니다. 매거진 첫 번째 편인 소개글부터 읽으며 쿠바에서 보내온 이야기를 함께 공감해주세요.

*좋은 소식이 있어요! 린다 언니도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답니다. <쿠바에 살아요>라는 매거진을 발행하여 소식을 전하고 있으니 쿠바에 관심 있는 분들은 놀러 가 보세요.(클릭)



쿠바에서 보내는 편지 #6

From Linda


에린아, 너무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네. 입추가 지나도 한국은 아직은 여름이라 많이 덥지? 소식이 뜸했던 동안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어.


첫 번째 소식은 드디어 집을 샀다 는 거야.

5개월 동안 2백50개 이상 집을 보면서 제대로 된 집이 없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참 힘들었는데 모든 일은 끝이 있다더니 결국 집을 사긴 샀네.


우리가 산 집은 아바나 시내에 있는 말레꼰에서 불과 세 블록 떨어져 있어. 아바나 중심지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 위치가 참 좋아. 아파트 건물이 튼튼하고(1945년 건물), 건물 1층에 정부 호텔에서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있어 편리해. 게다가 슈퍼마켓 덕분에 정부에서 건물벽에 페인트 칠도 잘해주고, 물이랑 전기 공급이 끊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쿠바는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정전이 잘 되고 물도 안 나올 때가 종종 있어. 그래서 외국인에게 렌트하는 까사에는 물탱크가 필수로 있지.

예를 들어 아바나 시내의 경우, 물이 하루는 들어오고 하루는 안 들어오거든. 그래서 물이 들어오는 날 물탱크에 물을 채워놓고 물이 안 들어오는 날에 그 채워놓은 물을 사용하는 거야.

그런데 이 아파트는 아바나 시내에 있으면서도 물과 전기공급이 원활하다고 하니 최종 결정에 도움이 되었지.


쿠바는 모든 게 오래 걸리지만 집 계약하는데 열 시간이 걸릴 줄이야! (은행에서만 4시간이 걸렸어.)

이 곳은 사회주의 국가라 돈의 출처를 밝히는 게 중요해. 아침 8시쯤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계약을 마무리하고 집에 오니 오후 6시가 되었더라고.


그리고 그날 밤에 임시숙소로 이사를 했어.

계약한 집을 수리하거나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거든.

지금 있던 집은 6개월이라는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임시로 에어비앤비를 구해야만 했지. (원래 살던 곳 연장이 안됐어.) 한국처럼 집을 계약했다고 해서 하루 만에 입주청소 끝내고 이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쿠바는.


아... 그런데 6개월이 지나니, 살림살이가 늘어나서 짐이 장난이 아니게 많더라고. 처음에 쿠바 올 때 트렁크 6개를 가지고 왔는데 그동안 친구들이 쿠바에 오면서 가져다준 내 물건들과 3개월마다 갔던 멕시코에서 공수해 온 물건들이 꽤 많아진 거야. 결국 짐차를 빌려서 이사했어.

한 달 정도 쓸 물건들과 주방용품, 음식, 귀중품들은 4주간 있을 임시숙소로, 나머지는 새로 산 집으로, 또 몇 가지는 시댁으로, 그렇게 쿠바 짐들은 뿔뿔이 흩어졌어.





그런데 에린아, 어제 언니는 ‘세 번째’ 임시숙소로 다시 이사를 했어. 이게 무슨 말이냐고?


새로 구입한 집 화장실에서 아래 상가로 물이 새는 걸 조금 늦게 알게 된 거야. 집 사기 전에 분명히 물 새는 곳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았고, 팔았던 전 주인에게도 물어봤는데 문제가 전혀 없다고 했거든.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그런데 우리 집 화장실에서 아래층으로 물이 샐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해서 조단은 무척 당황을 했어. 무엇보다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마이애미에 사는 전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어. 예상했겠지만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떼고 인스펙션 했는데 문제없다고 했다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더라. 전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조단이에게 이젠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


대신 집수리에 대한 모든 증거자료를 모아서 끝나고 청구하려고 해. 문제 해결부터 하는 게 우선이니 배관공을 찾자고 했지. 다행히 조단 사촌 친구 중에 배관공이 있어서 그다음 날 바로 문제를 찾아냈어. 결국 욕조와 화장실 바닥을 다 뜯어내야 했단다. 욕조 아래 배관 구멍이 작고 낡아서 발생한 일이었거든.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우리는 이왕 이렇게 된 거, 화장실을 깔끔하게 리모델링(?) 하기로 했어.

그런데 얼마 후 또 물이 샌다는 거야. 동시에 우리 집 화장실에 물이 역류를 하더라고. 휴...



정부에서 인스펙터가 와서는 조단한테 우리 집 때문에 물이 새서 1층 슈퍼마켓이 피해 입은 것에 대해 벌금을 내라고 했다는 거야. 조단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리도 피해자라고 했대. 알고 보니 정부가 지난 4월에 전 주인에게 배관 수리를 하라고 했었는데 전 주인이 그냥 팔아버렸던 거였어. 아무것도 모른 우리는 그 집을 사서 고생이 시작된 거고...


이게 끝이 아니야.

우리는 정부 인스펙터가 시키는 대로 배관을 또 새로 교체하고, 오물을 다 청소하고 시키는 대로 뭐든 했어. 그래서 이젠 괜찮나 보다 안심했었지.

그런데 얼마 후에 ‘또’ 우리 집으로 물이 역류하고 아래층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떨어졌다는 거야.


하... 결국 이것저것 알아보니 이건 우리 집 배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린 바닥을 두 번이나 파면서 할 수 있는 건 다했음) 우리 집에서 슈퍼마켓으로 연결되는 배관과 건물 밖에 있는 배관이 망가진 문제였어. 알고 보니 정부에서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던 거지.


그런데 이 슈퍼마켓 아바나 총대표까지 우리 집에 와서 문제를 보고도 문제 해결을 안 하겠다는 거야. 물이 새서 정부 슈퍼마켓이 영업에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말이지...


조단이 말했대.

“나는 힘도 없는 일개 시민이고, 당신은 힘 있는 국가 소속 권력가인데 왜 이런 걸 시민에게 해결하라고 합니까. 당신이 정부랑 타협하는 게 훨씬 빠르지 않습니까?”


다시 오겠다던 인스펙터 비롯 관계자들은 그 후로 연락도 없고, 우린 이사도 못 가고 답답한 상황이야.


그래서 그 사이에 4주 동안 머물려고 했던 첫 임시숙소에서 다시 두 번째 임시숙소로 옮겼고, 두 번째 임시숙소에서 3주간 있다가 다시 세 번째 임시숙소로 이사를 온 거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물 문제로 우린 집을 구하러 다니던 그 시기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


조단은 공사가 시작한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일꾼 한 명과 화장실, 부엌, 세탁실을 새로 만들면서 물 문제를 해결하느라 아바나 수도국을 방문하느라 바빠.


처음 공사 시작할 때는 재료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 재료를 다 구하고 나니 끝나지 않는 물 문제로 재료 구하면서 힘들었던 건 이제 까마득한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어.


물 문제가 해결이 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임시숙소를 옮겨 다니며 살아야 하다 보니 나도 마음이 안정이 안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너한테 편지도, 나의 쿠바 이야기도 계속 못쓰고 있었어.


심지어 이번 세 번째 숙소는 에어비앤비 정보와 다르게 부엌이 없어서 어제는 하루 종일 굶었어. 저녁 늦게 조단이 피자를 사 와서 피자 한 조각 먹었어. 냉장고는 있는데 냉장실이 작동이 잘 안돼서 물이 계속 미지근해. 모든 게 불편하지만 16박 예약한 기간 동안은 그냥 있기로 했어.


피자 한 조각에도 미소짓는 조단을 보며 힘내는 중이야.



집 사면서 하반기부터는 일이 좀 풀릴 줄 알았는데 더 힘들어지네 ㅎㅎ

이것도 언젠가는 해결이 되겠지. 근데 그 언제가 언제일지를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야.



아... 정말... 사랑이 아니었다면 다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사랑이 뭔지 ㅎㅎ


아마도 이 사건은 평생 잊지 못할 일일 거야. 쿠바에서 집 구매하고, 알고 보니 사기당하고...


오늘은 이 숙소에서도 물이 안 나오네.

이젠 그냥 웃음이 난다. 이따가 아는 동생네 숙소 가서 씻든가 해야겠다.


또 연락할게!









한국에서 보내는 편지 #6

From Erin



저녁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어. 가을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은 여름이겠지만 긴 팔을 입는다고 해서 하나도 낯설지 않거든. 계절이 바뀌고 있어서인지 저녁노을이 유독 붉고 아름다워.

여름은 언제 이렇게 가버린 걸까.



며칠 전에 언니의 편지를 받았는데 오늘에서야 끝까지 정독했어... 중간쯤 숙소 사기당한 문제를 읽다가 가슴이 답답해졌었어. 내가 이렇게 속상한데 언니는 오죽할까 싶었지.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전반부에서 내가 느꼈던 분노 같은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언니가 피식 웃은 걸 읽고 나도 픽 웃어버리긴 했지만...사실 언니, 그곳에서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파. 답장을 쓰는 지금이 늦은 밤이라서 그런가. 멜랑꼴리함이 더해져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고 있어. 함께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 하며 덜어낼 수도 없는 일이니...



위로보다는 응원을 보낼게! 조단과 언니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6개월의 장기 숙소와 지금 세 번째 임시 숙소를 거치고 있는 만큼 공사가 잘 끝난 새 집이 언니 품에 곧 안길 수 있길...! 언니와 조단의 사랑은 무엇이든 이겨낼 거라 믿으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 기억해!




P.S.

언니와 조단의 아름다웠던 결혼식 1주년이 다가오네. 그 날의 따스함이 한동안 언니를 지켜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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