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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Oct 23. 2019

내가 ‘모은’ 글쓰기 팁(tip)

글쓰기가 어려운 '나'와 당신께.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조금 더 '글 다운(?)'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선택한 플랫폼이었다. 여행과 영어에 관한 N 블로그를 꽤 오래 운영했다. 그들의 로직을 이해한 상태에서 바라본 '브런치'는 막연히 '글쓰기'를 위한 더 나은 플랫폼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8개월간 블로거의 이중생활을 해온 지금 생각은?


: 브런치와 블로그의 맥락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그럼에도 각각 장단점(자세한 예는 생략)이 분명히 존재하며, 사용자(글쓴이와 구독자)의 목적이 다르다는 정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브런치(Brunch)는 '글쓰기'를 향유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읽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삶의 온기를 전해주는 ‘방’이라는 점이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쯤, 직접 <1주일에 1회 이상 글쓰기 모임> 멤버를 모집했다. 이제는 자기 계발에 힘쓰는 멋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만남은 두 달에 한 번 뿐이지만, 온라인에서 서로의 솔직한 글에 충고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돈독한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독립 출판 관련 수업을 들었고, 이미 책을 출판한 멤버를 축하하며, 서로 글감에 관한 고민과 글쓰기에 관한 팁을 나누기도 하는, 여전히 성장하는 모임이다.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리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모은 글쓰기에 관한 팁 약간을 공유하려 한다.


여전히 글쓰기가 어렵지만 잘 쓰고 싶은 나와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책을 읽고, 직접 정리한 것을 일부 모아서 정리했습니다.
책의 '극히 일부'를 정리한 것이니,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은 직접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글쓰기 팁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만의 방법도 마지막에 짧게 덧붙일게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생각의 길


16 말이든 글이든 원리는 같다. 언어로 감정을 건드리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사유 능력에 기대어 소통하려면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논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효과적으로 논증하면 생각이 달라도 소통할 수 있고 남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22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단순한 취향 고백과 논증해야 할 주장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구현하는 첫 번째 규칙이다.


36 글쓰기는 재주 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논리의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집, 미움받기를 겁내지 않은 용기도 있어야 한다.


53 이런 것이 글쓰기의 힘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91 글을 쓸 때는 읽는 사람이 누구일지 미리 살펴야 한다. 글을 쓰고 나면 독자의 반응을 점검하고 타인의 평가와 비판을 들어야 한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더 깊이 고려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


115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166 글쓰기도 노래와 다르지 않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257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북라이프


1. 좋은 글은 쉽다.

2. 쉬운 글은 전문용어나 현학적인 단어가 아니라 평상시 우리가 쓰는 입말을 사용해 짧은 문장으로 리듬감 있게 쓴 글이다.

3.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감동받기를 원한다.

4. 감동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나온다.

5. '매우' '아주' '너무'같은 수식어는 감동을 떨어뜨린다.

6. 독자들은 '너무 예쁘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예쁜 이유, 즉 구체적인 팩트를 원한다.

7. 불명확한 글, 결론이 없는 글은 독자를 짜증 나게 만든다. 명확한 팩트로 구성돼 있는 명쾌한 글은 독자에게 여운을 준다.


*상투적인 표현 - 사비유 금지

사비유는 죽은 비유를 뜻한다. 처음에 그 표현을 만들었던 사람은 주변 사람들한테 칭찬을 받았겠지만 이제는 개나 소나 다 알고 있는 표현을 혼자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네 라는 반응이 나올 듯한 표현들을 총괄해서 하는 말이다. 사비유가 인용된 문장을 읽는 순간, 독자는 그 이후 문장을 읽기 싫어진다. 수식어 없이 단문으로 속도감 있게 달려가던 글이 고무줄 끊기듯 끊어지고 긴장감이 실종된다.  


'~해서 화제다' : 신문기자들이 많이 쓰는 죽은 표현이다. 진짜 화제라면 ~해서 화제라고 안 해도 화제가 된다.

'뭐뭐해서 화제'라고 적힌 글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화제라고 생각하라고 강요당하게 된다.


'불 보듯 뻔하다' :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불 보듯 뻔하다'라는 표현을 배웠다. '뻔하다'는 문장을 보면 '불 보듯 뻔하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생각이 날 정도로 이 표현은 진부하고 지겹다.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건이나 에피소드라면 필자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독자는 감동을 받게 돼 있다.


'~해서 감회가 새롭다' '~해서 상기된 표정이다' : 필요 없다. 감회가 새롭게 된 이유를 설명하라. 그리고 상기된 표정이 될 때까지 벌어진 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그러면 독자는 그 뒤에 감회가 새롭고, 상기된 표정으로 된 주인공을 상상하게 된다.


'~해서 진땀을 흘렸다' '~해서 눈길을 끌었다' : 마찬가지의 이유.


'한편' : 한편이라고 말하는 순간에 나는 '본인은'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둘 다 권위적인 단어다. '한편'은 장면 전환을 시키거나 앞 내용과 다른 얘기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다. 그런데 그 다른 얘기는 뒤에 바로 나온다. 한편을 안 써도 한편이라고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1946년 오웰이 <정치와 영어,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라는 수필에서 내놓은 글쓰기 원칙


1. 인쇄물에서 흔히 본 직유, 은유는 '절대' 쓰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상관없는 단어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다면 '절대' 수동태를 쓰지 않는다. 예컨대 '그 남자가 개한테 물렸다'라고 쓰기보다는 '개가 그 남자를 물었다'라고 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5. 일상생활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용어, 전문용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

6. 대놓고 상스러운 표현(anything outright barbarous)을 쓸 수밖에 없다면 위 다섯 원칙을 깨버린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유유



1. ·를 보이는 ·

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자유주의적 경향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자유주의 경향

문제의 해결, 부모와의 화해가 우선이다

 문제 해결, 부모와 화해하는 일이 우선이다.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했다.

 수많은 무리가 열을 지어 행진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2.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멸치는 바싹 말라 있는 상태였다.

 멸치는 바싹 마른 상태였다.

눈으로 덮여 있는 마을 

 눈으로 덮인 마을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지고 있었다.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졌다.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가까웠다. 가까운 사이였다.

 배우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배우와 가까운


3. ~에게 있어

그에게 있어 가족은 목숨보다...

 그에게 가족은 목숨보다  중요하다.

공부하는  있어 집중력만큼...

 공부하는  집중력만큼


4. ~있음(함)에 있어 틀림없다.

글을 씀에 있어서 맞춤법이 가장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 글을 쓰는 데 맞춤법이 가장 중요하다.


5.  ~에 대한(대해)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느낀다.

 서로 깊은 신뢰를 느낀다.

 문제에 대해 나도 책임이 있다.

  문제에 나도 책임이 있다.

과대망상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

 과대망상을 증명해 (밝혀 ) 증거를 찾았다.

부모에 대한 반항이 점점 심해진다.

 부모에게 반항하는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6. ~들 중 한 사람, ~들 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

그는 전형적인 독일 여자들   사람이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독일 여자였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들   명이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다.


7. ~같은 경우 / ~에 의한, ~로 인한

나 같은 경우에는 ☛ 나는

시스템 고장에 의한 동작 오류로 인해 발생한 사고

 시스템 고장에 따른 오동작 때문에 발생한 사고


8. ~에,  ~(으)로

이번 추석엔 고향으로   없다.

 이번 추석엔 고향에   없다.

앞에 가야지 뒤에 가면 어떡해!

 앞으로 가야지 뒤로 가면 어떡해!


9. ~에 , ~을(를) / ~로의, ~에게로 / ~에, ~에게, ~에게서

학원을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는  아닙니다.

 학원에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는  아닙니다.

낯선 세계로의 진입이 시작되었다.

 낯선 세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적발되다.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적발되다.


10. ~로부터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가난에서 벗어날 길은 어디에서도 찾을  없다.


11.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다 언젠가는 크게 데일 날이 있을 거야.

 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날이 있을 거야.

휴가가 너무 기다려진다.

 휴가를 손꼽아 기다린다.


12. 두 번 당하는 말을 만들지 말자.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잠겨진 차문을 열었다 ☛ 잠긴 차문을 열었다.


13. ~시키다.

부모로서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다.

 부모로서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줘.



* 관련된 더 많은 팁(tip)은 책을 참조하세요 :-)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위즈덤 하우스



* 글쓰기 소재가 없다면...


1.  '못 만든 영화' '망한 영화'를 보면서 '그래도 이 부분은 재미있었다' '이런 소재를 쓴 것은 흥미로웠다' 등의 글쓰기를 해볼 것.


2.  소설, 드라마, 영화, 책 등을 모방하여 시대, 배경, 상황, 분위기, 사건 등을 바꾸어 써보기.

: 어떤 이유로 그 이야기가 재밌었는지 차근차근 분석. 이때, 자신의 감상과 관점을 지킬 것.


3.  음악을 듣다가 '가사'로부터의 감성에 관한 글을 써보거나 / '연주음악'을 듣고, 이 음악은 '어느'영화나 드라마에 어울릴까, 특히 '어떤'장면에 어울릴까 생각해보며 그 분위기와 그 등장인물들 묘사까지 시도해볼 것.


그림이나 사진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제' 그림 앞에서 끝없는 상상으로 소재를 찾아볼 것 / 유명한 작가와 제목을 본 후에도 자신만의 상상으로 글의 소재를 찾아볼 것. (실제 그림 해석과 무관하게)


4.   소설이나 시의 표현에 의문점 제기하며 글감 생성.

: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데 왜?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라는데 왜?


5. SNS 댓글, 뉴스, 사회문제, 지인 피드 등에 관한 의견

: 댓글을 달려다가 망설여지는 순간에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따로 그것들을 써서 모아 보기.


6. 내가 보기 싫은 것, 짜증 나는 것, 싫었던 책이나 영화 등에 대하여.

: 싫었던 이유를 메모하고 앞으로는 내가 글 쓸 때 피해 가도록 하자.


7. 비밀 이야기 / 비밀스러운 이야기

: 독자도 아는 비밀 이야기 혹은, 독자도 모르는 비밀 이야기로 흥미 유발


8. 꿈, 상상 / 환상 장면

: 문득 문단을 건너뛰며 써본다던지.. 자연스러운 전환 등에 이용


9. 고양이 이야기

: 고양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대부분 성공적


10. 진부한 표현이나 단어는 대체하기

: 유의어로 바꾸거나 아예 빼기 / 표현의 주체와 객체를 바꾸어 다시 써보기


11. 마감 시간 정해두고 글 쓰기

: 영화 감상문, 일기, 블로그 등을 쓸 때 마감 시간 안에 쓰는 연습은 필사보다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김영사


68 -69 "어떤 이야기를 쓸 때는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원고를 고칠 때는 그 이야기와 무관한 것들을 찾아 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해."

..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작가가 대단히 운 좋은 사람이라면 (이것은 존 굴드가 아니라 나의 생각이지만 아마 굴드도 이렇게 믿었을 것이다) 그의 글을 비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보다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78 역시 좋은 글이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바위처럼 침착한 사람들도 미친 듯이 성교에 몰두할 수 있다면 - 적어도 성교 중에는 정말 얼이 빠져버린다면 -

글쟁이들이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살짝 돌아버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88 더 심각한 것은 내 평생 처음으로 글쓰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교직이었다.

나는 동료들을 좋아했고 아이들도 사랑했지만 -심지어는 '영어 생활' 시간에 들어오는 비비스와 버트헤드 같은 아이들에게도 흥미를 느꼈지만- 금요일 오후쯤 되면 머리에 전선을 연결해놓고 한 주를 보낸 것처럼 피곤해지게 마련이었다.


89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굳이 믿는다고 떠들지 않아도 좋다. 대개는 그냥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24 우선 이것부터 해결하자. 지금 여러분의 책상을 한구석에 붙여놓고, 글을 쓰려고 그 자리에 앉을 때마다 책상을 방 한복판에 놓지 않은 이유를 상기하도록 하자.

인생은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연장통


137 자주 쓰는 연장들은 맨 위층에 넣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 연장은 글쓰기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낱말들이다. 이 경우에는 여러분이 이미 갖고 있는 것들만 잘 챙겨도 충분하다. 죄책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조금도 없다. 쑥스러워하는 선원에게 창녀가 하는 말처럼, '돈이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니까.'


146 이렇게 단순한 명사+동사 구조에도 쓸모가 있다. 적어도 글쓰기에서 안전망 같은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스트렁크'와 '화이트'는 너무 많은 단문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복잡한 문장 구조 때문에 갈팡질팡하느니 차라리 단문을 택하는 편이 낫다.


162 전보문처럼 간결한 문체가 글의 흐름에 변화를 주고 신선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서스펜스 소설가 '조너선 켈러맨'은 이 테크닉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가령 <적자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길이가 30 피트인 이 배는 희고 매끈한 유리 섬유로 만들었고 내부 장식은 회색이었다.

높다란 돛대들, 거기 묶인 돛. 선체에는 금색 테두리를 두른 검은색 글자로 '사토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고.'


잘 다듬어진 미완성 문장이라도 너무 남용하면 곤란하겠지만(켈러맨은 가끔 남용하는 것 같다), 때로는 이렇게 미완성 문장으로 멋진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글의 흐름에 변화가 생길 뿐만 아니라 묘사도 간결해지고 이미지도 더욱 선명해지고 긴장감도 고조되는 것이다.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만 연달아 쓰다 보면 글이 너무 딱딱해져 유연성을 잃게 된다. 언어의 결벽주의자들은 이런 말을 듣기 싫어하고 죽을 때까지 부정하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언어도 날마다 넥타이를 매고 정장 구두를 신을 필요는 없다.

소설의 목표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이 맞이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기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은 글보다 말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좋은 말솜씨고 역시 유혹의 일부분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그토록 많은 남녀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곧장 침대로 직행하겠는가?


164 장단은 작가의 고유한 필적과도 같은 것이지만 (가령 켈러맨이 미완성 문장을 많이 쓰는 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미완성 문장이 많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또한 수천 시간에 걸쳐 글을 써보고 수만 시간에 걸쳐 남들이 쓴 글을 읽어본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문단이라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융통성이 많은 도구이다. 때로는 낱말 하나로 끝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창작론

나는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172

첫째, 좋은 글을 쓰려면 기본을 (어휘력, 문법, 그리고 문체의 요소들을) 잘 익히고 연장통의 세 번째 층에 올바른 연장들을 마련해둬야 한다.

둘째, 형편없는 작가가 제법 괜찮은 작가로 변하기란 불가능하고 또 훌륭한 작가가 위대한 작가로 탈바꿈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시의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그저 괜찮은 정도였던 작가도 훌륭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생각에 반대하는 비평가나 창작 교사들이 많다. 정치적으로는 개방적이지만 자기 분야에서는 갑각류와 같은 사람들이다.


176 -183

#1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 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종종 좋은 책 보다 나쁜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문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만의 문체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폭넓은 독서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가다듬어야 (그리고 갱신해야) 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 (그리고 연장도) 없는 사람이다. 결론은 그렇게 간단하다.


재능은 연습이라는 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에게서 어떤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눈이 빠질 정도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내가 권하는 정력적인 독서 및 창작 계획도-날마나 4~6시간 - 별로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벌써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에게서 그렇게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싶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내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하라.


독서가 정말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독서를 통하여 창작의 과정에 친숙해지고 또한 그 과정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의 나라에 입국하는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갖추는 셈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 (혹은 마음가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미 남들이 써먹은 것은 무엇이고 아직 쓰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진부한 것은 무엇이고 새로운 것은 무엇인지, 여전히 효과적인 것은 무엇이고 지면에서 죽어가는 (혹은 죽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하여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여러분이 펜이나 워드프로세서를 가지고 쓸데없이 바보짓을 할 가능성도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186

#2

날마다 꼬박꼬박 쓰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생기를 잃기 시작한다. 진짜 사람들이 아니라 등장인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서술도 예리함을 잃어 둔해지고 이야기의 플롯이나 전개 속도에 대한 감각도 점점 흐려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의 흥분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 그러면 집필 작업이 '노동'처럼 느껴지는데,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그것은 죽음의 입맞춤과도 같다.


189-190-191

#3

집필실에 화려한 실내 장식 따위는 필요 없다. 집필 도구들을 모아두기 위해 고풍스러운 책상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장소는 좀 허름해도 좋은데(내가 이미 암시했듯이 어쩌면 '허름해야' 하는데), 거기에 정말 필요한 것은 딱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문으로, 여러분은 이 문을 닫을 용의가 있어야 한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여러분의 결심이 진심이라는 것을 온 세상과 자신에게 공언하는 일이다.

여러분은 글을 쓰겠다는 엄숙한 서약을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려 한다.


가능하다면 집필실 안에는 전화조차 없는 것이 좋다. 쓸데없이 시간만 빼앗는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게임도 없어야 한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창문이 있는 경우, 바깥에 보이는 것이 담벼락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쳐라. 모든 작가에게 그렇겠지만 특히 신출내기 작가는 주의를 흩뜨리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걸러낼 수 있게 되지만 처음에는 글을 쓰기 전에 미리 해결해두는 편이 낫다.

나는 일할 때 요란한 음악을 틀어놓지만-주로 하드록인데, 특히 좋아하는 것은 AC/DC, 건스 앤 로지스, 메탈리카 등이다- 나에게 음악은 문을 닫는 또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음악은 나를 에워싸고 세속적인 세계를 차단해준다. 여러분도 글을 쓸 때는 바깥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싶지 않은가? 당연히 그럴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창조적인 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우선 방이 필요하고, 문이 필요하고, 그 문을 닫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구체적인 목표도 필요하다.


193

#4

문학적 우수성에 이끌려 소설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비행기에 가지고 탈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그런 소설 말이다. 그렇게 되려면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그들의 행동이나 주변 환경이나 대화 내용 등이 독자들에게 어쩐지 낯익은 것들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의 내용이 독자 자신의 삶과 신념 체계를 반영하고 있을 때 독자는 이야기에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무슨 도박꾼처럼 시장성을 계산하여 이 같은 인과 관계를 계획적으로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200-207

#5

사실 나는 손으로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곤란한 점은, 일단 흥이 나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마구 떠오르는 문장들을 미처 따라갈 수 없어 결국 지쳐버린다는 것이다.


가장 흥미진진한 상황들은 대개 '만약'으로 시작되는 질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만약' 흡혈귀들이 뉴잉글랜드의 어느 작은 마을을 습격한다면?

-'만약' 젊은 엄마와 그 아들이 미친개에게 쫓겨 고장 난 자동차 안에 갇힌다면?


등장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에 대하여 솔직하게 써야 한다.


212-

#6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알아야 한다. 그것도 독자들이 금방 알아듣고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묘사할 수 없다면 여러분은 수많은 거절 쪽지를 받게 될 것이다.

-

묘사가 빈약하면 독자들은 어리둥절하고 근시안이 된다. 묘사가 지나치면 온갖 자질구레한 설명과 이미지 속에 파묻히고 만다. 중용을 지키는 것이 요령이다. 그리고 어떤 것은 묘사하고 어떤 것은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등장인물의 신체적 특징이나 옷차림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용모나 체격이나 옷차림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만들려면 등장인물의 겉모습보다 장소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신체적 묘사를 통하여 인물의 성격을 손쉽게 드러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까 제발 부탁건대, 주인공의 '예리하고 지적인 푸른 눈동자'나 '앞으로 내밀어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턱'따위는 삼가도록 하라. 여주인공의 '도도해 보이는 광대뼈'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을 쓰는 것은 한심하고 나태한 짓이다. 그 지긋지긋한 부사들과 다를 게 없으니까.


221

#7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라는 것이다.


사실적이고 공감을 주는 대화문을 쓰려면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

자신의 작품이 진실하게 들리기를 바란다면 진실하게 말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입을 다물고 남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일이다.


233

#8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눈여겨보는 일, 그리고 본 것에 대하여 진실을 말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그날 애니는 마음이 울적해서 자살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라든지 '그날 애니는 유난히 즐거워 보였다'처럼 ) 직접적인 표현은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한다면 나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지저분한 머리를 하고 혼자 묵묵히 앉아 마치 강박감에 사로잡힌 듯 케이크와 사탕을 정신없이 집어먹는 여자를 여러분에게 보여주는 것,

그래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애니가 조울증 때문에 울적해진 상태라는 결론을 내리게 하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잠시나마 애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녀의 광기를 이해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 나는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일체감마저 느낄 수 있는 등장인물을 창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애니 윌크스는 그만큼 현실에 가까운 인물이 되고, 따라서 더욱 무시무시해진다.


240

#9

지금까지 우리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들을 살펴보았는데, 그 모든 내용은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된다.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그러나 연습처럼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묘사와 대화와 등장인물을 창조하는 모든 기술도 궁극적으로는 명료하게 보거나 들은 내용을 역시 명료하게 옮겨 적는 (그리고 그 불필요하고 지긋지긋한 부사들을 안 쓰는) 일로 귀결된다.


물론 그 밖에도 알아두면 좋은 것들은 많다.

의성어, 점증 반복(incremental repetition:극적 효과를 위해 각 절에서 선행절의 일부를 용어만 조금 바꾸어 되풀이하는 것), 의식의 흐름, 내면적 대화, 동사 시제의 변화, 배경 스토리라는 까다로운 문제(그것을 어떻게 집어넣느냐, 어느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냐 등등) 주제, 진행 속도 등을 비롯하여 여남은 가지가 더 있는데, 각종 창작 교실이나 권위 있는 창작 지침서들을 살펴보면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


언제나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니, '일부' 독자도 언제나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가끔은 일부 독자라도 만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말은 아마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기왕 주의를 주는 김에 다시 말하겠는데, 이미 알려진 모든 테크닉은 누구든지 써먹을 수 있다. 이거야말로 황홀한 일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시도해보라. 따분할 만큼 평범해도 상관없고 터무니없을 만큼 특이해도 상관없다. 잘 어울리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버려라. 그때는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버려야 한다.

언젠가 헤밍웨이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야 한다."


247-257

#10

사실 주제는 (놀라지 마시라)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작품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거다.


내가 글쓰기를 다른 일보다 좋아하는 이유를 딱 하나만 꼽는다면 이렇게 모든 것이 일시에 연결되는 통찰력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런 현상을 가리켜 '핵심을 찌르는 사고력'이라고 불렀다. 또 누군가는 '초월적 논리(over-logic)'라고 했다.


나는 종종 (어떤 작품의 수정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혹은 초고를 쓰다가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곤 한다.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 시간에 나는 왜 기타를 치거나 모터사이클을 타지 않고 글을 쓰는가?

애당초 이 고달픈 일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며 또 어째서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가?

그때마다 답이 금방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개는 답이 나오게 마련이었다.


257

#11 (수정 작업)

과연 이 스토리에 일관성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일관성을 시처럼 우아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복되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인가?

혹시 그 요소들이 함께 어울려 어떤 주제를 이루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말해서 '이 작품의 내용이 뭐냐, 스티비?' 하고 묻고, 또한 그렇게 내면에 감춰진 문제들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자문해보는 것이다.


내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독자들이 책을 덮고 서가에 꽂은 뒤에도 그들의 정신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한동안 잔잔한 '울림'이 남아 있는 일이다.

나는 숟가락으로 일일이 떠먹이지 않고도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본다.


275

#12

" 수정본 = 초고 - 10% "

그 공식을 보기 전에는, 가령 초고가 4천 단어 분량이었다면 수정본은 5천 단어로 늘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공식을 본 뒤로는 달라졌다.

요즘도 4천 단어짜리 초고는 3600 단어를 목표로 수정 작업을 한다.


흥미로운 내용은 넣어야겠지만 자기도취에 빠져 따분한 내용까지 마구 포함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남들이 기나긴 인생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곳은 술집이다.

그러나 그것도 술집이 문을 닫기 한 시간쯤 전에만 해당되고, 그나마 여러분이 술값을 내겠다고 말한 경우에만 성립되는 일이다.


281~

#13 (자료 조사)

자료 조사는 전문화된 형태의 배경 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혹시 여러분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되어 자료조사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더라도 부디 '배경'이라는 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자료 조사는 되도록 멀찌감치 배경에 머물면서 배경 스토리를 마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좋다.

. 여러분의 독자는 등장인물이나 스토리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테니까.


여러분이 쓰고 있는 것은 연구 논문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언제나 스토리가 우선이다.


294~

#15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습니까?' '저작권 대리인은 어떻게 구합니까?' '출판계 사람들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처음에는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 종류의 작품들을 싣는 잡지들을 구독해야 한다.


대리인이나 출판사를 구하려면 신중하고 꼼꼼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일'이다....

먼저 시장의 흐름을 읽어보지도 않고 작품을 투고하는 것은 캄캄한 방에서 다트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어쩌다가 표적을 맞히는 일도 가끔은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성공할 자격이 없다.

다른 수많은 분야가 그렇듯이 출판계에서도 인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08

#16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 때문에 썼다.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썼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서 한다면 언제까지나 지칠 줄 모르고 할 수 있다.


<인생론-후기를 대신하여>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글쓰기 책 몇 권을 소개하는데 스크롤바가 길게 내려가고 말았으니 흥미 부분에서 점수를 잃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나도 나의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스티븐 킹이 언급한 대로 책을 많이 읽을수록 '좋은'글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고.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진 작가를 제외하면 말이다.)


좋아하는 책과 글의 스타일이 분명하다 보니, 나도 그들의 스타일을 추구하곤 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작가의 글이라고 해서 차별하지는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작가나 책의 장르에 상관없이 읽은 책에서 좋았던 글귀, 따라 써보고 싶은 글귀 등을 따로 보아 꼭 에버노트에 정리해놓는다는 것이다. 필사와 비슷하다.


언젠가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나만의 글귀 기록장을 펼쳐, 그날의 기분에 따라 추구하고 싶은 작가 폴더를 열어본다. '아 이럴 땐 이런 묘사가 가능하구나. 문단 전환을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할 수 있구나. 이 작가님은 배경지식이 어마어마 하구나. 이런 표현은 참 신선하네.' 하면서 비슷한 표현을 연습해보는 것이다. 어느 날엔 글쓰기에 관한 명언을 모은 폴더를 열어 절망한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고, 어느 날엔 서재에서 맘에 드는 책을 꺼내 무작정 읽다가 줄을 치며 새로이 글감을 더하기도 한다.


최근 브런치에서 ‘왜 쓰는가'에 대한 글을 왕왕 읽었다.


훌륭한 브런치 작가님들이 이렇게 말했다.

‘좋아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치유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어서?, 살기 위해서...'


각각의 이유를 들어보며 ‘나는?'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본 날들이 있었다. '나는 왜 쓰는 것일까?'를 주제로 글을 한 편 써 내려가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나는 왜 쓰는 것일까...'

'쓰고 싶어서...'

'왜?'

'...'


여전히 생각 중이다. 감동을 주는 예쁜 글을 쓰고 싶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조금 결이 다른 저의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

http://blog.naver.com/erinhot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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