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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Nov 08. 2019

조지아를 품은 나리칼라 요새

꿋꿋하게 살아남은 조지아

시간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거장의 손길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트빌리시(Tblisi,თბილისი)에서 오래 머물렀다. 곧 무너질 것만 같은 집들 사이로 얼기설기 퍼져있는 오래된 골목이 주는 정감을 오래 느끼고 싶었다. 트빌리시는 따뜻하다(warm)는 뜻을 품고 있다.


두 번째 숙소는 나리칼라 요새 (Narikala Fortress)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었다. 내 방, 그러니까 여행하는 동안 내 집에서는 창문을 통해 나리칼라요새가 보였다. 느리게 움직이다가 가끔 멈추곤 하던 케이블카도, 오래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빨래를 널고 있는 모습도, 어느 날엔 신부를 졸졸 따라가던 개 한 마리가 웨딩드레스를 밟고 놓아주지 않는 통에 사람들을 웃음바다로 만들던 모습도 다 보였다.






나리칼라 요새 오르기


나리칼라 요새에 오르는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는 것과 걸어 올라가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트빌리시에서 '탈 것'에 매겨진 가격은 저렴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올드타운 전경 또한 놓치기 아쉽다. 하루는 케이블카로, 하루는 두 발로 걸어서 올라가 보았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나리칼라 요새 (Narikala Fortress,ნარიყალა)는 트빌리시 스카이라인을 책임지는 대장 건축물이다. 흑해를 끼고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 위치에 있는 조지아는 끊임없이 주변 강대국의 침입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라고 하니 지금의 조지아가 독립하여 본연의 전통과 언어를 고수하고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겠다.

나리칼라 요새는 이러한 침입을 막기 위해 4세기 페르시아가 지은 성벽이다. 이후에도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고 재건축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역사를 간직한 평안한 집의 모습이다.


*

케이블카 1인 왕복 (환불되는 교통카드 포함) : 6 GEL. (한화 약 2400원)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 내려다 본 트빌리시 전경





참새 방앗간, Outdoor Restaurant


길게 늘어선 성벽이 양갈래로 갈라져있다. 아직 반밖에 둘러보지 않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날 걸어올 거니까, 지금은 그냥 쉬고 싶어.'라고 생각했다. 뷰(view) 맛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아요 (대신 view tax가 붙는다). 우연인지 케이블카에 함께 타고 올라왔던 힙한 조지아 아이들이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산 타워 같은 곳일 것 같다, 이곳은.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나 혼자 찾곤 하는 모두의 장소 말이다.


*

조지아 맥주 Argo 8.5 GEL.

아메리카노 7 GEL.







조지아 어머니상 (Kartlis Deda, ქართლის დედა)


나리칼라 요새 한쪽에는 거대한 어머니상이 우뚝 서 있다. 20m를 자랑하는 조지아의 어머니(Mother of Georgia)상 역시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석상인 것 같지만 알루미늄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었단다.

조지아의 어머니는 왼 손에는 와인이 가득 담긴 큰 잔을,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요새에 올라서서는 어머니상의 앞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발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격으로 고개를 꺾어야만 얼굴이 겨우 보인다. 어머니상 발치에 있는 벤치에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웬만하면 양보하지 않는다. 그 마음 알겠다. 트빌리시를 가르는 므츠바리 강(Mtkvari)이 천천히 흐른다.


*어머니상의 의미

: 친구로 방문한 이에게는 와인을 대접하고, 적으로 방문한 이에게는 검으로 응대한다는 전설이 있다.






아이쿠


햇살이 여기저기 뻗어있다. 사람과 개와 음악을 지나치다가 어느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자꾸 내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그리고 내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아무래도 돈을 받겠다는 수작(?) 인건 알겠는데, 이 사람 노래를 정말 열심히, 신나고 즐겁게 부른다.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래, 노래 끝나고 10라리 정도 드리면 되겠지?'


2분쯤 흘렀을까? 그는 노래를 마치자마자 웃음을 거둔 채 40라리를 요구하신다. 뭐라고? 말도 안 돼! 안된다고! 어떻게 하지? 날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다.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며 추근대기까지 한다. 어떡하지?


나 : fourteen lari (14라리)?

그: No no no no no, FORTY lari (40라리)!


나 : What? fourteen lari (14라리)? OK!

그: No no no no no, FORTY lari (40라리)!!!!


(무한 반복...?)


기분 좋게  40라리 드릴 수도 있었지만 아저씨가 무섭게 돌변해서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광활한 자연을 감상하러 온 여행객들이 트빌리시에 머물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트빌리시에서 꼭 들르는 곳이 바로 나리칼라요새라 한다. 트빌리시 도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중 최고이기 때문이겠다.


나리칼라 요새로 걸어 올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골목 샛길로 잠시 빠져보면 좋겠다. 예상치 못하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것들을 자꾸자꾸 마주치게 되니까. 푸르른 잎사귀 우거진 비탈길에서 석류 열매를 발견하기도 하고,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쯤 꾸움뻑 잠에 빠져든 개나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범퍼가 없는 낡은 자동차를 타고 스릴 넘치는 골목 운전에 능한 운전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기도 할 테니.



며칠 뒤, 걸어 올라간 나리칼라 요새에서. 트빌리시 올드타운



커버 사진 :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나는 나리칼라요새, 9월의 트빌리시



제가 표현 잘 못하지만 늘 응원해주시는 브런치 이웃님들 많이 많이 대빵 많이 감사해요! യ
새로 방문해서 읽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헷! ᵔᴥ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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