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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Nov 17. 2019

TBLISI Loves You

트빌리시에서 일주일을

I=t人²
여행의 인상(impression)은 시간(time)과 만난 사람들에 비례한다.

짜릿하고 따뜻하게, 이시은



트빌리시와 사랑에 빠지다.

소박한 꽃을 파는 할머니였을까? 진한 바닷물을 담아놓은 것 같은 와인? 눈꼬리가 쭈욱 내려가도록 함께 웃던 사람들? 대낮에 아무데서나 뻗어 자고 있던 개와 다 망가져가는 자동차... 아니, 아마 초록빛 그림자를 흔들던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트빌리시(Tblisi)와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순간이었다. 4세기부터 흐르는 역사를 품은 건축물은 그 가치를 고고하게 풍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를 자랑하면서도 테이스팅 와인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도도하며 순박하다. 걸음을 딛는 골목길 오른쪽, 왼쪽 모퉁이마다 푸른 도시의 향기가 났다.




선물 같은 사람들


조지아 사람들은 손님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 여긴단다. 수줍거나 무뚝뚝하거나 밝거나 한 그들의 인사는 다른 종류일 뿐, 상냥한 마음은 한결같다.


고르가살리 광장(Gorgasali Square) 근처 숙소에서 머무는 동안 그들이 활짝 지어 보이는 미소를 매일 먹고지냈다. 카트리나(Katerina Sormoni)는 한국어로 "사랑해요."라고 인사하곤 했는데, 며칠 뒤에 우린 서로에게 "너, 이쁘다!"를 연발하는 사이가 되었다. 소피아(Sophia Svanidze)는 우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하트를 많이 받았다 팔짝 뛰었고, 라일리(Lali)는 지난밤에 보고 왔다는 한국 영화, 기생충에 관한 감상을 끝없이 늘어놓는다.


알렉스(Alex)는 프리우스를 운전하는 택시 운전사다. 그의 운전실력과 친절함에 반해 장거리 운전을 다시 한번 부탁했더니 웬걸, 막내아들을 데리고 왔다. 아빠 운전하는 옆에 앉아 쫑알쫑알 대화하는 부자지간의 대화는 마침 내리는 빗소리에 섞여 여행길이 다정하기만 했다. 나는 아홉 살짜리 조지아 초등학생과 인스타그램 친구가 되었고.


좁은 골목을 살금살금 걷고 있는데 창가에 앉아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녕?" 인사를 나누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에게 '나는 한국에서 왔다...'말하고 떠나려던 참이었다.

"한국이라고요?!" 갑자기 벌떡 일어난 건 꼬맹이의 누나였다. BTS팬이라 말하는 그녀의 양 볼이 발그레해진다. 다음부터 나는 여행길에 ABC초콜릿 대신 BTS 스티커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개와 고양이의 시간


트빌리시는 어쩌면 개와 고양이의 도시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살고 있는 땅에 사람들이 마을을 만들었을 것이다. 여행자의 숫자만큼 많은 개와 고양이를 과거에 문제 삼은적이 있다고 한다. 사람을 다치게 한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행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개의 귀에는 작은 태그가 붙어 있는데, 이는 필요한 백신을 다 맞았고 중성화되었으며 공격성이 없는 착한 개라는 것을 증명하는 표식이다. (TVNR program : tag/neuter/vaccinate/return)


 조지아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는 마음은 반반인 것 같다. 개와 고양이와 사람은 서로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각자 갈 길을 간다. 대부분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는 이들은 저녁시간이 되면 야외테이블 근처에서 밥을 구걸한다. 가끔은 졸졸 따라오기도 한다. 여행자들은 내키는 대로 함께 걷거나, 빵을 조금 나누어 주거나 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한 개들만 모여있어요. 겁내지 말아요.




올드(old)와 힙(hip)이 공존하는 도시


트빌리시는 올드타운과 뉴타운의 매력을 동시에 내뿜는다. 걸어서 혹은, 지하철을 타고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나들며 두 가지 매력을 다 느끼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과 닮아있다.


므츠바리(Mtkvari) 강에 바다내음이 묻어 흘러 들어온다. 강 주변으로 터전을 잡은 마을은 겹겹의 시간을 보내고 여행자를 맞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짙은 녹색빛이 감돌다가도 반짝이는 햇살 아래서는 에메랄드빛인 므츠바리 강을 중심으로 트빌리시의 올드타운은 생생하게 숨 쉬고 있다.


펑키한 카페에 장식처럼 튀어나온 발코니는 곧 떨어질 것만 같아 아슬아슬하다. 널찍한 공원에 졸졸 흐르는 물줄기와 아티스틱한 조형물은 묘하게 어울린다. 루스타벨리 거리(Rustaveli Avenue) 4차선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레스토랑과 샵을 방문하는 현지인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패션에 민감하다.


자갈길을 걷다가 한껏 고개를 꺾어 창문을 올려다보는 재미,  살짝 열린 문틈으로 삐져나오는 빵내음에 이끌렸다가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에 눈길을 빼앗기는 시간, 망가졌지만 여전히 잘 굴러가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타고 하는 자동차 여행, 수세기 전부터 있어온 교회와 대비되는 화려한 건축물들은 트빌리시에서 느끼는 매력의 1/10쯤 될까?



아... 지금도 조지아의 맛있는 냄새가 콧잔등에 남아있다.

한 편으로도 모자랄 그들의 전통 음식과 와인과 차 이야기 역시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

조지아 여행기 매거진에 다 담지 못한 여행기는 다음 온라인 서점에서 책으로 만나보세요 :-)

예스24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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