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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Dec 30. 2019

조지아가 그렇게 힙하다면서요?

트빌리시 힙한 카페 시리즈

 메스티아(Mestia)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왔다. 트빌리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30분. 어느덧 보름이 지났고, 오늘은 조지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카자흐스탄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가는 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주어진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지. 조지아의 서울, 트빌리시(Tbilisi)의 힙한 카페 투어를 계획했다. 조지아가 보여주는 자연의 광활함에 빠져 트빌리시라는 도시 매력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 조지아 화폐는 '라리'이며 표기는 ლ / Gel.로 합니다. (1라리 = 약 400원)




Linville


화려한 무늬의 벽지가 둘러싸고 있는 <카페 린빌>은 백설공주 같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밤이 되면 들를 법한 그런 공간이었다. 내 키만 한 높이의 스탠드 조명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나 오래된 텔레비전을 비워 금붕어를 키우는 어항으로 사용하고 있는 등의 톡톡 튀는 유니크함은 카페 소품 곳곳에 묻어 있었다. 오른쪽 방, 왼쪽 방, 발코니까지 다 둘러보느라 한참 정신을 빼앗겼다. 빨간 소파 테이블에 앉을까, 파랑천이 덮인 테이블에 앉을까 같은 사소한 고민을 하는 데 시간을 조금 더 할애했다.


카페 내부 사진은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


가을 햇살이 초록색 나뭇잎 마디마디를 비추고 있었다. 정오 무렵이었다. 일부로 찾아간 곳이라 지도에 의지했더니 입구를 한참 찾았다.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 철문에 카페 이름이 적힌 것을 늦게 발견했다. 끼이익- 문을 열었더니, 바라보기만 해도 삐그덕 소리가 날 것 같은 나무 계단이 높게 솟아 있다. 높이가 각기 다르게 느껴지는 계단 위로 한 발, 한 발걸음을 옮겼다. 환한 카페 풍경을 마주했다. 마음이 금세 풍요로워졌다.



길게 구불거리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가 다가왔다. 메뉴를 건네받으며 공간이 예쁘다 말했다. 둥근 챙모자가 잘 어울리는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고맙다며 웃는다.

카페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조지아식 보드카, 차차와 맥주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새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호두 가루가 뿌려서 있어 고소함이 더해진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차차 한 모금을 마시고 아이스크림 한 입을 꿀꺽 삼켰다. 조금 벗겨지거나 낡은 벽면이 속살을 드러나있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대여섯 명의 여행객 무리가 우르르 들어와 내가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고 맛있겠다며 똑같은 것을 주문했다.


·Ice cream with nuts and chocolate : ლ6.5

· Homemade ChaCha : ლ5

· Argo beer : ლ5


· Cafe Linville , 12PM - 12AM





Cafe Leila


<카페 레일라>는 트빌리시 시계탑에서 이어지는, 예쁜 카페가 서넛 모여있는 골목길에서 1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층짜리 아담한 건물을 덩굴식물 아이비가 무성하게 덮고 있었는데 그래서 더 아늑할 것만 같고 다른 세상으로 통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와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야외 테이블이 주는 특유의 서정적 느낌을 좋아하지만 실내 자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밖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카페 레일라는 이슬람 영향을 받은 듯한 화려한 천장과 몰딩이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페르시안 스타일의 재미있는 그림들이 가득하고, 조명이나 쿠션 같은 소품도 하나하나 다 사랑스럽고 특별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려고 츠비쉬타리(Chvishtari, ჭვიშტარი)를 주문했다. 조지아의 전통음식 중 하나인데 언뜻 보기에 치즈 스틱과 비슷한 모양과 맛을 내고 있지만 옥수수 향과 맛도 진하게 더해져 있다. 크림 사워와 칠리소스에 찍어 먹는 것인데, 느끼함은 덜어주고 고소한 치즈맛과 바삭한 구이의 맛을 살려준다. 조지아에서 흔히 보는 나타크타리 맥주와 레드 와인 한 잔을 함께 마셨다. 턱수염이 덥수룩한 직원은 바쁜 와중에도 친절한 제스처를 자주 해 보인다.


이제는 초가을로 들어서는 트빌리시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고 바람에는 도시의 소리와 냄새가 실려 있었다. 저물어가는 오늘 하루도, 문을 열고 나섰을 때 몸을 감싼 박모의 시간도 내겐 행복이었다.


·Chvishtari (fried cheese and corn sticks) : ლ10

· Natakhtari Beer : ლ5.5

· Saperavi Red wine : ლ6


· Cafe Leila , 12PM - 11PM (월요일 휴무)





Cafe Lolita


이름부터 발랄한 <카페 롤리타>는 클럽을 연상시키는 핫한 입구에서부터 그 공간이 시작된다. 붉은 광선 조명이 비추는 좁은 홀웨이를 지나오면,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치 다른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딘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탁 트인 자연 속에 세련된 디자인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픈 키친을 컨셉으로 한 어반 스타일 카페 롤리타는 조지아의 힙한 젊은이들이 캐주얼한 식사와 수다를 즐기러 찾는 곳이다.



오픈 키친의 규모가 꽤 큼에도 그 근처의 테이블은 이미 꽉 차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여섯 명의 요리사들이 모두 훈남이다. 예쁘고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계단 세 칸 정도 올라간 높이에 작은 정원 같은 공간이 숨어 있다. 나무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나무 아래서 손짓한다. 카페를 찾은 로컬 사람들의 분위기를 한껏 느꼈다. 단풍나무 잎사귀처럼 생긴 초록빛 나무 잎사귀들은 음악에 맞추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 Browny with Ice cream : ლ15

· Argo Beer : ლ4

· Teliani Brut White wine : ლ6


· Cafe Lolita , 11AM - 1AM





Cafe Stamba


<카페 스탐바>는 규모가 상당히 큰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호텔 스탐바에서 운영한다.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꼭 가볼만한 곳이라는 이 곳은 항상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나는 예약을 하지 않고 갔다가 입구에서 한참 기다려야만 했다. 직원들이 아무리 많아도 각기 할 일이 많아서 새로 온 손님을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 조지아에도 간혹 인종차별이 있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서 잠깐 동안 오해를 할 뻔했다. 나뿐 아니라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많은 방문객들이 관심 밖에서 서성이며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니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사람들도 보이고, 지인이나 가족들과 캐주얼한 식사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보인다. 식사 후에 야외석에서 이어지는 정원 산책만으로도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음료와 음식은 단연 훌륭하지만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여행 중에 꼭 들러야 할 카페 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옆 건물인 디자인 호텔 <스탐바>의 로비는 둘러볼 만하다. 숙박을 하지 않는 방문객들에게도 로비 한 편에 마련된 책 전시장을 오픈하고 있다. 노스텔직하면서도 모던함이 공존하는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 서적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지만 빛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책과 함께 숨 쉬는 기분도 가만히 느껴보면 좋겠다.


· Ekla : ლ13

· Argo Beer : ლ5

· Pomegranate Vani : ლ9


· Cafe Stamba , 8AM - 12AM






언젠가 작은 여행 카페를 열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이후부터 여행지에서 카페를 찾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각 나라의 도시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품은 공간을 향한 동경과 열정이 커진 것이다. 지리적으로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있지만 결국 ‘지금'에 걸맞은 분위기를 간직하게 된 공간들은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

조지아 여행기 매거진에 다 담지 못한 여행기는 다음 온라인 서점에서 책으로 만나보세요 :-)

예스24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알라딘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교보문고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인터파크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ᵔᴥᵔ 긴 글 읽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ᵔᴥᵔ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 모두 2020년 한 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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