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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Dec 13. 2019

조지아의 모든 음식은 '시'다. (트빌리시 Top 5)

조지아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19




    사람과 자연,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 냄새 더해주는 음식까지 하나 빼놓을  없는 나라, 조지아(Georgia) 다녀왔다. 조지아 음식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찾을 정도란다. 조지아 여행기를 쓰는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음식을 소개하는 재미까지 선물 받았다. 러시아의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푸쉬킨(Alexander Pushkin) "조지아의 음식은  편의 시와 같다.(Every Georgian dish is a poem.)"라는 표현를 했다.


조지아 전통 방식인 크베브리(Kvevri) 양조법으로 만든 와인부터, 화덕으로 굽는 커다란 빵, 자연에서 방목하여 키운 가축, 신선한 채소와 과일뿐 아니라 그들만의 조미료 역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한몫하는 비밀 요소이다.


* 조지아 화폐는 '라리'이며 표기는 ლ / Gel.로 합니다. (1라리 = 약 400원)






Salobie Bia


예술가의 감성을 가득 담은 이 곳은  조지아의 전통음식 특히, 서부 지역 음식을 잘하는 곳이다. 1층에서 반 층 내려간 곳에 숨겨진 작은 레스토랑이지만 벽면을 채운 미술 작품들은 이 곳을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거대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자세히 보면 보이는 앤틱 한 가구와 소품 또한 모던과 앤틱이 결합된 느낌을 폴폴 풍기고 있었다.

작은 갤러리에 온듯한 착각이 드는 곳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이 추천해준 이 곳에서는 토마토 샐러드를 꼭 먹어야 한단다. 토마토 샐러드는 조지아 음식 중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보통의 샐러드에 토마토가 많이 들어갔겠지.'라고 넘겨짚으면 안 된다. 지역마다,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소스와 비주얼의 토마토 샐러드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조지아산 호두를 이용한 소스와 곁들여 먹는 샐러드가 보통이지만 오늘은 고춧가루가 송송 뿌려진 토마토 샐러드를 마주했다.


'고춧가루?! 고춧가루가 토마토와 어울릴까?' 

퍼플 바질 (purple basil)이 향을 돋우고, 알싸한 매콤함과 토마토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신비한 맛으로 입안이 가득 찼다. 마치 맛있는 고기의 육즙이 터지듯, 토마토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상큼함이 톡 터졌다. 꽃 향기가 났다.


조지아는 빵이 맛있다. 화덕에서 갓 구운 빵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빵보다 열 배쯤 더 바삭하고 맛있는 빵이라고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곳에서 먹은 빵은 그 보다 다섯 배쯤 더 맛있었다. 아삭 바삭 소리를 내며 먹는 빵으로 인해 행복함을 느꼈달까.


소고기 요리도 주문했다. 종종 먹던 소고기와 돼지고기 요리법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하지만, 쌀이 아닌 옥수수나 호두를 갈아 만든 죽의 형태가 함께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Tomato Salad, ტომატის სალათი :  10

·Ghomi and Kharcho, ღომი და ხარჩო : ლ18

·Homemade Lemonade : ლ10

·Bread : ლ2


·Salobie Bia : 11AM - 11PM






Cafe Kala


트빌리시 카페거리 (Erekle II St.) 에는 맛있다고 소문난 레스토랑이 양 옆으로 줄지어있다. 날이 좋은 날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다 말고 지나가는 여행자와 눈인사를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맞은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과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거리 전체가 하나의 식당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트빌리시 카페거리


햇빛이 강한 오후였다. 차양 아래 테이블은 이미 꽉 찼다. 햇빛을 직선으로 받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두 명이 겨우 나란히 다닐 수 있는 좁은 길과의 경계선에 화분들이 서 있다. 시원한 맥주 한 잔 우선, 민트 레모네이드도 함께 주문했다. 9월이지만 트빌리시의 날씨는 한창 여름이었거든.


눈에 띄는 메뉴가 있었다. 'Beef Cheeks(소고기 뽈살)?' 생소하고 궁금하여 시켜보았는데, 두 번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함께 나온 화이트소스 매쉬포테이토(mashed potatoes with white sauce)는 맛있었지만 고기의 결에서 느껴지는 식감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조지아에서 먹는 소고기 요리는 대부분 맛있는 편이다. 단지 부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지아 전통 요리 중에 하나인 chanakhi (Lamb Stew) 양고기에 토마토와 가지, 감자와 양파 등을 함께 끓여 만든 요리다. '양고기 토마토 죽' 정도로 표현하면 적당할까? 야채가 듬뿍 든 건강식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각 요리의 가격은 만원 이하이다.


벌 한 마리가 다가와 우리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웽웽거리는 소리는 물론, 그냥 두기엔 자꾸 신경이 쓰였다. 소고기 뽈살 먹던 요리를 테이블 모서리에 두고 벌을 유인해보았다. 레스토랑 직원이 다가와 다 먹은 접시인 줄 알고 치우려고 할 때였다.


"안돼, 안돼, 여기 벌이 웽웽거려서 벌을 유인하려고 한 거란 말이야."

"?  때문이라고?"


때마침 날아온 벌이 접시에 안착하여 우리는 함께 웃었고, 그렇게 또 시간은 리듬 타는 벌처럼 흐르고 있었고.



·Beef Cheeks with mashed potatoes : ლ19.9

·Chanakhi,ჭანახი : ლ18.9

·Lemonade with Mint : ლ5.9

·Argo tap beer : ლ4.9


·Cafe Kala : 10AM - 2AM






Cafe Pavilion


트빌리시 구시가지 평화의 다리 멀지 않은 곳에도 작은 카페골목이 있다. 밤이 되면 주홍빛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건물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 어느 날 저녁, 무얼 먹을까 하던 차에 자주 걷던 이 골목길에 있는 레스토랑을 고르기로 했다. 문 앞에 놓인 피아노는 파랗고 하얀 물결무늬로 칠해져 있다. 밥을 다 먹어갈 때쯤 누군가가 피아노 앞에 앉아 골목을 울리도록 건반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Pavilion 조지아의 전통 음식, 카차푸리(ხაჭაპური)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카차푸리는 빵 반죽에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가득 담아 구워낸 것인데, 보트(boat) 모양이 전통이지만 보통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가운데 놓인 덜 익은 계란을 톡 터뜨려 치즈와 함께 섞어 빵과 함께 먹는다. 아... 치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천상의 맛!


송아지 토마토 스튜(Veal Chashushuli, ჭაშუშული) 역시 무난한 맛이었다. 토마토소스로 만든 스튜요리를 자주 먹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속재료는 조금씩 다르다. 카차푸리 빵 조각을 떼어내 토마토소스를 올려 먹는 맛도 일품이다.



조지아에서 흔히 보는, 떠돌아다니는 개들은 야외테이블에 앉은 여행자를 좋아한다. 음식을 잘 나눠줄 것 같은 사람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다. (메스티아에서 찾아온 아기 고양이는 야옹야옹 울어댔지만 말이다.) 빵조각을 떼어줬지만 딱딱하다 여겼는지 옆 테이블로 가버렸다. 프랑스어로 말하는 중년의 여인 세명은 와인을 마시다 말고, 개에게 음식을 줄지 말지 고민하는 것만 같았다.


·Veal Chashushuli, ჭაშუშული : 23

·Khachapuri, ხაჭაპური : ლ11

·Black Lion beer : ლ6


·Cafe Pavilion : 3 Ioane Shavteli St, Tbilisi, Georgia






Megruli Sakhli


규모가 꽤 크게 열리는 벼룩시장인 <Dry Bridge Market>에 간 날이었다. 옛 러시아 제정시대의 물건부터 조지아식 패브릭 제품과 예술가들의 그림 등 볼거리가 가득한 곳에서 반나절을 보냈더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과 눈을 떼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걸은 덕분에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레스토랑을 찾았다.



조지아에 여행 오기 전부터, 한국 음식인 닭볶음탕과 비슷한 요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배가 고프니까 치킨 생각이 번쩍 났다. 대체 그 요리 이름이 무얼까... 고민할 필요 없이 영어로 된 설명을 읽고 주문했더니 성공적이다. Chicken Chakhokhbili (ჩახოხბილი)는 허브와 양파를 곁들인 치킨 토마토 스튜이다. 조지아식 이름이 뜻하는 것은 사실 꿩(Pheasant)이다. 예전에는 꿩으로 만들던 요리이기 때문이다.


조지아에서 식사 중에 마시는 하우스 와인 중에는 Semi-Sweet wine이 가장 맛있다. 루비색을 띠고 있는 세미-스위트 와인은 벨벳처럼 부드러운 느낌으로 혀를 감싼다. 가격은 기본 레드와인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지만 식사와 곁들이는 딱 한 잔이라면 Why Not?!


·Chicken Chakhokhbili (ჩახოხბილი) : ლ25

·Trout with Parmasan: ლ12

·Rice with vegetables: ლ7

·Semi-sweet wine : ლ18

·Black Lion draft beer: ლ5


· Megruli Sakhli : 11AM - 1AM






Chela (Funicular Restaurant)


해가 지기 전에 트빌리시의 푸니쿨라 타는 곳을 찾았다. 케이블카와 더불어 트빌리시를 한눈에 보기 좋은 전망대로 오르는 정류장이다. 생각보다 높은 경사를 꽤 올라갔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는 건물을 지나가면 한가한 것 같지만 속속들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놀이공원도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반짝거렸다.



격식을 조금 덜 차려도 되는 식당인 <Chela>를 선택했다. 점심을 먹지 않아서 식사 겸 안주가 될만한 케밥 플레이트를 선택했다. 돼지고기와 치킨, 그리고 송아지 고기로 만든 3종 꼬치가 구운 야채와 함께 나왔다. Tkemali라고 하는 올리브색 소스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조지아에서 나는 초록색 자두 열매였다. 매실 같기도 하다.


로제 와인과 제다제니 맥주를 마시며, 우리의 평화로운 식사 시간을 음미했다. 어느새 식당은 가득 찼다. 밥을 먹다 말고 아빠의 목을 잡고 매달리는 소녀와 자꾸 눈이 마주쳤다. 노을이 보이던 창가 바깥으로는 단체 관광객이 하늘을 가리고 말았지만 로제 와인의 옅은 붉은색을 마시며 이대로 행복했다.


· Chela's Mixed Plate : ლ56

· House Wine (Rose) : ლ9.5

· Beer : ლ5.5


· Chela (Funicular Restaurant) : 12PM - 12AM





**

조지아 여행기 매거진에 다 담지 못한 여행기는 다음 온라인 서점에서 책으로 만나보세요 :-)

예스24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알라딘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교보문고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인터파크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ᵔᴥᵔ 
ᵔᴥᵔ 긴 글 읽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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