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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Nov 28. 2019

조지아의 성수동, 문화복합공간 파브리카(Fabrika)

조지아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15


그녀는 청바지에 잘 어울리는 하얗고 납작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앉아 있기만 한데도 태가 난다. 나는 그녀가 모델이거나 패션 잡지 에디터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쪽, 저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흔들리는 갈색 머리칼마저 매력적이다. 나는 그녀의 맞은편, 그러니까 우리는 파프리카(Fabrika) 한가운데 자리 잡은 카페 <Moulin Electrique>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다.  주위에는 온통 그녀만큼이나 예쁘거나, 개성 있거나 그래서 조금 과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쿨한 사람들 투성이인데, 여기는 트빌리시(Tbilisi)에서 가장 힙한 곳이기 때문이다.


*2 호스텔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인기가 많아 조기 마감되었다. 호스텔에 머물면, 투숙객들만의 파티나 모임  여행자들에 주어지는 혜택이 있다.


Georgian Salad

·Georgian Salad ლ8

·Gerogian Beer ლ4 (wine ლ5)


파브리카  Cafe Moulin Electrique

8 Egnate Ninoshvili St, Tbilisi, Georgia
+995 32 202 03 99
11:00A.M.-1A.M.


조지아에 온 지 7일째. 그간 조지아식 토마토 샐러드는 거의 매일 먹었지만 여기만큼 호두 소스가 진한 곳은 없었다. 투박하게 썰린 토마토와 오이는 그렇다 치고, 고추 하나가 통째로 접시를 장식하고 있는 모양새라니. 평소에 고추나 마늘 같은 것을 못 먹는 편이지만 오늘만큼은 고추를 손에 들고 와그작 씹어 먹어야만 할 것 같다.

맛은? 조지아 토마토 샐러드는 무조건 맛있답니다.


<파브리카, Fabrika Tbilisi> 소비에트(USSR) 시대의 거대한 직물 공장을 개조한 문화 복합공간이다. 1층 즉,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오픈 공간에는 없는 게 없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물론, 테마별 편집샵이 우리에게 손짓한다. 그뿐일까? 갑자기 피아노? 갑자기 소파? 오랜 전통의 코카서스 스타일 패브릭 러그와  오래된 자동차 혹은, 앉으면 가시에 박힐 것만 같은 나무 상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곳에서는 나 역시 힙한 사람인 것만 같아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다. 주늑 들 필요가 전혀 없다.






고르가살리 광장 (Gorgasali Square, 트빌리시 남쪽)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지만 그게 너무 힘들어서 갈 땐 택시를 불렀다. 조지아에서 최고로 뽑는 장점 중 하나는 택시비가 저렴하다는 것인데, 그게 얼마큼 저렴하냐면 시내 안에서 웬만한 거리는 1000원 내외밖에 안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너무 저렴한 택시비에 미안한 마음까지  정도니  다했다. (지하철은  구간 0.5라리이다.)


아이러니한 삶의 이면에 대한 생각을 하는 날도 더러 있었다.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행객들은 동전을 1,2라리 내어 줄텐데, 택시비가 2,3라리 하는  특히 그랬다. 힙하다는 루스타벨리 거리 (Rustaveli Ave.)에서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어 손목에 뽀뽀를 하고 돈을 달라며 붙잡고 놓지 않던 작은 여자아이를 생각하면 그랬다. 색조 화장을 진하게 하여 무서워 보이기까지 하던 할머니가 꽃을 사라며 나에게 달려들었던 순간도 그랬다. 

(길거리 브이로그를 찍으며 걷다가 두 명 다 무심결에 찍혔지만 공개하지는 않겠다. 허나, 트빌리시를 오래 여행한 분이라면 이들을 한 번쯤 마주쳤을 것이다.)


택시는 대부분 낡은 벤츠였다. 좁은 골목도 잘 다니려 일부로 범퍼를 떼내었나 싶을 정도로 부속품이 없는 차들이 많았다. 택시 기사들의 운전 실력 하나만큼은 무서울 정도였지만 조지아에서는  택시(Yan Taxi) 어플만 깔면 가격 흥정 등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필요 없다.







왔다 갔다 하는 길에, 잘생긴 그들이 간곡히 팔던 뱅쇼를 사서 마셨다. 한국에서 마시는 것보다 진한 과일향이 맴도는 건 기분 탓일지 몰라도 한낮에 뱅쇼를 홀짝거리며 거리를 걷는 기분이 끝내준다는 건 확실하다. 지하철 역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헌 책 할아버지한테서 옛 소련 만화책도 하나 구입했다. 1라리(약 400원)를 받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비록 뾰로통했지만 나는 그게 쌀쌀맞으면서도 다정한 할아버지의 전유물 같은 모습인 것 같아서 그저 좋았다.






극약 처방전은 여행이다. 물리적으로 나를 멀리 보내는 것이다. 여행을 가면 떠나온 곳의 두고 온 것들이 근경이 아니라 원경이 된다. 사라질까 두려워 잡아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에 오히려 놓치고 마는 근경이 아니라, 천천히 지나가며 보이지 않았던 숨은 그림자까지 보이는 원경이 되어 꽉 쥐었던 손의 힘을 풀게 한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는 순한 마음이 된다.

술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 한유석



**

조지아 여행기 매거진에 다 담지 못한 여행기는 다음 온라인 서점에서 책으로 만나보세요 :-)

예스24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알라딘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교보문고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인터파크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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