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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Dec 09. 201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요?

포르투갈 포르투 렐루 서점


산뜻한 아침 공기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발코니 창을 열고 하늘과 땅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눈을 떼지 않아 보았다. 그들의 일상처럼 나의 일상, 나의 출근길이 문득 그리워졌다가도 이내 지금 이 순간이 백배쯤 더 좋다고 결론지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는 이런 순간도 여행의 일부였다. 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리운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는 이런 순간도 말이다.






"입장은 9 30분부터 시작이네? 나는 미리 가서 여유 있게 들어가야겠다!"라는 다짐은 그저 스쳐 지나간 일종의 아이디어였을 뿐이다. 포르투 숙소에서 렐루 서점까지 걸어가는 길목 여기저기 기웃거리느라 조금 더 늦게 도착했다. -여행 중에 늦는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11시쯤 도착했을 때 서점 앞에 늘어선 긴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렐루 서점은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 때쯤 맞은편에 있는 브런치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렐루서점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아직은 긴 줄의 행렬에 합류하지 않았다. 놀이기구 타겠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을 찾아 줄을 서는 일도, 유명 연예인 사인받겠다고 수많은 인파를 기웃거리는 일도 잘 없는 내게는 쉬운 결정이었다.


 '우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생각해봐야겠어.'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한적한 , 시칠리아(Sicily) 찾은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들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있는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어쩐 일인지 카페 주인은 테이블을 가리키며 앉으라는 제스처를 해 보이는 게 아닌가. 시칠리아에서는 커피를 테이크 아웃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여행하는 우리는 스스로 커피맛을 음미할 시간은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렐루 서점 브런치 카페 Clérigos Corner
R. das Carmelitas 152, 4050-159 Porto, Portugal


 "You should taste..."로 시작하는 문장이 메뉴에 두꺼운 고딕체로 적혀 있다. 맛을 봐야 마땅한 그것들 중에서 훈제 연어가 들어간 크루아상과 (커피 대신) 과일주스를 주문했다. '이렇게 tasty  것은 taste 하라고 하는데    없잖아.' 건너편 렐루 서점 2층 창가에 선 사람들을 바라보며, 빵을 먹고 힘을 내서 줄을 서야겠다 생각하며.


그림자마저 쨍한 날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R. das Carmelitas 144, 4050-161 Porto, Portugal
9:30A.M. -7P.M.
€5 (입장료 5유로 티켓 구입 후, 줄 서기)
€12.50 (인터넷 예약 후, 줄 안 서기)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은 2012년 기준, 렐루 서점을 아름다운 서점 1위로 선정했다. 2018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TOP13'에는 5위 안에 들었단다. 순위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마는 네덜란드의 Maastricht 서점을 비롯하여, 프랑스와 이탈리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로라하는 아름다운 서점들은 꼭 한 번씩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뭉클하게 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런 우리는 동네 작은 책방에 들러 책을 사는 재미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의 공간' 이상의  냄새에 압도당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책들이 살아 숨 쉬는 공기를 나와 나누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벅찰 때쯤, 어쩌면 -안타깝게도- 꽉 찬 책방이 주는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렐루 서점은 사람이 많을 때 더 예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테인리스 문양이 화려한 천장을 통해 빛이 와락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법의 공간에 들어온 듯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천천히 서가를 둘러본다. 1층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오래된 책과 새 책들이 어우러져 촘촘하게 꽂혀있다.


둥글고 붉게 혹은 금빛으로 빛나는 것 같기도 한 나선형 계단을 휘익, 사뿐, 토닥토닥 올라가면 2층에는 또 다른 장관이 기다리고 있다. 한쪽 구석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가만히 둘러보거나 메모를 하거나 작은 소파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인해 책방은 분주하고 활기차다.


금박 글씨가 박힌 어린 왕자 책과 해리포터가 쓰던 것만 같은 가죽 다이어리와 렐루 서점 문양이 찍힌 책갈피를 골랐다. 2층 창가 쪽에 계산대가 있다. 카페에서 바라본 그 창문이었다. 창밖으로 가까이 보이는 나뭇잎 한아름과 부서지는 햇살과 새 지저귐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여행하는 마음에 풍성함을 더해주었다. 햇빛을 등으로 가득 받고 일하는 그들이 계속 웃고 있는 이유를   같았다.



2년 전 여름에 갔던 이곳을 올해 2월에 한번 더 찾았다. (포르투갈 여행은 또 떠날 것이고, 렐루 서점 역시 다시 찾을 것이다.)


‘입장료'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이곳을 방문하는 일을 꺼리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서점을 관광지화 시켜놓은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해리포터 이야기에 영감을 주었다는 렐루 서점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우리가 내는 입장료는 구입하는 책 값에서 제외되니, 포르투갈어로 쓰인 해리포터 혹은 어린 왕자 책을 구입하는 것은 더없이 재미있는 일이고요. :-)



2017년 (좌) / 2019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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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포르투갈 엔지니어인  Xavier Esteves 가 디자인했다. 아르누보(art nouveau) 스타일을 띄는 렐루 서점은 현재까지도 아름다운 실내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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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여행기 이야기는 감성매거진 Cereal 에서 읽은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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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포르투갈 여행기 브런치북에서​ 이어지는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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