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품질의 시가 생산국, 쿠바
*이 글은 쿠바 여행기 중, 비냘레스 1편과 비냘레스 2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처음엔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다. 애연가에게는 쿠바의 시가(cigar)가 안겨주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쿠바의 특산품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붉은색 와인이 철철 흘러나올 포도밭이었다면 설렘을 조금 더 끌어안고 찾았을까.
"난 거기가 그렇게 예쁘더라. 좋았어."
비냘레스(Vinãles)의 초록이 주는 풍경에 반했다는 린다언니의 말만 믿고 함께 찾은 곳이었다. 도착하기도 전에 그곳으로 가기까지의 여정 - 그저 고속도로라 칭하기엔 미안함이 들만큼 자연과 동화되어 쭉 펼쳐진 길. 푸른 하늘과 시시각각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스치는 풍경만으로도 황홀했던- 에서 나는 이미 행복했다. 올드카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그림을 감상하다 말고, 그 기분을 정리하고 싶어 수시로 핸드폰 메모장을 열곤 했다.
한국 사람들이 칭한 시가 농장(Cigar farm)은 사실 Tobacco farm이라 부르는 게 맞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담배를 만드는 식물 이름이 Tobacco(타바코, 스페인어=tabaco) 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시가는 타바코로 만든 담배의 한 형태인데, 만들어진 상품이 농장이 될 수 없는 단순한 논리를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깨닫고 만다.
시가(cigar)라고 불리는 그것은 한국어로 대체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타바코 식물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쿠바는 단연 시가의 대표 국가로 여겨진다. 도미니카 공화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쿠바와의 교류를 끊어버린 이후, 쿠바의 시가 산업이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넘어가서 수출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국에서는 밀수품으로 들일만큼 쿠바 시가를 최고로 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담배는 영어로 cigarette이다. 시가와 담배의 차이점은 타바코(tobacco)를 무엇으로 감쌌느냐로 결정된다. 즉, 담배의 주원료인 타바코를 타바코 잎으로 감싸느냐, 얇은 종이로 감싸느냐의 차이겠다. 타바코 잎으로 감싼 것은 시가(Cigar), 우리가 흔히 보는 기성품은 종이로 감싼 담배(Cigarette)인 것이다.
비냘레스는 모고테(mogote) 지형으로 인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 타바코 잎을 재배하고 수확하여 말리고, 또 그것을 담배 형태로 만드는 데에 최적화된 것이 아닐까. 자연이 준 선물을 누리며 살고 있는 그들이다.
담배를 피울 줄은 모르지만 시가를 입에 대본다. 그냥 지나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굳이 폼도 잡아본다. 모든 것이 허용되는 여행지에서만큼은 최대한의 자유와 경험치를 누리고 싶다.
콜록거리는 내게, "숨을 들이마셔야지. 아니, 금방 내쉬어야지. 부드럽게, 키스하듯이!" 같은 잔소리를 해주는 그들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한 차례 외국인 단체 손님이 지나간 뒤라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담배 농장 할아버지를 차지하고는 놔줄 줄을 몰랐다. 차근차근 설명을 듣고, 기록하고, 함께 깔깔깔 웃다가 그 순간을 박제하듯 사진으로 남기는 행위에 그만 다시 행복해진다.
마치 배추잎 말리듯 말린 잎파리가 누군가에게는 기호식품이 되어 비싼 값에 팔린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던 시간. 물론, 농장에서 구입한 시가는 아바나(Havana)에서 구입한 시가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났고, 이는 다른 나라로 수출할 때 고급 케이스에 포장되어 가격이 몇 배나 뛰어 오른다.
'쿠바'하면 빠질 수 없는 것 중에 또 하나는 바로 럼주(Rum)와 커피이다. 쿠바식 에스프레소 역시 어디 가서 빼놓고 얘기하면 섭섭하다. 우리가 방문했던 <베니또(Benito)농장>에는 직접 커피나무를 키워 수확한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를 나눠 준다. 럼과 커피는 원하는 만큼 주고 적절한 팁을 주는 방식이었지만, 둘 다 작은 에스프레소 잔 한 잔이면 충분히 강렬한 맛을 선사한다.
커피나무가 있는 곳에서 커피콩을 손바닥에 얹어 킁킁대다가,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칠면조나 공작새 같은 것에 시선을 두었다가, 환하게 비추는 햇살에 드리워진 야자나무의 그림자에 반하고 만다. 쿠바의 지금은 모든 것이 유예되는 계절이라는 여름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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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와 함께 한 여행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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