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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Chon Sep 16. 2022

매일 : No.47

2022년 9월 16일

모든 결핍은 작동 원리가 비슷하다. 결핍은 욕구를 만들어 내고, 결국 욕망하게 만든다. 돈이 그렇듯, 잠도 그렇다. 한 정신과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 "불면증 환자는 잠 욕심이 많아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늘 더 자야한다고 생각하고, 잠 잘자는 사람을 부러워 하죠."

지난 여름 내내 나는 새벽 4~5시가 되어야 잠이 들었고, 아침 7시가 되어야 자는 날도 적지 않았다. 잠을 잃은 밤은 생각보다 길었다. 긴 밤의 시간은 내게 그다지 유용하지 못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또렷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잠이 없는 밤은 내일의 낮을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일 뿐이었다.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이라는 어거지의 프로젝트를 만든 것도 그 이유였다. 자정이 되기 전에 '하루'를 상징하는 드로잉을 무조건 마치고 블로그에 증거로 포스트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지 47일이 되었다.

강박증이 있는 나는 매일 그림 한장을 그려야 한다는 규칙을 머리에 저장하자 마자 '무조건'이 되어 또하나의 짐을 스스로에게 지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지만 매일 드로잉 한장을 완성하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자정에 잠이 드는 것이다. 이건 내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돈이 필요하다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와 습관일 것이다. 나에게 또하나의 강박이 된 '매일' 프로젝트는 잠이 있는 밤을 보내는 즐거운 습관이 생길 때 까지 조금더 해볼 생각이다.

Day One-Hundred-Eighteen, No.47, 전이린, 종이 위에 아크릴 물감, 21cm x 29.5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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