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보물, 예이에게
오늘은 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두 번째 상담을 했는데, 상담 선생님께서 앞으로 기회 될 때마다 아이에게 편지를 써서 남겨주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공감 + 칭찬 + 부탁' 넣어서 앞으로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잘 열릴 때까지 꾸준히 써 볼 예정이다.
예이야, 엄마야. 오늘 문득 우리 예이가 얼마나 훌쩍 자랐는지,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대견하게 잘 지내왔는지 생각하게 돼서 이렇게 편지를 써.
우리 예이,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데 벌써 어린이집에서부터 학교까지 여덟 번이나 옮겨 다녔지. 낯선 교실과 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느라 얼마나 긴장되고 힘들었을까. 선생님들은 예이가 적응을 잘한다고 칭찬해주셨고, 너도 엄마한테 "난 이제 많이 옮겨봐서 안 무서워"라고 씩씩하게 말해줬지만... 사실 그 어린 마음속으로는 혼자 걱정도 많이 하고 외로움을 이겨내려고 무척 애썼을 거야. 그 여린 마음을 엄마가 더 깊이 안아주고 "힘들지? 괜찮아"라고 충분히 다독여줬어야 했는데, 엄마가 일하느라 바빠서 그러지 못한 게 참 미안해.
그리고 엄마가 미안한 게 또 있어. 엄마는 예이가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공부나 할 일을 가르쳐주려고 했어. 그런데 엄마 마음이 너무 급해서, 예이가 조금만 집중을 안 하거나 딴짓을 하면 윽박지르고 짜증을 냈던 것 같아.
그때 너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나 봐', '엄마는 무서워'라고 느꼈을지도 몰라. 엄마가 서툴러서 예이 마음에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화를 냈던 건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엄마가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서 그랬던 거야. 앞으로는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도와줄 수 있도록 엄마도 많이 노력하고 있어.
예이야, 가끔은 엄마가 동생을 더 사랑한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예이는 엄마에게 찾아온 첫 번째 보물이고,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제일 처음, 그리고 제일 많이 받은 소중한 딸이야. 너는 존재 자체로 엄마에게 기쁨이란다.
그리고 엄마가 요즘 알게 된 게 하나 있어. 우리 예이가 엄마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럽다는 거야. 엄마가 힘들까 봐 동생도 잘 챙겨주고, 엄마 아빠가 다툴 때는 오히려 네가 더 차분하게 우리를 말리기도 했지. 엄마가 아프거나 우울해 보이면 네가 엄마를 걱정하고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 엄마가 그동안 너무 약한 모습을 보여서, 우리 어린 딸이 엄마를 걱정하게 만들었구나 싶어서.
예이야, 이제는 엄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엄마는 어른이고, 예이의 엄마니까. 엄마가 건강도 잘 챙기고, 마음도 단단하게 먹어서 우리 예이가 언제든 기대고 쉴 수 있는 튼튼한 나무가 되어줄게. 네가 엄마 눈치를 보거나 엄마를 책임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그저 어린아이답게, 즐겁고 행복하게, 사랑만 받으면서 지내면 돼.
엄마는 이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엄마가 되기로 약속했어. 우리 딸, 엄마가 많이 사랑하고 고마워. 앞으로 우리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자.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