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길어도 글은 짧게

서세이 Vol. 03

by 서사서기
다운로드.jpeg 분명 기장은 똑같단 말이지


대한민국에서 남성 장발을 향한 편견을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평가받는 인물로 시작해본다.

Man-Bun 자체는 서양으로 한정한다면 그렇게 보기 낯선 스타일은 아니다만, 한국에선 문화적 풍토는 둘째로 놓더라도 일반적인 남성 두상이나 모질 등이 장발에 어울리진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살면서 몇 번 찾아오는 개성을 갈구하는 낭만에 잡아먹혀 머리를 기른 지 어연 2년이 다 되었다.

불편함에 익숙해진다는 것도 거짓말인 게 여전히 긴 머리카락, 특히 찰랑거리지도 않으면서 쉽게 날라다니는 옆머리는 쉽지 않다. 내 머리보다 빗자루 손으로 쥐어뜯는 게 더 부드러울 듯하다.

얼추 스타일 목표는 이루어 슬슬 정리를 해도 되겠지만, 익숙함 대신 허전함을 보지 않기 위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어쩌면 원했던 헤어스타일을 달성함에서 오는 성취감이 생각보다 작았던 것일지도. 허무감만이 맴돈다.

다음 스타일로 나아갈 길을 잃었다.

글램메탈까지 기르진 않을 거고, 싹둑 잘라서 평균으로 회귀하긴 싫고, 머리카락이 복잡하니 안 그래도 난잡한 머리가 더 혼란스럽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길어가는 머리카락처럼 길을 잃고 어영부영 살아가며 두 단락을 남긴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은 역동적이다. 불순물은 차츰 희석된다.


'자기이해' '체계와 미학'

성인이 되어 가장 몰입했던 두 가지. 이들이 이루어질 때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성격은 어디 가지 않았다.

평생 살아도 죽기 직전에는 나라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인 만큼, 지금으로선 그저 미약하게나마 규정에 도전하여 일말의 의문점이라도 해소하고 싶다.

'정리' 를 배제하면 내 삶에서 많은 것이 사라지겠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사소하고, 또 어떨 때는 농밀한 이야기들을 풀 때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궁금하다. 광고가 절반 이상이라는 시대에 주목받을 걱정을 벌써 할 필요는 없을 듯하나, 최대한 후환이 없도록 글을 써야 함은 자명하다.

그러나, 내 글과 SNS를 타인에게 평가받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블로그나 브런치나 당최 개인 기록만으로 사용하겠다고 용도를 고수해서는 안 되는 걸까? 서로이웃과 구독자는 꼭 필요한 것일까? 남에게 보여주려는 글이 아니라면 집에 있는 일기장에 적으면 되니까?

글쓰겠다고 다른 일 안 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으면 이게 맞나 걱정이 먼저 밀려온다.

글마저 공식적인 커리어의 단편이 되어야 음험해보이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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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겪었는가'를 근거로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요구한다.

기본선과 공공선은 깊숙이 가라앉았다.

그 누구도 定義할 수 없는 正義를 참칭한다.

쾌락을 소비한다.


대체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물고 뜯으며 논쟁하는 모습을 혐오한다.

악플 달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원리일 텐데 그들의 시간까지야 알 바가 아니지만, 그에 소비되는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 낭비가 개탄스럽다.

요즘은 논쟁의 형태라도 띠고 있으면 감사해야 할 판이다. 상호 의견 개진과 건전한 비판을 통해 공동체의 성숙을 지향하는 아고라가 아니라,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절대악으로 치부하고 그저 자신의 감정적 해소를 위해 타인을 도구로 부리는 행태가 빈번하다. 당장 네이버나 Youtube에 아무런 키워드나 검색하고 5분만 인터넷 속에서 떠다니면 목도할 수 있는 광경이다. 흔히 사용하는 '투기장'이라는 표현으로도 이 모든 추악함을 내포하기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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