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초청행사 '스웨덴을 경험하다'
봄비가 예고 없이 장맛비처럼 내리는 식목일 오후, 콘텐츠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가 주한스웨덴대사관과 공동주최하는 토크콘서트에 가려고 나섰다. 서울 부암동에 사니 성북동 스웨덴대사관저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고 북악스카이웨이를 가로질러가는 것이 가장 가깝다.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해 부른 택시를 타려는 순간, 입고 있던 청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부욱’하고 찢어진다. 내 생애 이런 경험은 두 번째다. 갑자기 2012년 북유럽의 어느 북쪽 도시로 의식이 옮겨간다. 석 달을 잡고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4개국을 돌던 배낭여행 중 이 같은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물어물어 수선집을 찾아갔더니 중동에서 이민 온 재봉사가 찢어진 곳을 임시로 재봉틀로 박아주고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자기는 코리언을 좋아한다며. 고마운 마음에 가지고 있던 복주머니에 1000원짜리를 넣어 주었다. 액수를 보고는 큰돈인줄 알고 받으려하지 않는다. 1달러에 불과하다며 그에게 감사표시를 했다. 북유럽에서 겪었던 다민족사회의 여러 친절들을 떠올리며 바지를 갈아입고는 대기시킨 택시에 다시 올랐다.
스웨덴대사관저 앞에 내리자 여자 경비원이 나와 문을 열어준다. 성평등수위국가 스웨덴을 상징하는 환영사같다고 생각하며 다른 초청 작가들과 함께 관저에 들어섰다. 현관에서부터 안 회그룬드 대사가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맞아준다. 역시 여성인 회그룬드 대사와는 벌써 3번째 만남이다. 그가 처음 부임했던 2015년 스웨덴영화제, 지난해 있었던 ‘스웨덴의 날 2016’ 행사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대사님이 아시는 분도 초청됐다”는 게 주최측에서는 나름 작은 화제가 됐다.
4월5일 오후6시30분부터 시작된 ‘스웨덴 경험은 나누다’ 행사는 스웨덴 선진교육에 대한 소개위주로 진행됐다. 스웨덴 북부에 위치한 신흥명문 우메오대학의 국제교류처장 그레그 닐리 교수가 스웨덴의 고등교육시스템에 대한 안내로 막을 열었다. 미국에서 포스트닥터과정을 밟았다는 그는 “다른 나라의 고등교육과 비교했을 때 스웨덴대학은 권위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이라는 점을 가장 큰 특징”이라 했다.“교수님이라는 직책을 호칭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냥 이름으로 부르며 학생과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있다”는 것이다. “그룹과제와 세미나, 실험수험이 많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것이 수업중에도 항상 장려된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교육목표를 묻는 질문에 “비판적 분석과 사고”라고 대답했다. 에릭슨 같은 혁신적인 스웨덴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닐리 교수는 9일까지 서울에 머물며 서울대, 서강대와 학생교류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메오대학 관광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한국인 유학생 김도희씨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스웨덴의 교육에 대해 발표했다. 김씨는 브런치 사이트에 ‘에너도희져’라는 필명으로 스웨덴 유학기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신뢰’, ‘겨울’, ‘교육’, ‘다양성’, ‘평등’, ‘자연’을 스웨덴을 표현할 수 있는 6가지 키워드로 꼽았다. 스웨덴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과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여줬다. 특히 “교육은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스웨덴의 교육철학을 강조했다. 성적평가는 실패/통과/탁월의 세가지 단계로만 이뤄지며 패스할 때까지 재시험을 반복해도 전혀 불이익이 없다고 전했다.
우메오대학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엄세현씨(중대 산업디자인학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디자인이란 편리함을 제공하는 문제해결이라는 점과 트렌드가 아니라 사람을 좇는 휴머니즘 디자인을 스웨덴 유학을 통해 배웠다”고 했다.
7시30분부터는 대사관에서 마련한 만찬이 펼쳐졌다. 연어와 청어, 베리류를 중심으로 한 스웨덴 전통음식을 뷔페식으로 나눴다. 회그룬드 대사는 “요즘 스웨덴에서 한국음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도 한국음식과 스웨덴음식을 퓨전으로 해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식당으로 안내했다. 당초 야외정원을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실내에서 진행됐지만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강연자들과 스웨덴 대사관 직원들을 비롯해 다음카카오 브런치 직원들, 한국에 유학중인 스웨덴인 학생과 대사관 인턴들이 합세해 이날 참석한 24명의 브런치 작가들과 열띤 대화의 장을 펼쳤다. 8시30분까지 예정됐던 행사는 10시가 돼서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막을 내렸다.
사족: 이날 만나 뵌 브런치 직원들과 작가들 모두 반갑습니다. 또다시 오프라인에서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브런치 측의 요청으로 예정에 없이 이날 행사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보도용으로 사진이 적합하지 않은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